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매 아래 보이는 내 팔뚝이 허전하다. 더운 여름은 진정 액세서리의 계절이다.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취미를 갖고 있는 나는 비즈공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원석과 다양한 비즈로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드는 건 즐겁고도 뿌듯한 일이다.
모처럼 일과가 일찍 끝난 날, 그동안 사서 모아 두었던 내 보물들을 꺼내본다. 반짝거리는 녀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났다.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더니 정말이다. 아무리 예쁜 구슬이라도 꿰지 않으니 그저 서랍 속에서 잠만 자고 있다. 자, 이제 이 아름다운 구슬로 나만의 '보배'를 만들어 보자.
내 팔목에 맞는 팔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팔찌 길이가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이에 맞춰 조화롭게 구슬의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그러니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색 배합을 맞추어 원석을 배열하자니 길이가 애매해지고, 길이를 기준으로 팔찌를 만들자니 구슬 조합이 애매하고, 아, 어렵다.
구슬을 꿰었다가 빼기를 수십 번.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했지만, 올여름 나의 패션을 위해 꾹 참고 만들어 본다. 아,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팔찌 완성이다.
완성된 팔찌를 손목에 차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마음에 쏙 든다. 팔찌를 쓰다듬으며 웃다가 문득 아이들을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아이들. 어른이면서 엄마인 나에겐 반짝거리는 원석들. 하지만 이 아이들을 내가 만들고 싶은 보석으론 만들 수 없겠지.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보배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할 것이다. 중간중간 실수도 하고, 시작해 놓고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만들어 간다면 언젠가는 제 마음에 쏙 드는 '보배'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보배를 완성할 때까지 어깨도 주물러 주고 응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일테다. 나만의 팔찌를 만들어 행복한 나처럼 스스로 자신만의 보배를 만들어야 아이들이 진정 행복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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