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또 세상을 살게 합니다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또 세상을 살게 합니다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9.02.2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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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그림 한 장의 위로
최윤규 카툰 연구소장님께서 한부모들을 생각하며 만들어준 카툰!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소장님께서 한부모들을 생각하며 만들어준 카툰! ⓒ최윤규

"소장님 한부모들을 위한 카툰을 그려줄 수 있으세요? 혹시 대한민국의 조부모, 미혼모, 한부모를 위해 상처 받은 그들을 잠시나마 위로해줄 수 있는 카툰을 그려주신다면 개인적으로 너무도 영광스러울 것 같습니다."

4개월 전 카툰경영연구소의 최윤규 소장님과 일을 마무리하고 헤어질 때 나지막하게 했던 이야기였다.

최 소장님은 모든 사물을 새롭게 보는 통찰력과 창의력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소장님의 강의는, 나는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 내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나둘 정리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내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최 소장님은 강의도 훌륭했지만 인품 또한 훌륭하셨다.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까지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얘기해주는, 가슴 따뜻한 사랑꾼 남편이시기도 했다.

최 소장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최 소장님이 내 남편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자, 이혼 사실을 말하며 7년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 내 이혼 이야기를 시시콜콜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느꼈지만, 그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신 주신 덕분에 나도 모르게 나의 고민을 얘기했다. 왜 재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혼자 애 키우면서 사는 이혼녀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다들 돈 많고 좋은 스펙의 여자와 남자들이 결혼하려고 하는데, 요즘 세상은 저처럼 애 혼자 키우면 '호구'라고 하던데요?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냐고, 한창 젊은 나이에 애한테 매여서 그게 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얘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제 상황이 답답하고 서글프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전 남편한테 애를 줬어야 하나?'라는 이상한 생각도 하게 되고. 일이 늦게 끝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어린이집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해요. 처음에는 육아와 회사를 병행하는 게 미칠 것처럼 스트레스 받고 답답했는데,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아이도 저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싶어 꽤 씩씩하게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습니다."

내 덤덤한 얘기에, 최 소장님께서는 갑자기 우리 딸 사랑이를 위해서 빵을 사줘야겠다면서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의 빵을 한아름 내 손에 쥐여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너무도 잘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억울할 때도 많죠. 그런데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견디다 보면 또 좋은 일도 오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매일 안 좋은 일들만 오면 누가 이 세상 살고 싶겠습니까? 슬픈 일이 있었으면 이제는 기쁜 일도 와야죠! 그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제가 조금 더 산 어른으로서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애 버리고 도망가고 애를 방치해서 죽이는 세상인데, 요즘 세상에 내 목숨처럼 아이를 지키고 키우는 엄마가 있다는 것도 얼마나 기특하고 감사한 일입니까? 분명 아이도 크면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될 겁니다."

최 소장님의 나지막한 위로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지쳐 있던 내 마음에 툭 하니 던지고 간 작은 위로였다.

최 소장님의 카툰 내용을 보니, 나에게 상처를 남기고 간 전 남편에게 꼭 보내주고 싶은 내용이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 갔지만 나는 그 상처를 희망으로 바꾸며 살아가고 있다고, 아주 멋있고 세련되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기억해주고 직접 연재하고 있는 곳에 카툰을 올려주신 최 소장님의 인품에 감사했다. 사랑이와 함께 잘 살라고, 힘들고 때론 지치지만 하루 하루 잘 견디면 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숨어 있는 듯싶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곁눈질을 하기보다 대단하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걸 기특하다고 얘기해주니, 어색하고 이상했다. 가끔은 내 용기가 누군가에는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기도 하다. 아이가 커가면 커갈수록 나와 아이에게는 끊을 수 없는 단단한 힘이 생겨서, 당당히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발판이 될 테니까 말이다.

가끔 모든 걸 나 혼자 희생하고 감당하고 버틴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랑이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버겁고 힘겨운 지난날들이 이제는 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오늘. 든든히 내 옆에서 큰 힘이 돼주고 있는 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최 소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카툰이 한부모로서 살아가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고, 늘 육아가 힘들다고 불평했던 나 자신에게 사랑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기억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고맙다, 사랑아. 이 못난 엄마 멀쩡하게 살게 해줘서. 너 아니었으면 엄마는 정말 그 힘든 시간을 못 버텼을 거야. 정말 사랑해, 우리 딸. 이 엄마는 보란듯이 우리 사랑이와 더 열심히 살 거야"라고 말하고 꼭 껴안아주고 싶은 오늘이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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