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그렇지만 엄마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부모상담을 하다 보니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참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이를 혼내놓고는 아이들이 상처 입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건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말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엄마가 자기를 혼 내놓고 '사랑해'라고 하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걱정합니다. 엄마 아빠가 자꾸 혼을 낼 때면 엄마 아빠의 사랑을 잃을까 봐 걱정합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몰라주고 혼난 일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삐뚤어질까 걱정합니다.
부모의 죄책감과 불안을 높이는 이런 말과 행동을 우리는 왜 반복할까요? 이런 말과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자식간의 신뢰가 깨지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화를 낼 땐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이가 물을 엎질렀거나, 동생과 싸우거나, 떼를 쓰거나, 잠을 안 자려고 하거나, 양치질을 거부하거나, 엄마 말을 안 듣거나 하는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납니다. 엄마는 하루에 몇 번을 참았다가 결국 폭발하며 소리치고 화를 냅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도리어 아이들은 엄마를 약 올리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 것 같을 정도입니다. 돌아서면 어지르고, 더러워져 있고 싸움이 일어나니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 치다꺼리만 문제인가요. 집안일에 시댁과 친정 챙기는 일도 만만찮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큽니다. 직장이 자리잡았다고 지출까지 안정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요즘은 예전보다 주택 유지에 필요한 돈도 많이 필요하고 여기에 생활비, 육아비, 자동차, 통신비, 보험료 등에 여가 활동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관계유지비용도 만만찮고요.
이 속에서 나 자신을 챙기는 일이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어쩐지 더디게 크는 것만 같고, 내가 정말 하려던 일은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요. 조급과 불안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마음이 안정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 아빠인 우리도 적응하는 것이 힘듭니다. 경제, 가정생활, 부부관계, 육아, 가족관계 유지, 주변인과 관계, 그리고 맞벌이라면 회사생활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 이런 것들을 미리 배웠다면 좀 쉬웠을까요?
모든 것이 미숙하지만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에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는데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러니 감정이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요.
이런 제안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세 시간만 쉬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영화를 봐도 좋고, 카페에 가도 좋고, 나를 위한 공부를 해도 좋습니다.
완전히 나를 위한 일주일에 세 시간,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하루에 한 시간.
내 마음에서 들려오는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선 멈춤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에서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고, 낭비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일의 순서만 잘 정해도 마음의 갈팡질팡을 멈출 수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전부 열심히 살려고 애쓰기보다 현명하게 시간과 공간,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스트레스인 상황에서 나의 극단적인 감정이 무협영화 속 장풍처럼 날아가는 곳은 결국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다른 일이라면 혼자 짜증내고 말 것을 응축된 감정은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폭발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화 내놓고 '자꾸 엄마 잘못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후회하고 다시 똑같은 일이 다음날 반복됩니다. 이런 때 필요한게 휴식입니다. 부부간에 서로 의논해서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시길 권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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