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미혼모를 정책에 갇혀 살게 하지 마세요! 한부모 가정의 삶에 정책을 맞춰주세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재가(在家) 미혼모 자립지원과 아이돌봄서비스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한 미혼모의 정부을 향한 호소는 절규에 가까웠다.
15년 차 미혼모이자 15년 차 텔레마케터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 여성은 "자녀 양육을 위해 잔업이나 야근이 없는 직종을 찾다보니 텔레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한부모 가정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특정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맞춘 정책을 실현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 "울며 아이 봐달라고 매달리기도…"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엄마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맡아 길러줄 곳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미혼모, 미혼부의 경우는 가족과의 단절로 아이와 단둘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을 하려 할 때, 아이를 맡길 곳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미혼모 김선영(가명) 씨는 "면접이라도 보려면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설돌보미를 쓸 수도 없어 친척에게 울며 부탁한 적도 있다"며 "당시 양육과 생계가 동시에 어깨에 놓인 것이 버거워 잠시 위탁 가정이나 그룹홈 등에 아이를 위탁해볼까 하는 아찔한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에게는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의 안정적인 이용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다른 가정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아이돌봄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운이 좋아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더라도 비용 부담 또한 한부모 가정에게는 큰일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성애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자립지원팀장에 따르면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미혼모·미혼부의 23.2%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금액이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고, 40.6%는 '부담되는 편'이라고 답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총소득은 160.8만원으로 2인가구 최저생계비인 174만 3917원에 못미친다. 그에 비해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금액은 2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미혼모·부가 67.9%, 20~40만 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16.7%였다.
장성애 팀장은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근로소득 평균이 104.3만원으로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데 소득의 10% 이상을 아이돌봄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답변"이라고 말했다.
◇ "한부모 가정 자립 위해선 아이돌봄서비스 개선 돼야"
이때문에 한부모 가정에는 아이돌봄 서비스 우선권과 이용료 인하 혜택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날 토론회에서 나왔다. 김진주 '하나와 여럿' 대표는 아이돌보미 선생님을 한부모 가정에 우선 매칭해달라고 요구하며 "한부모 가장의 경제활동의 의미는 맞벌이 가정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애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자립지원팀장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홀로 생계와 가사, 양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미혼모·부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돌봄서비스) 우선순위를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 당사자 김선영(가명) 씨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은 정시 출퇴근을 하는 직업을 갖기 쉽지 않다. 주말근무나 야근이 많은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돌봄서비스 자기부담금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이용요금 완화를 요구했다.
◇ "한부모 가정 직업교육을 위한 아이돌봄서비스도 필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취업의지가 높은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취업을 위한 교육비용과 아이돌봄비용을 지원하는 미혼모홀로서기지원사업 '따뜻한 홀로서기, 나는 엄마니까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SBS, 하나은행의 후원으로 미혼모 개개인의 상황과 특성에 맞춰 직업교육비를 지원해주고 교육 기간동안 양육 공백까지 해결해주는 사업이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의 자립을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한부모 가정 개개인의 상황 맞춤 직업 교육과 이를 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날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