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화를 안내려고 했는데, 또 버럭 하고 말았다. ‘소리 지르지 말자. 버럭 하지 말자.’ 매일 아침 일어나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또 금방 지키지 못할 약속이 돼버린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도 그랬다.
아침 9시 반까지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내 입에선 “빨리 빨리”라는 말이 계속 튀어나왔다. 둘째 아이의 문화센터 수업까지 있어 더 급했다. 하지만 아이는 속 타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장난만 치고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옷도 안 입는다며 엄마를 피해 뱅글뱅글 돌았다. 다용도실에 들어간 사이 문을 잠가버린 바람에 한동안 엄마를 감금(?)시키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가만히 있는 동생을 건들기 시작했다. “귀염둥이~”하며 동생 볼 잡아당기기, 동생 몸 위에 올라가 레슬링 하기. 둘째 아이는 귀찮은지 계속 “엥~”하고 징징됐다.
“그런 장난은 동생이 싫어해. 다른 사람이 싫다고 그러면 하지 않는 거야. 얼른 어린이집 갈 준비해야지.”
“싫어 싫어~ 재밌잖아. 히히.”
‘저걸 그냥 콱!’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욱’하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아침동안 참은 ‘욱’이 몇 개인지 모른다. 그래도 아이를 기분 좋은 상태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즐겁게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있는 사이,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둘째 아이의 울음소리가 퍼지는 게 아닌가! 동생이 들고 있던 장난감을 뺏으려다 동생을 밀어버린 것이다.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박은 둘째 아이는 기겁하 듯 울었다.
“야!!!!!!!!!!!!!!!!!”
누가 들었으면 동물의 포효 소리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참았던 화가 한꺼번에 밀려 올라왔다.
“엄마가 그건 안 되는 행동이라 그랬지! 너 정말 엄마 말을 듣고 있는 거야? 동생이 잘못되면 어쩌려고!!!!!!!!!!!!!!”
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온 집안에 퍼졌다. 붉으락푸르락 하는 엄마의 얼굴이 아이 눈에 모두 입력되고 있었다.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는데...’ 결국 아이는 잔뜩 기가 죽은 채로 어린이집에 갔다. 아침부터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나 또한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자 아이는 “엄마 화났어?”라고 묻는다. “엄마 화 안 났어~”하며 아이를 꼭 안아줬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침과 같은 상황이 두세 번 더 연출됐다. 아이는 동생에게 장난치고 나는 버럭 하는 상황. 육아라는 것이 어떤 날은 아이의 행동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날은 그게 어려워서 예민하게 반응해버리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거나 두 아이 모두를 다독여줘야 할 상황에서 난 더 예민해졌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쳐있을 땐 더욱 그랬다.
아이와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말했다.
“엄마가 오늘 한결이에게 크게 소리 질러서 미안해. 많이 놀랐지?”
“네...”
“소리 안 지르려고 했는데, 동생이 다칠까봐 놀라고 화가 나서 엄마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와 버렸어.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건데, 정말 미안해.”
“히히. 에이 뭘요~ 괜찮아요.”
“한결이가 미워서 그랬던 거 아닌데, 엄마 마음 알지? 엄마가 얼마나 한결이를 사랑하는지.”
“그럼요, 엄마~ 저 똑똑하잖아요~ 다 알아요~ 히히.”
아이 대답에 웃음이 나와 버렸다. 어찌 저렇게 대답하는지. ‘그렇게 똑똑하면 엄마 말도 더 잘 듣지 그래?’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고맙다며 안아줬다. 엄마의 사과를 쿨 하게 받아준 아이 덕분에 불편했던 엄마의 마음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다짐하고 다짐해도 실수하고 또 실수한다. 소리지르지 않기로 해놓고 또 소리지르고 다시 미안해하는 일상이 반복. 그래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해주는 것 같은 아이의 말에 다시 또 열심히 육아하기로 다짐해본다.
“미안하고 고마워. 오늘도 잘 해보자!”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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