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 것과 허용하는 것
잘 듣는 것과 허용하는 것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07.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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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자기통제력을 기르는 잘 듣기

현장에 초대를 받아 부모교육을 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가는 곳마다 꼭 질문을 받는 내용중의 하나가 있습니다. 이 지면에는 그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저는 부모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요, 제가 교육을 하는 것은 강사님의 말씀과 같아서 너무나 안심이 되는데 주변에서는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별나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해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왜 그러면 안되는 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주변에서는 속 좋은 어머니라고 이야기를 하다고 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자신에 대해 칭찬과 지지를 받고 싶어서 질문을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잘 하는 어머니인데 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러면 저는 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시는데 주변에서는 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별나다고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필히 이런 답을 주로 합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자주 옵니다.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의 갈등을 자주 일으키고 양보를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떠신가요? 

“아이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좀 봐줄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유치원 때까지는 별 문제 없었어요.”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런 딜레마에 빠진 질문을 받으면 과연 부모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해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첫 번째의 단계일 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우리말에 중의법이 적용됩니다. 첫 번째,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준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화내지 않고 다 해결해준다는 의미입니다. 한국말의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이렇게 크게 오해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교육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낍니다. 주로 부모님들은 두 번째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전부 다 들어준다고 했습니다. 화도 내지 않고 말이지요.

부모교육에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결해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 지 잘 알아듣는다는 말입니다. 경청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하고 있지만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오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자녀교육에서는요.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베이비뉴스

유아기 때부터 부모가 화를 한 번도 내지 않고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게 되면 아이는 다른 아이들, 사람들이 있는 공동체의 삶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해야 될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허용되었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지 않거나 하고 싶은 데로 하지 못하면 화를 내거나 약간의 폭력성향도 드러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지내거나, 수업이라고 하는 규칙적인 시간을 지키거나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를 수가 없게 됩니다.

이렇게 갈등이 일어나고 그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한테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오히려 원망을 목소리로 일러줍니다. 하지만 그 아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더 힘들어하고 그 뒤에 있는 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해줘야 합니다. 잘 듣는 다는 것은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 지를 잘 파악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요구를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단호하다는 것은 화를 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안 되는 것은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규칙을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것도 지키지만 때로는 양보를 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부모는 훈육을 해야 합니다. 이런 때는 길게 설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안 되는 것은 단호하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짧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설명은 아이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 길게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혹은 비유를 통해서 그리고 꼭 지켜야 하는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나가야합니다.

아이의 말을 다 수용해주는 무작정 친절하기만 했던 부모들에게서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아이로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서 잘 듣는다는 의미를 잘 알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 나가야 합니다.

정말로 잘 들을 수 있는 부모가 되면 아이들도 잘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됩니다. 그것이 자기통제의 시작이고 세상과 교류하는 시작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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