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앨범을 타고 아이와 함께 추억여행 떠나봐요
서랍 속 앨범을 타고 아이와 함께 추억여행 떠나봐요
  • 칼럼니스트 박민주
  • 승인 2019.09.0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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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쉼표육아] 사진은 찍는 것만큼 함께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서재를 정리하다가 책꽂이 한쪽에 놓인 큰 상자가 눈에 띄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가족 사진 앨범, 결혼 사진 앨범, 나의 어릴 적 사진 앨범이 들어 있었다. 앨범을 한 장씩 넘기며 '내게도 이런 때가 있었지' 추억에 잠겼다. 바쁜 일상에 잊고 있었던 순간들이 앨범 속 사진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금보다 풋풋하고, 활기차고, 활동적인 내 모습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졌다. 

앨범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아이 옆에 앉아 앨범을 한 장씩 넘기며 사진을 봤다. 

아이는 "아빠랑 엄마랑 똑같아요. 아빠는 너무 멋져요. 엄마는 예뻐요"라고 관심을 보이며 좋아했다.

아이의 성장 앨범을 꺼내어 한 장 넘기자 100일 기념사진이 보였다. 아이는 그 사진을 보곤 "엄마, 여기 아가 있어"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자기 사진을 가리켰다.

"그래, 여기 아가 있지? 너 아기 때 사진이야."

나는 사진을 보며 아이의 이름을 불러줬다. 앨범을 한 장 씩 넘길 때마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고 때론 "우와~"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아이는 그 후로도 간식을 먹고, 놀이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손에서 사진을 놓지 않았다.

"아기 사진 좋아?"

"좋아요. 내 거야."

'좋아요. 내 거야'는 아이가 이 사진을 갖고 싶다는 표현이다. 

서랍 속 잠든 앨범을 꺼내들고, 아이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베이비뉴스
서랍 속 잠든 앨범을 꺼내들고, 아이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평소에도 아빠 엄마 핸드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는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고, 사랑스러운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루에도 몇 장씩 남기는 사진과 영상 때문에 핸드폰 저장공간은 늘 부족했다. 남들 눈에는 다 비슷한 아이의 표정이 우리에겐 늘 특별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핸드폰 사진첩에는 아이와 함께한 여행, 어린이집 생활 등 다양한 일상이 그대로 담겨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소중한 순간들을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기록을 한다.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앨범을 만들며 다양한 방법으로 추억을 남겨둔다. 나중에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나고, 그리워질 날이 오면 사진을 보며 추억하려고. 아이의 모든 순간이 소중해서. 부모로서 함께 공유하고 간직하려고. 오래 기억하려고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의 성장을 저장하고 기록한다. 

◇ 찍을 땐 별 것 아니던 일상도 사진으로 다시 보면 '특별한 추억' 

서랍 속에 소중하게 넣어둔 앨범을 꺼내 보자. 하나의 놀이처럼 아이와 앨범을 보며 '사진 놀이'를 해 보는 것이다. 동화책을 읽듯이 사진을 보면서 아이에게 사진을 설명해 주면 된다. 아빠, 엄마, 할머니, 이모 등 사진 속 가족의 명칭을 불러주자. 사진과 동요를 연결해 노래를 함께 불러도 좋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아이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된다.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도 특별하게 추억할 수 있다. 

우선은 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최근의 일이 기록된 앨범부터 꺼내는 것이 좋겠다. 얼마 전 다녀온 가족 여행,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찍은 사진, 집에서 간식을 먹거나 놀이하는 사진 등 어느 것이든 다 괜찮다. 그다음에는 올해 찍은 사진, 작년에 찍은 사진, 재작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사진부터 보며 추억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사진은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직하고 활용하는 것, 그리고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앨범 속 사진을 타고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어른에겐 그저 평범하기만 한 일상도 아이에게는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이가 사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마다 성향, 성격, 취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진에 큰 관심이 없다면 그냥 한 번 보여주고 거실 장이나 책상에 놓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이 사진에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엄마 아빠가 육아에 지칠 때, 아이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날 때,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 핸드폰 속 디지털 사진이 아닌 손에 잡히는 사진으로 잠시 육아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내가 그렇다. 아이를 키우며 보람을 느끼고 감동하는 순간이 있는 만큼, 체력과 마음 모두 방전되는 날도 있다. 산 넘어 산인 육아,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일이 생기는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운 날이 때로 있다. 그런 순간 아이의 지난날이 담긴 사진을 보다 보면 사진 속 아이의 환한 미소에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지금,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앨범으로 하나뿐인 엄마표 놀이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엄마가 들려주는 사진 속 추억여행' 소소한 일상 속 물건이 아이와 부모에게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칼럼니스트 박민주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유치원 교사로 일했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과 쌓아온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친 육아에 쉼표가 되는 글로 마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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