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유치원에 간지도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매일 활동사진을 보내주셔서 확인하곤 했는데, 유치원은 매일 활동사진을 찍어주지 않네요. 저는 아이의 원 생활이 너무 궁금한데 아이는 잘 얘기해주지 않아요. 오늘 유치원에서 뭐 했는지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른다만 하네요. 궁금한 마음에 자꾸 물어보면 짜증을 내서 이제는 물어보기도 미안합니다. 아이에게 유치원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해서 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회상기억'을 떠올려 말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아이 입장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에서 마땅히 기억나는 것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유치원 활동에는 ‘언어전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짧은 말을 들려주고, 아이는 집에 가서 그 말을 엄마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에게 들은 말을 다시 원아수첩에 적어 유치원으로 보내는 활동인데요. 저는 처음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언어전달을 받아와서는 저에게 말해줬을 때 정말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아직도 그 말이 기억이 나요.
"언어전달, 짝짝짝! 봄이 왔어요."
언어전달은 아이들의 회상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연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회상기억'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뜻이자,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회상기억 말하기 연습
어른들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난 일을 떠올려 말하자니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가 회상기억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식사나 어떤 활동을 한 후 우리가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오늘 점심에 뭐 먹었지?"라고 묻는다면 밥 먹은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점심에 먹은 것을 대답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활동을 해보시면 아이들의 기억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중 자기가 특별히 속상했거나 재미있던 것이 없으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님을 이해하실 거예요.
이렇게 '방금 전에 있었던 일 말하기'를 해보다가 주말 저녁 잠자리에 누워 '회상기억 말하기'를 해봅시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은 엄마가 모르니까, 그래서 아이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면 엄마도 할 말이 없지만,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엄마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외출했거나, 특별한 활동을 했다면 아이도 말하기에 더 쉬울 수 있고요. 밤에 나란히 누워 "우리 오늘 뭐 했지?"라고 물으면 아이가 "놀이터 갔어"라고 말할 수도 있고, "기억이 안 나"라고 말 할 수도 있겠어요. 만약 아이가 무언갈 기억한다면 그걸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대화를 확장하면 됩니다.
"맞아, 우리 놀이터 갔었지. 근데 우리 너무 더워서 뭐 했지?"
"아이스크림 사 먹었잖아."
이런 식으로요. 만약 아이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우리 놀이터에 갔었잖아"라고 살짝 말해주세요. 아이의 기억이 떠오를 겁니다.
한편으론 아이가 내성적이라서 말하기에 부끄러워 그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민감함이 부모에게 필요합니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아이의 일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의 표정이 어둡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면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을 통해서라도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윤나라는 두 딸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워가는 워킹맘입니다. 사랑 넘치는 육아로 슈퍼맘, 슈퍼대디가 되고 싶지만 마음같지 않을 때가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하고자 합니다.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 교육현장개발부 선임연구원이자 국제공인행동분석가(BCBA)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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