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평가의무제, 부모 입장에선 어떨까요?
어린이집 평가의무제, 부모 입장에선 어떨까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6.2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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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평가 준비로 교사 힘들까봐 걱정…잘 보완되길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반가운 뉴스를 봤습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가 평가의무제로 전환된다는 소식입니다. 과거 신청에 의한 인증방식으로 운영됐던 어린이집 평가가 지난 12일부터는 어린이집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린이집 100곳 중 20곳은 규모가 작거나 혹은 원하지 않아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 입장에선 꽤 괜찮은 변화인 것 같습니다.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보육품질 평가를 받는다면 안전 사각지대에 있던 어린이집들이 공통된 보육 질 관리 하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특히 평가 결과를 A, B, C, D 등급으로 부여한다고 하니 평가 결과만으로도 괜찮은 어린이집, 조금 개선이 필요한 어린이집을 한 번에 알 수 있어 어린이집 선택 시 더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또 평가항목을 79개에서 59개로 축소하고 영유아 인권이나 안전, 위생 등의 항목을 필수지표로 지정해 평가하는 등 보다 실용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시행한다니 참 좋습니다. 아동학대 나 법 위반 이력이 있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차하위 등급을 매기는 부분은 어린이집이 보다 더 안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그간 부담하던 25만원~45만원의 평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주니 좋아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보육교사입니다. 평가의무제 뉴스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교사들의 얼굴이었습니다.

아이도, 교사도 행복한 어린이집 평가의무제가 되길 바랍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도, 교사도 행복한 어린이집 평가의무제가 되길 바랍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처음 다녔던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받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어느 정도 적응할 무렵, 원장선생님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현재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라는 안내를 해왔습니다. 순간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준비 기간 중에 교사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준비기간과 평가기간 동안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어린이집이 보이는데, 밤 늦게는 물론 주말에도 불이 켜져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교사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평가 준비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 교사는 “평가 준비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라는 제 위로에 “평가인증 안하는 줄 알고 여기 어린이집으로 왔는데, 할 일이 너무 많네요”하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셨습니다. 어떻게 준비하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평가 준비로 지친 교사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제 마음은 꽤나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주말까지 반납하고 밤늦도록 평가 준비에 몰두한다면 낮에 아이들을 잘 보고 싶어도 심신이 약해져 잘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높은 점수로 평가인증을 받았다’는 안내문을 받은 뒤에야 ‘더 이상은 교사들이 고생 안하셔도 되겠구나’ 마음을 쓸어내렸답니다.

좋은 평가 결과를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부모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는 엄마는 아이를 보내는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죄송한데, 아이가 조금 산만하고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아 (평가 시) 방해될까봐 걱정된다.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 주의 며칠만 가정보육을 하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격이 없는 일부 원장선생님의 모습이겠지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물론 평가를 꼼꼼하게 받아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제 경우,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개인 빨대컵 하나로 물을 제공했던 원의 방침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평가 인증을 받으며 개선됐습니다. 평가 준비 과정에서 위생상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컵을 통해 수시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바뀐 것입니다. 또한 교실의 가구나 장난감 배치도 안전 등을 고려해 깔끔하게 재배치 됐습니다.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집의 문제점들이 개선되니 보육 질이 업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평가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제 마음도 한결 든든했답니다.

모든 어린이집이 공통된 평가 기준을 받고 모든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보육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모든 부모가 바라는 것일 겁니다. 저 또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의 인권, 안전, 위생은 정말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평가를 거부할 경우 해당 어린이집에 행정처분(시정명령 후 운영정지)까지 적용한다니 평가의무제에 대한 국가의 의지도 결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평가의무제가 정작 교사들에게는 힘들고 귀찮은 제도로 여겨진다면, 이건 아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일 것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입장에서 항상 기억하는 게 있습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겁니다. 교사에게 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교사가 부모의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내야 내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으니까요. 부모 입장에서 감히 말한다면, 아이를 돌봐주는 교사가 쫓기지 않는, 지치지 않는 평가기준과 평가기간을 고려해 평가의무제가 시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집이 평가 준비로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고개 끄덕일 수 있는 평가의무제로 잘 시행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안전한 보육의 질을 제공받길 바랄 뿐입니다. 더 나은 평가의무제가 되길 응원합니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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