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담당 부처도 몰라… 갈팡질팡 '아동인권법'
2년째 담당 부처도 몰라… 갈팡질팡 '아동인권법'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5.1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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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46] 정부 출범 2주년, '빨간불' 공약은? ①아동인권법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그동안 베이비뉴스는 '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기획을 통해 보육·아동 관련 20개 공약의 이행 정도를 확인해왔다. 그동안 공약이 이행돼 공약신호등에 초록불을 켠 항목은 다섯 가지. 그에 반해 아직 추진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공약도 여섯 가지다. 공약신호등에 빨간불로 남아 있는 공약 중 대표적인 두 가지 공약의 의미와 현재 상황을 정리한다. - 기자 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인권법 제정을 약속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인권법 제정을 약속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인권법(영유아인권법) 제정을 약속했다. 당시 문 후보는 공약순위 8번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에서 '영유아의 과도한 사교육 억제와 초등학생 놀이 및 독서 시간 보장‘을 공약했다. 아동인권법의 핵심은 영유아 대상 사교육을 억제하고 영유아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아동인권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았다. 2017년 6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을 기해 교육공약에 대한 지지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3551명 중 3211명(90.4%)이 아동인권법을 지지했다. 하지만 취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동인권법 공약은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 대통령 공약이지만 교육부는 몰라… 보건복지부도 "정확한 소관 모르겠다"

국민들의 공약 지지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영유아 사교육과 놀 권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08년부터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영유아는 빠져 있다. 영유아 사교육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 계속되자 2017년 교육부는 별도로 영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육아정책연구소가 매년 발표한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추정연구’가 영유아 사교육비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바로미터다.

이 연구에서 밝힌 2017년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정비용은 11만 6000원, 연간 총액은 3조 7397억 2618만 원. 2016년 같은 연구에서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만 2000원, 연간 총액은 1조 3809억 3530만 원으로 조사된 점을 비교해보면 영유아 사교육비의 가파른 증가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사교육를 받고 있는 영유아의 비율도 상당하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은 2세 아동의 35.5%, 5세 아동의 83.6%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특히 5세 아동은 평균 주 5.2회, 회당 50.1분에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공약집에는 ‘교실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겠습니다’라는 주제 아래, ‘아동인권법 제정으로 적정한 학습시간과 휴식시간 보장’을 한다는 공약이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도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어린이의 놀 권리를 규정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아동인권법 제정을 위해 2017년부터 기자회견·토론회·논평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시작은 2017년 1월 24일 열린 ‘사교육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할 11개 대선 교육 공약을 제안합니다’ 기자회견. 이들은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조기교육, 한글 교육 등은 나쁜 사교육이면서 동시에 의존과 중독을 유발한다”면서, “아동인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7년은 기자회견 3회, 토론회 2회, 여론조사 결과 발표 1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아동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해가 지나도 이들의 요구는 계속됐다. 지난해 1월 1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을 내고 “과도한 유아 영어학원의 규제 없이 방과 후 활동만 규제하면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어학원의 선행교육 규제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시 한번 아동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1월 29일에는 청와대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인권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 "아동인권법 제정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 대국민 서명운동 벌일 것"

지난해 1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유아들에게 불필요한 영어 선행 교육은 유치원, 어린이집 외에 학원도 금지시켜야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해 1월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유아들에게 불필요한 영어 선행 교육은 유치원, 어린이집 외에 학원도 금지시켜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문제는 시민사회와 정부의 온도차다. 아동인권법의 책임 부처인 교육부는 정작 이 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

2017년 9월 20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실에서 열린 ‘과잉학습 규제와 인권 보장을 위한 영유아인권법 제정을 설계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하유경 당시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교육부는 아동인권법 제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관심만 있던 것일까. 지난해 12월 27일 베이비뉴스가 아동인권법의 추진 상황을 듣기 위해 교육부의 여러 부서와 통화했지만, 아동인권법이 뭐냐고 되묻거나,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거나, 보건복지부 담당 같다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

지금도 교육부의 입장은 매한가지. 베이비뉴스는 지난 10일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담당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영유아 사교육비 관련한 부분은 교육부 책임이 맞지만, 아동인권법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덧붙여 “아동인권법이라고 하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더 관련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생각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담당자는 1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아동의 놀 권리 보장 부분은 보건복지부 소관이 맞다”면서도, “아동인권법이 정확하게 보건복지부 소관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담당자도 "아동인권법은 여성가족부 담당이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 담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아동인권법 제정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를 “공약을 입안할 때 충분한 검토나 준비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시장과의 충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동인권법 제정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제정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상임변호사는 “최근 영유아 관련 이슈가 여럿 터지면서 아동인권법 제정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떨어졌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도 (사교육을 규제하는) 법이 제정되면 자유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가 있다”며, 아동인권법 제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아동인권법 제정을 촉구해온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 홍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영유아 학부모가 가진 불안과 걱정을 덜고자 소책자 ‘안심해요, 육아!’를 출간했다”며, “이 책자를 기반으로 국회에 문제제기도 하는 등 (아동인권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2019년 5월 14일 현재 문재인 공약 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안기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5월 14일 현재 문재인 공약 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안기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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