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에는 직접 만든 도시락과 함께 아이가 그린 카드를 선물해 드렸는데 올해는 어떻게 감사를 표하면 좋을지 몰라 아직도 고민이다.
자주 가는 맘카페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선물들을 추천해 준다. 저가의 일회성 물건들이 대부분이지만 담임 선생님께만 드릴지 아니면 원장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선생님께 드릴지에 따라 규모도 달라진다. 어떤 학부모들은 자잘하게 이것저것 준비하느니 금액이 꽤 높은 상품권이 더 낫다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 지역 엄마들의 의견으로 이건 좀 과하다 싶지만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작년처럼 직접 정성 들여 선물을 준비하면 좋겠지만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럴 수가 없으니 대신할만한 것들을 알아보려고 했던 것인데 선물에 대한 부담과 고민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간다.
주변에 아이가 이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엄마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이다.
“스승의 날? 선물? 아이가 쓴 편지 정도면 모를까, 요즘은 꽃 한 송이도 절대 못 받아!”
다른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유치원도 학교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2016년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이라는데 유치원과 학교는 교육부 소속이어서 청탁금지법에 따라 금품을 제공해서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유치원, 학교와는 그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스스로 정리를 하며 되새겨 보아도 헷갈리기 그지없다. 우리 아이는 4세까지 다닐 수 있는 가정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으니 올해까지는 스승의 날 선생님께 선물을 드려도 되고 내년부터 다니게 될 유치원에서는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정말 엄마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법이 아닌가! 해서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약소한 선물들을 받아도 관계없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절대로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미리 보내기도 한단다.
만약 모두가 그렇게 하면 내 마음도 좀 편했을까?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엄마는 매년 학기 초마다 있는 학부모 상담이 가장 긴장되는 날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무엇을 준비해 드려야 하나 고민할 필요는 없어져서 좋지만 커피 한 잔 조차 대접할 수 없으니 본인이 마실 물 하나 챙겨 가기도 민망한 상황이란다.
가뜩이나 아이를 맡기고 처음 대면하는 날이다 보니 바짝바짝 목이 마를 터, 선생님 성향에 따라 미리 부모님들의 마실거리를 준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워낙 많은 학부모를 상대하다 보니 미처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신다고. 그럴 때면 상담 내내 마른침을 삼키면서 갈 곳 없는 두 손을 부여잡고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혀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 몇 천 원 이하의 음료 정도는 나눌 수 있게 하면 좋으련만 이 융통성 없는 법은 또 무슨 경우인지! 스승에 대한 예의와 감사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이 모든 것이 청탁으로 간주되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아이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고 싶다. 단지 그 마음 하나만으로 카네이션도 준비하고, 편지도 쓰고, 혹은 아이와 함께 평소 선생님께 드리고 싶었던 선물을 고를 수도 있는 것인데 그 마음들을 어찌 다 청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가.
문제는 무엇을 드리는지가 아니다. 아이에게는 모두가 선생님인데 누군가는 받고, 누군가는 받을 수 없다는 제도다. 다시 생각해 봐도 이상한 법이다. 때문에 오늘도 나는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그리고 스승의 날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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