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 손 씻기가 확실한 예방법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 손 씻기가 확실한 예방법 
  • 칼럼니스트 김택선
  • 승인 2019.08.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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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K의 육아코치] 손 씻기와 철저한 위생관리는 전염병 예방의 '핵심'

어느 날 병원에 유치원생 환자 민수가 찾아왔다. 민수는 며칠 동안 목 통증을 호소하다가 39도 이상의 고열을 앓았다. 열이 난 다음 날 민수의 온몸에는 닭살과 붉은 발진이 돋았고 혀는 산딸기처럼 빨개졌다.

나는 민수에게 편도염을 동반한 위의 전형적인 임상 소견에 따라 '용혈성 연쇄상구균(GAS, Group A beta hemolytic streptococcus)에 의한 성홍열'이라고 진단하고, 목의 분비물로 배양검사를 한 후 항생제를 처방했다.

민수에게 왜 이런 질병이 찾아온 것일까? 민수는 평소 손도 잘 닦고 손톱도 깨끗하게 잘 정돈하는 어린이다. 그런데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범인은 민수가 집에서 키우는 장수풍뎅이에 있었다.

민수는 장수풍뎅이를 4개월째 키우고 있었는데, 처음 풍뎅이를 입양한 후 풍뎅이 집을 청소하거나 톱밥을 바꿔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여름철 내내 톱밥에 가끔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축축하게 해주는 정도의 관리만 하고 있었다.

거기다 호기심 많은 민수는 유치원에서 하원 후 야행성인 장수풍뎅이를 찾느라 종종 톱밥을 손가락으로 뒤적거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민수는 아직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있고,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코도 자주 후비는 편이었다. 

결국 나는 민수에게 용혈성 연쇄상구균이 자라기에 좋은 배지가 될 수 있는 더러운 톱밥을 버리고, 장수풍뎅이를 참나무 숲에 놓아주라고 권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민수의 부모님께는 복약 후 24시간 격리 조치하고 10일간 항생제를 빠짐없이 먹이라고 당부했다. 민수와 장수풍뎅이와의 아름다운 추억은 용혈성 연쇄상구균의 개입으로 인해 결국 슬픈 이별로 끝나고 말았다.

사라진 질병인줄 알았던 용혈성 연쇄상구균이 일으키는 성홍열이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비뉴스
사라진 질병인 줄 알았던 용혈성 연쇄상구균이 일으키는 성홍열이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비뉴스

용혈성 연쇄상구균은 일반적으로 인두염이나 편도염을 일으키지만 2종 법정 전염병인 성홍열(Scarlet fever)의 원인균이기도 하다. 이 성홍열은 보통 6~15세에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무서운 것은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을 앓고 난 후의 합병증이다.

1주 정도 후에 오는 중이염, 유양돌기염, 폐렴 등은 낯익은 병명들이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2~3주 뒤에 나타나는 급성 사구체신염(Acute glomerulonephritis)과 류머티즘열(Rheumatic fever)은 의사들도 확실히 설명하기 어려운 면역반응에 의한 질병이다. 이름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용혈성 연쇄상구균과 이로 인한 성홍열, 그리고 또 연이은 합병증의 연속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콩팥 합병증의 증상은 붉은 소변이다. 그래서 대부분 쉽게 합병증임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을 앓고 나서 2~3주가 지난 후 등장하는 합병증인 류머티즘열은 50~80%의 높은 빈도로 심장 염증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류머티즘열은 심장의 일부인 승모판의 역류나 대동맥판의 역류 같은 판막질환을 유발하고 부정맥이나 심 잡음을 동반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어릴 때 앓았던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이 어른이 된 후에 심장병과 중풍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과거에는 입대를 위해 검사하다가 심 잡음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았고, 판막질환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 판막 주변에 고여 있던 혈전이 뇌혈관까지 가서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중풍이 오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사라진 질병인 줄 알았던 용혈성 연쇄상구균이 일으키는 성홍열이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전국 신고 건수는 106건이었는데 2017년에는 2만 754건으로 늘어났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소아의 단체생활 증가, 항생제 내성균 출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와 보건 분야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용혈성 연쇄상구균과 그로 인한 류마티스성 심장질환에 대한 적극적 대응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2018년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예방백신 등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름철 용혈성 연쇄상구균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핵심은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다. 평소 손을 잘 씻고 외출 후 돌아오면 꼭 양치하기 등 세심하게 개인위생 관리를 잘하는 것, 아이의 장난감을 잘 닦고 말려 청결하게 하는 것, 주변의 감염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아이를 잘 차단하는 것 등 말이다.

심장질환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성홍열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라고 말한다면, 뭔가 식상하고 진부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손 씻기와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보다 더 근본적이고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칼럼니스트 김택선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등 여러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과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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