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협동형 유치원 개원…조희연 “공립수준 지원” 약속
국내 첫 협동형 유치원 개원…조희연 “공립수준 지원” 약속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3.12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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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 전, 내리는 비를 막아주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우산을 만들어 아이에게 씌워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 전, 내리는 비를 막아주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우산을 만들어 아이에게 씌워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교육감 아저씨가 우산이야.”

행사 시작을 기다리던 사람들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테이프 커팅식을 기다리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손을 우산처럼 만들어 유치원 대표 아동 머리 위에 올렸다. 아이가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 교육감은 아이에게 이처럼 말했다. 이른바 '한유총 사태'를 계기로 관심이 집중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조 교육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첫 협동형 유치원이 생겼다. 12일 오전 개원식을 가진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이 바로 그 곳이다. 이 유치원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은 학부모·교직원·지역사회가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이 유치원은 총 9개 학급, 227명 규모로 지난 4일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유치원은 2017년 7월 초 설립자가 사망하며 폐원 위기를 겪었다. 유치원 재인가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교 대지와 건물은 설립자 소유여야 한다'는 규정이 문제가 됐다.

12일 서울 노원구에서 국내 첫 협동형 유치원인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이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서울 노원구에서 국내 첫 협동형 유치원인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이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2년 가까이 구청과 교육청, 국회 등을 다니며 유치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로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 규정’을 바꿨다. 이 개정안은 “시도교육감이 인정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교육감은 꿈동산아이유치원의 공영형 유치원 지정을 약속하며 “공립유치원 수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영형 유치원은 법인 전환과 개방이사 50% 이상 선임을 조건으로 하며, 누리과정·교사 처우개선비·학급운영비와 같은 기존 지원 외에 교사 인건비, 교육과정 운영비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 

조 교육감은 “(꿈동산아이유치원은) 우리 사회가 변해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며, “더불어 숲을 이뤄 공동체적 경제·사회를 만드는 작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 아이들 ‘애국가 제창’에 눈물…우여곡절 거쳐 “마을에 떡돌리자” 약속 지켰다
 
개원식에 7세 원아 57명과 학부모, 교직원 등이 참석했다. 유치원 졸업생 학부모 등이 조직한 자원봉사자들도 개원식 진행을 도왔다. 원아들은 취재진과 카메라를 보고 “오늘 TV에 나온다”, “이쪽은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달뜬 반응을 보였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가 나오고 국민의례를 진행하자 아이들은 입을 모아 애국가를 제창했다. 학부모과 조합원들은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개원식 중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도 있었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2년여 동안 아이들의 유치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2년여 동안 아이들의 유치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내빈으로 조 교육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서울 노원 을)·김성환(서울 노원 병) 의원,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북부지원청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이 중 김성환 의원은 유치원이 폐원 위기를 맞을 당시 노원구청장으로, 부모들에게 협동형 유치원 설립을 제안한 인물이다.

“꼭 개원을 하면 이 동네에 시루떡을 돌리자던 학부모님께 저는 아픈 마음을 뒤로하고 그러자고 약속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그 잔치날이 왔습니다.” 

이인숙 꿈동산아이유치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폐원 결정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설명하며, 개원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원장은 “학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지 않고 생활하기 바랄 뿐”이었다며, 유치원이 개원할 수 있던 것은 학부모의 의지에 있었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이인숙 원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이인숙 원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 “2018년에 한시적으로 1년 유예를 받아 운영할 때도 교직원, 학부모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고 2019년 우리의 모습을 걱정하지 않고 모두 함께 이 자리를 지켰다”며, “학부모님과 교직원 간의 소통과 믿음, 협력은 더욱 단단하고 커졌다”고 말했다.

환영사를 한 이지영 꿈동산아이유치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 모두가 이뤄낸 이 기적이야말로 진정한 협동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원에 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남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게 내 자신을 얼마나 따듯하게 하고 값진 일인지를 당당하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이지영 꿈동산아이유치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서울 노원구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이지영 꿈동산아이유치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을 지킨 학부모의 힘은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유치원을 잃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임정은 꿈동산아이유치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은 이 유치원을 선택해서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다”며 “원장의 교육철학, 교사와 아이들과의 유대관계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폐원한다고 해서 납득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유치원 폐원을 손 놓고 있던 교육당국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공립유치원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전국 최초의 매입형 유치원인 공립 서울구암유치원 입학식을 기해 시교육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공립유치원 확대를 위해 매입형 유치원을 연차적으로 신설해 2021년도까지 30개원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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