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유리천장’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여성에게 유리천장이 있듯이 남성에겐 ‘유리비상구’가 있다는 말도 들어보셨나요? 「두 번째 페미니스트」(아르테, 2019년)를 쓴 서한영교 작가. 시각장애인 아내와 함께 세 살 난 아이를 키우는 그는, 스스로 ‘남성 아내’라 칭합니다.
지난달 16일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느낌의 세계를 박탈당한” 한국 사회의 아버지들 앞에 존재하는 ‘유리비상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말을 카드뉴스로 옮깁니다.(관련기사 : 저는 남성, 아빠, 그리고 ‘두 번째 페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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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유리천장 있듯 남성에겐 ‘유리비상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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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이죠. 그런데 여성에게 유리천장이 있듯이 남성에겐 ‘유리비상구’가 있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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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의 서한영교 작가. 시각장애인 아내와 함께 세 살 아이를 키우는 그는, 스스로 ‘남성 아내’라 칭합니다. 이 사회의 아버지들 앞에 있는 ‘유리비상구’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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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제1역할이 생계부양이 됐잖아요. 전통사회에서는 아버지에게 교육의 역할이 중요했죠.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들어오고부터 생계부양의 역할만 과도하게 강조된 아버지 모델이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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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하잖아요.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더 올라갈 수 없게 투명한 유리로 막아놓은 천장. 저는 그것처럼 남성들한테는 ‘유리비상구’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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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빠져나갈 수 없게 투명한 유리로 막아놓은 비상구. 아이가 태어나거나 부모님이 아프다거나, 어떤 비상 상황에서 비상구로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막아놓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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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육아휴직을 하면서 일을 못하게 됐어요. 육아휴직 하겠다 하니, 기다려줄 수 없다 하더라고요. 또 지금 일로는 복직할 수 없다고, 새 사람을 뽑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냥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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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남성들에게 ‘잠시 한 발 뒤로 물러서도 된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투명하지만 막혀 있는 유리비상구를 만들어놓고 ‘너 여기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라고 암묵적으로 협박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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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작은 순간에도 감동을 많이 받거든요. 물론 난감한 순간들도 많지만, 작게 반짝이는 감동의 순간들이 있어요. 세상에 이렇게 엄청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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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아버지들은 ‘느낌의 세계’를 박탈당했어요. 느낌을 잃어버릴 만큼 아버지들을 바쁘게 만들죠. 한 발만 삐끗해도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낭떠러지를 맛볼 거라는 공포 속에서 일만 하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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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이 사회에 요구해야 할 권리는 감동받을 권리예요. 아이를 오래 지켜보지 않으면 감동받을 수 없거든요. 그러려면 남성들에게 ‘최전선에서 한 발쯤 물러나도 괜찮아’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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