[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세상의 모든 엄마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세상의 모든 엄마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12.2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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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육아맘 #워킹맘 #전업맘 #엄마

언제부터인가 한 해가 바뀌는 이 시점이 너무나 빨리 오는 것 같다. 어른들 말씀이, 인생을 속도에 비유하자면 30대는 30Km/h, 40대는 40Km/h, 50대는 50Km/h… 이렇게 느껴진다고 하던데, 아이를 낳은 후 내 시간은 정말 뒤돌아 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특히 아이의 성장을 보고 있자면 어제와 오늘이 달라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말이 참이구나 싶다. 죽도록 힘들다가도 아이 웃음 한 번에 살맛이 나는 육아의 양면성은, 어쩌면 엄마를 정신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아닌지. 이제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기도 하는 걸 보니 어느덧 나에게도 조금의 여유라는 것은 생겼나 보다.

그래서인지 문득 아이가 더 아기였을 때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 모습이 보고 싶어 둘째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망설여지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이내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다.

이제 조금 엄마라는 역할에 익숙해지고 있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온전히 엄마로만 살기에는 내 안에 욕심이 너무 큰가 보다. 아이보다 더 대단한 꿈을 이루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해왔던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더 하면서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싶은 게 이리 큰 욕심이 되어버릴 줄이야.

일과 육아 모두 끄떡없이 해내며 자신도 아름답게 가꾸는 워킹맘들은 TV 속, 아니면 SNS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가끔 멍하니 넋을 잃고 보는 그녀들은 정말 모든 분야에서 프로라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

그리고 돌아보면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내 현실과 자꾸 비교되어 나도 무언가 해야지, 더 멋지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의 나는 그저 아이 엄마이고 굳이 세상이 정해놓은 분류를 하자면 ‘육아맘’일 뿐이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사회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를 규정짓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소위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갑질’ 논란이 올 한 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갑과 을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 또한 을도 갑이, 갑도 을이 될 수 있는 것이 사람 일이다. 대체 갑, 그리고 을, 이 단어 하나에 내포된 많은 의미들을 어떻게 이리도 쉽게 나누어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다. ‘워킹맘’, ‘전업맘’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으로 전업맘은 왠지 더 멋지고 능력 있어 보이는 워킹맘을 부러워하고, 워킹맘은 (전업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해하며 자책하는 이런 고통을 누가 만들어냈는가! 제발 우리를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 분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이기만도 벅차고 아까운 시간들이니까.

나 역시 ‘육아맘’이라는 타이틀로 나를 가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 사라져야 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된 여성이 하는 일이 비단 육아뿐이겠는가. ‘엄마’라는 예쁜 우리말이 담고 있는 포근하고 다정한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디 새해는 아이와 엄마에 대한 시선이 좀 더 사랑스럽고 따뜻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단어. 엄마.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단어. 엄마. ⓒ여상미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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