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몰래 동생을 못 살게 구는 아이
가족 몰래 동생을 못 살게 구는 아이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1.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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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형제끼리 갈등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두자

Q. 우리 아이는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동생을 못 살게 굴어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도 이불 속에 몰래 손을 넣어 꼬집기도 합니다. 어느 때인가는 자는 동생을 베란다에 끌어다놓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벌을 세우긴 하는데, 두 손 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요. 언제쯤 철이 들지 걱정입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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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형과 아우 간의 싸움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하나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때 부모의 태도와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부모하기에 따라 형제 관계, 더 나아가서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형과 아우 간의 싸움에 대처하는 부모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형과 아우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잘못된 경쟁심을 부추길 수 있고, 형제 간의 싸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공평하게 대하는 것과 똑같이 대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마다 성별, 발달 연령, 기질 등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무시한 채 모든 기회나 방법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힘센 사내아이와 연약한 여자아이, 뛸 수 있는 아이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와 순한 아이 등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대우는 달려져야 한다. 다섯 살배기에게는 여덟 살배기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범위는 더 좁게, 지켜야 하는 기준은 더 낮게 잡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공평한 것이다.

◇ 뇌과학적 의미

형제들은 부모로부터 물질적, 정서적, 지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한다. 형제들은 출생순위, 성별, 육체적 특징, 기질적 특성의 차이를 바탕으로 가족 구조 안에서 상이한 역할을 만들어낸다. 이 상이한 역할은 부모의 비위를 맞추는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형은 아우 앞에서 대리부모 행세를 함으로써 부모의 총애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아우는 동일한 방법으로 부모의 환심을 살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둘째의 지위는 부모와의 동일시가 약하고, 성실한 행동과는 거리가 멀며, 사교적인 쪽에 기울어진다. 나이를 더 먹고 독특한 관심사와 재능이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형제들은 각자의 지위를 더욱 다각화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형제나 자매가 있다는 것은 자신을 향한 부모의 시간과 사랑,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최소한 다른 형제자매보다는 사랑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형제 간에는 권력이나 소유에 대한 경쟁심 또한 강하다. 형은 자기가 나이가 많고 키도 크고 형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리고 싶어 하고, 또 가끔은 이를 남용하고 싶어 한다.

반면 아우는 이런 상황이 공평치 않다고 생각해서 자기도 형만큼 강하고 영리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려고 한다.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비장의 무기도 있다. 주로 아우는 성가시게 구는 것이고 형은 때리는 것인데, 이렇게 주고받다 보면 결국 싸움으로 번진다.

경쟁의 뇌. ⓒ김영훈
경쟁의 뇌. ⓒ김영훈

◇ 양육솔루션

▲분노를 다스리도록 돕자. 형제의 갈등은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단 아이들이 싸울 때 별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싸움은 아이들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 일어난다. 따라서 상대의 잘못을 부모에게 고자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게 된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들 나름의 억울함을 똑같이 들어주고 똑같이 공감해주되,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을 떼어 놓는다. 심한 욕을 퍼붓는다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싸움은 막아야 한다. 이때도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아이들을 ‘타임아웃(Time Out)’ 시키는 것에 그쳐야 한다. 여기서 타임아웃이란 아이를 잠시 현장에서 떨어트려 놓음으로써 진정시킨 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제 그만해.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하자.

▲공격한 쪽이 아니라 당한 쪽에 관심을 준다. 형제가 싸우는 상황에서 아이를 혼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한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한 아이를 혼내는 데 집중하게 되면 그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계속 반복할 수 있다.

▲재판관이 되지 마라. 엄마나 아빠가 형제 간 싸움에 대하여 원인과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먼저 그랬어!”라고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형제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결과만 낳는다.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라. 아이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자. 부모의 강요에 의한 화해는 또 다른 싸움의 불씨가 될 뿐이다.

▲해결 방법을 아이들 스스로 내놓게 하자. 우선 두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너희들 모두 화가 났구나. 싸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견을 두 가지씩 내놓으렴”이라고 대안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길지 생각해보게 한다.

예를 들어 “내 방에 동생이 못 들어오게 해야 해요!” 또는 “형이 내 것을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해요!”라고 제안한다면 아우를 방으로 못 들어오게 했을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를 미리 생각하게 한다.

▲형, 아우의 역할을 강요하지 마라. 형제 간의 싸움은 부모의 평소 행동이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 “형 좀 닮아라, 얼마나 의젓하니!” 하고 형제들을 비교한다거나 “우리 재형이는 동생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몰라~”, “재동이는 형 말을 참 잘 듣는단 말이야~”라는 식으로 칭찬을 가장해 좋은 행동을 강요하면 안 된다.

▲위험관리에 대한 규칙이나 규범이 있어야 한다. 물거나 때리는 등 폭력적인 상황에는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부모가 단호하게 말하면 아이들은 곧 잘못된 행동을 멈출 것이다.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확고한 의지가 아이들의 분노를 사그라들게 한다. 

▲우애로운 행동을 놓치지 않고 칭찬해주자. 함께 싸웠으나 서로 화해하는 모습, 나누어 갖는 모습, 협동하는 모습 등 바람직한 형제 간의 태도와 행동을 보였을 때 부모는 즉각적인 반응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이들의 긍정적 행동의 양을 늘려줄 것이다.

▲비교하지 말자. 직접 비교하는 말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서로를 경쟁상대로 만들어 우애를 망친다. 형제를 앞에 두고 동생을 칭찬하거나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형제 사이에 경쟁심이 생겨 사이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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