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아빠를 놀이대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비법
봉이 아빠를 놀이대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비법
  • 칼럼니스트 권정인
  • 승인 2019.07.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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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사 엄마가 들려주는 쿵짝쿵짝 육아일상] 아이와 노는 배우자를 격려해요

나도 엄마가 처음이었던 것처럼 아빠 역시 처음부터 아빠가 아니었기에 아이 돌봄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엄마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아빠들이 헤맬 때 엄마가 나타나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의 경우는 아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임엔 확실하다.

내가 어릴 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구분돼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첫째 봉이가 태어나고 병원 연계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기념 영상을 촬영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퉁퉁 부은 얼굴이 좀 신경 쓰였지만 생후 이틀 차 봉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에 임했다. 엄마와 아빠가 봉이를 안고 영상편지를 쓰는 콘셉트였는데, 그때 아빠는 봉이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맙고, 앞으로 너에게 '친구같은' 멋진 아빠가 되어줄게."

시간이 흘러 봉이는 이제 7세 어린이가 됐다. 아빠는 과연 봉이에게 친구같은 멋진 아빠였을까?

◇ 유아기 봉이가 음치아빠의 노래를 더 좋아한 이유

봉이는 유아기때 아빠와 까꿍놀이, 목욕놀이, 손손손놀이를 주로 했다. 봉이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이자 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는 손손손놀이다. 어느 날 봉이아빠가 어떤 노래를 부르며 봉이와 놀고 있었다. 나름 동요 좀 불러본 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노래였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손손손손 배꼽, 손손손손 가슴”을 반복적으로 노래하며 봉이의 신체를 구석구석 만져 주는 봉이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봉이는 꺄르르 웃으며 뒤로 넘어갈 정도로 좋아했다.

아빠가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라면 봉이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봉이 아빠의 노래는 맞는 음정보다 안 맞는 음정이 더 많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봉이가 좋아했을까? 음정이 비교적 정확한 음악치료사 엄마인 내가 아빠의 놀이를 재현해봤다. 그 결과는?

봉이는 역시 좋아했지만 아빠가 해줬을 때만큼의 반응은 아니었다. 그 뒤 나름의 관찰을 통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아빠의 목소리다. 봉이 아빠는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음정보다 목소리가 주는 효과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아빠의 목소리가 엄마보다 좋다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놀이에 아빠의 목소리가 더 적합해서 좋아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따뜻한 손이다. 봉이 아빠는 유난히 손이 따뜻한 편이다. 겨울에 손을 잡으면 그 온기 덕에 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진 경험이 떠올랐다. 봉이도 놀이를 하며 자신의 신체 부위에 전해지는 아빠의 온기에 기분까지 좋아진 것이 아닐까.

세 번째는 보조개로 추측해 보았다. 봉이와 눈을 맞추며 ‘손손손손’ 부분에서 활짝 웃는 아빠 얼굴에 핀 보조개는 아빠의 웃는 얼굴을 더 강조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봉이는 아빠를 많이 닮은데다 보조개까지 닮았다. 그래서 더욱 친근함도 느꼈으리라. 

우리는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운동하고, 노래하고, 등산하는 나름의 계획을 미래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아이와의 유대는 그렇게 갑자기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아기 때부터 함께 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이 아이와 부모의 정서적, 그리고 무의식적 공감대를 이루며 다음의 활동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봉이는 자라며 신체 활동도 활발해졌고 날이 좋으면 대개 바깥활동을 하러 나서곤 했다. 그런데 봉이 아빠는 축구나 야구 등 외부활동보다는 손으로 작업하고 머리로 생각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빠가 봉이를 위해 선택한 놀이는 바로 그림 그리기와 보드게임, 블록 조립 등이었다.

봉이아빠가 봉이에게 그려준 그림. 색칠은 봉이가. ⓒ권정인
봉이아빠가 봉이에게 그려준 그림. 색칠은 봉이가. ⓒ권정인
봉이아빠가 봉이에게 그려준 그림. 색칠은 봉이가. ⓒ권정인
봉이아빠가 봉이에게 그려준 그림. 색칠은 봉이가. ⓒ권정인

봉이가 미디어나 책에서 본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할 때마다 그림 실력이 많이 부족한 엄마는 참 난감했지만 아빠는 쓱싹쓱싹 멋지게 그려주었다. 봉이는 그 그림을 신나게 칠하고 소중히 간직했다. 보드게임을 할 때는 난이도를 조금씩 올려가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타인과의 관계까지 생각하는 봉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블록 조립을 할 때는 아빠가 제시한 모델을 넘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끼리 합치기도 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 ​

◇ ‘아빠 효과’를 위한 봉이네 비법

'아빠 육아'의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요즘 매체에서는 아빠의 육아, 아빠와의 놀이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집 아빠도 저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는 반면에 아빠들은 '저 정도까지 해야 하나'라는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아빠를 놀이대장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내린 몇 가지 결론이 있다.

첫째, 아빠가 가진 장점을 파악하라. 장점에는 성격, 외모, 신체적 특징, 체력 등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한다. 그중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는 것에서부터 놀이를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아빠가 선호하는 활동을 적용하라. 아빠가 좋아하고 잘하는 활동을 아이의 수준과 취향에 맞춰 접목시킨다면 더 이상 아빠도 아이와 노는 것이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배우자의 격려다.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아빠의 진심 어린 한마디와 따스한 포옹이 힘이 되는 것처럼 아빠가 아이와 놀이할 때 아빠가 얼마나 멋지고 잘하고 있는지를 표현해주고 이를 아이에게도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이상의 결론은 봉이네 집에만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혹여 아빠와의 놀이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고민하는 가정이 있다면 얼마든지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권정인은 학부는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나 석사는 법학과 음악치료학을, 그리고 현재는 운동생리학 박사과정 중인 인문, 자연, 예체능을 의도치 않게 두루 경험하게 된 현직 음악치료사입니다. 6세와 7세 연년생 남매를 양육하며 일어나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엄마이자 음악치료사로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리듬게임핸드북」(도서출판 파란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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