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그것도 종류가 너무 많아 고민인 세상이다. 계획을 세워 마트에 가도 아이 간식 코너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이것저것을 집어 담다 정신이 들어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달고 짠 인스턴트식품이 한가득이다. 성분이나 함량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것도 잠시, 결국은 아이가 먹지 않으면 버려지기만 할 간식은 온전히 아이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우리나라의 식습관 문화는 이미 서구화되어간 지 오래여서 육류나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는 물론 삼시 세 끼 밥을 먹는 가정도 드물다. 우리 집도 아이가 등원을 하지 않는 주말이면 아침과 점심 사이에 간단한 빵이나 시리얼로 끼니를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매끼 모든 음식과 간식을 손수 가정에서 조리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이는 이미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부터 외부 음식에 길들여져 왔다. 심지어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달콤한 간식은 병원에서 제일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흔한 동네 소아과 데스크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녹여줄 막대사탕이 한 바구니씩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는 지금도 병원에 가면 사탕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도 등∙하원 때면 단내가 가득한 간식들을 한 움큼씩 쥐고 다닌다. 미적거리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달콤한 간식은 엄마가 가진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나도 그 심정을 백 번 이해한다. 내 가방과 겉옷 주머니 역시 온통 아이를 달랠 간식거리가 늘 하나 가득 들어 있다.
과일이나 과즙 음료, 혹은 유산균음료 등은 그나마 건강식이니 괜찮을 거라고 애써 나를 위로해보지만 이 또한 대부분이 설탕 덩어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여러 번 경고된 바 있다. 그런 식으로 하루 동안 아이가 섭취하는 열량, 당분을 따져 보면 무서우리만큼 높은 수치이다.
우리 아이 식습관, 이대로 괜찮은 걸까? 동물성 지방과 당류, 그리고 염분의 과다 섭취는 소위 모든 비만 문제의 기본이 되는 ‘트랜스지방’과 연결되어 아이의 체중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는 적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영유아기의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은 바른 성장과 발육 자체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더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두 돌 전후의 영유아들이 받는 생애 첫 구강검진에서 의외로 충치 환자들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 주변에 꽤 많은 아이들이 너무나 이른 시기부터 치과 진료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치아에 색소가 착색되어 치아 색이 변하는 일도 흔하다고 했다. 아직 유치이기 때문에 빠지고 새로 난 이부터 관리를 잘하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치아 자체가 아니라 치아마저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아이의 식습관이 아니겠는가!
밀가루 음식, 기름진 패스트푸드, 설탕 덩어리의 음식들은 성인인 나도 평생 싸워야 할 숙제 같은 음식들이다. 왜 맛있는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고 하는 건지 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니까.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
소아 비만은 갈수록 늘어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성조숙증과 같은 문제도 결코 먼 남의 일이 아니니 먹을 것은 넘쳐나고 가려야 할 것은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아이를 단지 건강하게 키워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노릇이다.
인스턴트와 자극적인 간식에 대한 노출을 피하기 어렵다면 반대로 날 것 그대로의 채소, 과일, 인공적인 맛을 덜 낸 음식들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계속해서 주는 것은 어떨까. 사실 어떻게 해도 시원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아이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식습관 문제만큼은 늘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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