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빠 육아 전성시대다. 티비만 틀면 아빠들이 육아하고 살림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더 이상 아빠가 육아하고 살림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낯설지가 않다. 주변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미디어의 힘이 크다.
우리나라의 아빠 육아는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180도 변했다고 생각한다. 바로 전에 유행했던 프로그램은 MBC의 '아빠! 어디 가?'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아빠의 역할은 주말 동안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전부였다. 평일, 아빠의 부재는 당연하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1박 2일 독박 육아를 아빠들에게 맡겼다. 그만큼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시청률 또한 올라갔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니, 부부가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커졌다. 아빠들에게는 항상 낯설었던 아이들과의 유대감 역시 커졌다.
무뚝뚝하고 일만 하던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지만 이런 영향 덕분에 요즘 아빠들은 많이 달라졌다.
주말에 동네 놀이터나 키즈카페만 가도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도 많다. 아빠의 역할은 일 잘하고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인식 또한 점점 바뀌고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이라는 말도 유행이다.
7년 차 전업주부인 나 역시 그런 시대의 흐름에서 나온 케이스다. 아빠는 일만 하고 엄마는 경력 단절된 채 육아와 살림만 강요하는 분위기에서는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가 없었다. 똑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에 들어가 일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육아와 살림의 역할을 모두 맡긴다면 아내 입장에서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평생 오래 같이 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더 좋은 가족,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부부의 역할을 따르느라 부부의 갈등, 가족의 갈등이 커진다면 우리는 우리 세대에 맞게 바꾸어나가야 한다.
동네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마트 여자 직원과 남자 직원의 대화를 들었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남편은 퇴근하고 전혀 육아와 살림을 안 도와준다고 하소연하는 여자 직원에게 남자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도 그런 남편이 있나요?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예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인식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부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부부의 역할을 각자 정하면 된다. 사회적인 편견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편견에 따라 사느라 부부 갈등이 커지고 가족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상황에 따라 아빠도 육아와 살림을 할 수 있는 시대다.
2018년 아빠 육아휴직자는 1만 7662명으로 전년 대비 46.7%나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아빠의 비율은 17.8%나 된다. 정부나 기업의 노력도 한몫을 했겠지만, 아빠들의 인식 또한 많이 달라졌다는 증거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내 아이를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생각을 가진 아빠들이 늘어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아내와의 바톤터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아빠 육아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저출산과 비혼의 원인 중 하나인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정책이나 제도는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다.
더 이상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한다고 해서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단지 아이들을 더 잘 키우고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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