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밀레니얼 세대가 육아를 바꾸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이며 사교육이 친숙한 세대다. 자녀를 한두 명만 낳아 키우며, 맞벌이 부부가 다수이고, 이들은 개인적인 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보 탐색에도 능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무조건 시키지 않고 똑똑하게 고른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과 출산으로 부모가 되면서 이전 세대와 다른 육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 얼굴보다 ‘전집’과 ‘교구’부터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이들의 현실. 아이를 만날 기쁨보다 아이 교육에 대한 막막함부터 느끼게 하는 사회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8일 서울 용산구 노워리카페에서 영유아 양육자들과 함께 ‘제2차 와글와글 작당회’를 진행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와 함께한 이번 모임은 1차 작당회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각각의 문제의식에 답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나열·분류한 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 사교육 활동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3일에 진행한 1차 작당회에서 영유아 양육자는 아이를 키우는 모든 영역에 침투한 사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사교육은 다 나쁠까 ▲우리는 왜 사교육을 할 수 밖에 없을까 ▲기관의 질과 교육 신뢰도가 낮아 사교육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걸까 ▲사교육을 받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등의 질문을 도출했다.
◇ “시대 변화, 법에 반영하기 위해 ‘영유아 인권법’ 운동 필요하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의 육아를 “같이 아이들을 돌보며 육아를 배운 세대가 아니고 아이를 갑작스럽게 맞이한 상황”이라고 정리하며, “사교육은 양육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함을 해결하는 좋은 대체제”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부모를 위한 강좌 사업, ‘안심해요 육아’ 소책자 발간·배포 운동, 지역 모임, 영유아 시민위원회·모니터링단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교육을 왜 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서 사교육 상품 허위·과장 광고 모니터링과 영어학원과 사립초등학교의 조기영어교육 모니터링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유치원·어린이집 교육의 질 때문에 사교육을 선택한다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유아·초등 교육과정 선행학습요소 개선 운동과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학부모 권리 찾기 운동과 ‘영유아 양육자가 누릴 권리’ 책자 제작을 예정하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좋고 나쁜’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활동으로는 ‘영유아 인권법 제정 운동’이 있다. 영유아 인권법 제정 운동은 이번 작당회에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유정(가명) 씨는 “사회 최대 약자가 영유아이기 때문에 법적·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기에 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시대적 변화가 큰 만큼,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3월 자녀 동의 없이 자녀의 사진을 SNS에 게시한 부모에게 법적 처벌을 내리기로 한 프랑스 사례를 거론하며 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모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교육 없는 육아를 위해 고민하다 이번 작당회에 찾아오게 됐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센터 등에 검색을 하면 엄마표 교육이 굉장히 많지만, 보험 같은 상품 안내를 포함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씁쓸하다”며,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지만 통로를 모르겠다”며 적극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올해 초 발간한 책자 ‘안심해요 육아’ 발간·배포도 호응을 받았다. 동시에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대안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희진 씨(가명)는 “책자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 것 같지만 ‘너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비관적이 된다”며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대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모바일용 소책자 콘텐츠 가공,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 등의 책자 구매처 마련 등 모바일에 친숙한 양육자를 위한 전략들이 쏟아져 나왔다.
◇ “아이 데리고 강의 참석 어려워…지역 내 정서적 거점 필요해”
반면, 영유아 양육자가 생각하는 아쉬운 활동으로 ‘강좌 사업’이 꼽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영유아 부모들을 위한 강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이임숙 아동심리전문가, 심재원 육아에세이 작가,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 윤지희 대표 등 영유아 교육 전문가와 함께 ‘안심해요 육아’ 부모 특별강좌를 개최한 바 있다.
김소라 씨는 “아이를 데리고 강의장에 오는 게 쉽지 않다”며 “워킹맘은 육아 관련 정보가 부족한데, 모든 강의가 평일 낮에 진행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주말 낮으로 시간을 옮긴다거나 유튜브·팟캐스트 등으로 진행하기를 원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최현주 씨는 “교사나 기관 원장이 현장에서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성 있는 강의나 연수가 있었으면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이번 작당회에서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있게 도와줄 실행 과업이 제시됐다. 김소라 씨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플랫폼이 있다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씨는 지역에 마련된 정서적 거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또한 부모와 함께 주양육자 계층으로 활동하는 조부모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작당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현재 양육 당사자들인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아우르며 영유아 대상 운동을 펼쳐나가는 원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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