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아이의 표현력 높여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아이의 표현력 높여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19.09.0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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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의 표현력을 키우는 부모의 역할

유치원 공개 수업에서 우리 아이가 발표하러 나왔는데, 아이가 바닥만 내려다보고 잔뜩 웅크린 채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본다면? 부모는 속상할 수밖에 없다. 어떤 부모는 급한 마음에 아이의 말하기 능력을 키우려고 키즈 스피치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말하기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연습과 훈련으로도 발달할 수 있다. 즉 어릴 때 미리 말하기 학습을 하면 잠재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가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다.

아이의 표현력을 키우는데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베이비뉴스
아이의 표현력을 키우는데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베이비뉴스

아이가 말을 잘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려면 생활 속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말할 때 자신감이 없고 위축돼있다면 평소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반응하거나, 자주 잔소리하거나, 핀잔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아이의 성격이 소심하다고 윽박지르면 아이는 더 주눅 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부모의 과잉보호로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부족해 의존성이 높아진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표현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가 하는 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절히 장단도 맞춰 주면서 아이가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준다.

◇ 뭐 물어보면 '네', '아니오'만 하는 아이에게 효과적인 '사지선다 질문법' 

일차적으로 아이와의 원활한 대화 환경을 마련했다면 기술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의 대표적인 특징은 단답형이다. 질문했는데 “네”, “아니요”, “그냥”, “몰라”와 같은 말로 대화를 끝내는 아이는 더 이상 생각을 확장해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럴 때는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부모가 사지선다형으로 질문을 바꿔서 몇 가지의 상황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선택하게 해보자. 

예를 들어, 아이가 일반 유치원을 다니다가 갑자기 영어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어 적응하는데 힘든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아이에게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한다면 이렇게 다시 물어보면 된다.

“1번 짜증이 난다, 2번 힘들다, 3번 괜찮다, 4번 그만 다니고 싶다. 이 중에서 어떤 마음이야?”라고 아이가 제 생각을 더욱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아이가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한다면 제 생각과 감정이 뭔지 잘 모르는 데다 표현하는 방법도 몰라서일 수도 있다. 

곰으로 보이는 그림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이게 뭘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곰”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물으면 “그냥”이라고 할 뿐 더 상 길게 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가면서 아이가 더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 아이 기질 바꾸려 들지 말고 우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것 

예를 들어 “곰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뭘 보고 곰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때 아이에게 정해진 대답을 강요하거나 유도하기보다는 아이가 제 생각을 스스로 살피며 적절히 표현하도록 서서히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제 논리를 만들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한편 아이의 표현력을 높이고 싶다면 육하원칙에 따라 질문을 하면 효과적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에 따라 아이가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면 된다. “왜 그렇게 하고 싶어?”, “어떻게 하다가 그 일이 벌어졌니?”, “무엇 때문일까?”, “어디서 일어난 일이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이의 표현력 발달에 양육환경이 전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이가 어릴수록 기질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아이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아이의 기질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이는 더 위축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자아가 발달할 수 있다.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고, 이후는 아이가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가는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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