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동생의 뺨을 때렸다
큰아이가 동생의 뺨을 때렸다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9.07.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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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베이비뉴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베이비뉴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끝도 없이 고비와 좌절이 이어지는 일인 것 같다. 어린이집 시절을 지나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지나 아이를 맡기는 일로 전전하지 않게 되니, 이제 짐짓 인격체(?)가 된 아이들이 각자의 성격대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큰 아이가 중학교까지도 무사히, 착하게 잘 지나가주는구나 싶어 마음을 놓으니 “엄마, 속았지?” 하면서 뒤통수를 크게 치는 느낌이랄까.

아이 키우는 데는 정답이 없다지만 얼마전 있었던 그 일은 충분히 나에게 좌절을 주었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었다. 남편은 회식이 있다며 귀가 전이었고, 아이들과 나는 저녁을 먹고 나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잠시 휘발유 냄새 같은 것이 났다. 아마 작은아이가 ‘방학을 맞이하여’ 매니큐어를 바른 모양이었다. 큰아이가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나온 것 같았고, 동생에게 '냄새 나는데 왜 여기서 발랐냐'며 신경질을 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찰싹’ 하는 소리가 난 것은 순식간이었다. 작은아이는 볼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고, 큰아이는 그 앞에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나는 놀라서 바로 아이들에게 달려갔는데, 작은아이는 물론이거니와 큰아이의 표정도 못지않게 얼어 있었다. 일단 큰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었길래 동생을 때렸으며, 그것도 얼굴에 손을 대다니 용서할 수 없다며 혼을 내는데 나도 눈물이 나오는 게 아닌가.

동생과 종종 투닥거리긴 하지만 사이가 좋은 자매였다. 집에서 손찌검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고, 평소에 차분하고 합리적인 아이다. '도대체 왜? 뭐가 문제였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하는 여러 생각이 밀려들면서 '나는 지금까지 뭐를 한 거지?'라는 근본적인 자괴감이 들었다.

언니한테 맞은 동생도 울고, 엄마한테 혼나던 큰아이도 울고, 엄마까지 질질 짜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우선 모면해보고자 “내일 차분히 다시 얘기하자”고 말하고 큰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작은아이를 달래서 재우고, 나 역시 착잡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회사 언니들에게 상담을 했다. 나보다 몇 년 먼저 자매를 키운 언니들은 하나같이 '크게 걱정하지 말아라, 그러다가도 며칠 지나서 또 둘이 좋아고 히히덕거리고 지낸다'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큰아이가 동생에게 사과하고 넘어가게 하도록'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누구에게 얘기하면 “혹시 너희 부부가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줬니?”라거나, “아이가 문제 있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까봐 바짝 긴장했었는데, 그렇게 ‘엄마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래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거구나. 아무리 내가 잘난 척해봤자 ‘엄마 선배 언니들’만 한 육아 조력자는 없구나.

다음 날 잔뜩 긴장한 채로 큰아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에게 사과했어?"라는 내 문자에, 다행히 ”넵!“이라는 답문이 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이번에도 나는 겨우 한 고비를 넘었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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