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아이와 여행,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요?
3~4살 아이와 여행,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요?
  • 칼럼니스트 송이진
  • 승인 2019.09.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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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포터 엄마의 행복한 여행 육아] 아이와 행복하게 여행하는 비법

“기저귀 떼고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애 낳고 처음 간 해외여행이었는데 홍콩에서 제일 길다는 에스컬레이터 있잖아요. 영화 중경삼림 보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글쎄 에스컬레이터에 첫발을 딱 올려놓는 순간, 애가 갑자기 똥이 마렵다는 거예요. 급한 마음에 남편이 업고 뛰기는 했지만…. 또 애가 먹을만한 음식은 왜 그렇게 없는지. 정말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다니까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출산 비화 못지않은 여행 비화가 쏟아졌습니다. 저 역시 아이와 함께했던 수많은 여행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는데요. 대부분 걷기에 탄력이 붙는 15개월부터 약 2년간, 한국 나이 3살에서 4살 사이에 집중되어 있더군요. 말은 통하지 않는데 천방지축, 뛰어다니기만 좋아하는 나이. 아이와 했던 여행을 뒤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아직 말이 안 통하는 3~4살 아이와 여행,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송이진
아직 말이 안 통하는 3~4살 아이와 여행,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송이진

◇ 3~4살 아이와 여행, 솔직히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육아 전문가들은 말하잖아요. 만 3세까지 발달하는 뇌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요. 그렇기에 얼마나 다양한 오감을 경험해 주느냐가 아이 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아이에게 무궁무진한 놀이이자 학습의 기회였습니다.

종일 아이에게 맞춰 종종거리는 저희 부부에게도 여행은 힐링의 시간이었는데요. 나가봤자 동네 놀이터인 일상에서 벗어나 콧바람을 쐬고 오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쉼표가 찍히는 듯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시기는 분유 병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기저귀를 떼면서 가방이 가벼워지는, 여행하기 편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유모차와 간식을 챙겨야 하고 시간마다 낮잠도 재워야 하기에 번거로움은 결국, 똑같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잘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다칠 위험은 더 커져 부모 입장에서는 피곤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때 아이들은 ‘자아’라는 것이 생기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려 통제가 불가능할 때가 많은데요. 제 아이도 종종 자기가 따야 할 뚜껑을 엄마가 땄다거나 집에서 항상 먹던 반찬을 내놓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렸답니다. 그 바람에 낯선 여행지에서 '멘탈'이 탈탈 털리는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해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아이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행을 다니다 보니 하나둘, 요령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보다 편한 아이와의 여행을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송이진
보다 편한 아이와의 여행을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송이진

◇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관광보단 휴양 중심으로 아이가 감각을 집중해 체험하도록

첫 번째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에게 집 밖은 모두 낯선 여행지입니다. 때문에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요. 어떤 부모들은 아이 나이 만 24개월까지 항공 요금을 10%만 내도 된다는 사실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 지난 아이를 별도의 좌석을 사지 않고 무릎에 앉히거나 기내용 요람에 재우기는 서로에게 편하지 않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 좋아요.

또한 이 나이에는 관광보다 휴양이 좋습니다. 아직 친구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심심해하지 않을 나이이기 때문에 한적한 곳에 아이를 놓아두고 함께 휴식을 취하면 좋은데요.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는 것보다 몇 가지의 감각을 집중해서 체험하게 하는 곳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동물원을 둘러보기보다 토끼 한 마리에게 먹이 주기, 워터파크에서 놀기보다 갯벌이나 해변에서 조개를 줍고 모래성을 쌓는 것이 부모도 편하고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규모가 큰 곳보다 작은 곳이 아이를 따라다니기에도 좋고, 아이가 하나를 집중해서 탐색하는 데도 좋습니다. 반면 숙소는 편의시설이 한 곳에 모인 리조트나 복합 단지가 좋은데요. 아이를 데리고 매번 이동하는 것이 꽤 번거로운 일이기에 식당, 수영장, 키즈클럽, 마트, 스파 등의 편의시설이 한곳에 갖춰져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외여행을 생각한다면 저는 베트남이 가장 만만했습니다. 다낭과 나짱은 선택할 수 있는 리조트가 많고 쌀을 주재료 하는 데다 짭짤한 어장소스가 베이스로 쓰여 아이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거든요.

이 시기의 아이는 다양한 감각을 집중해서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송이진
이 시기의 아이는 다양한 감각을 집중해서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송이진

바다와 해변이 중요하다면 필리핀도 추천합니다. 특히 저는 소박한 시골 보홀에서 본, 손으로 들어 올리면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던 고운 모래 해변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보라카이는 가는 길은 복잡하지만, 물빛이 워낙 아름답고 바다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놀기 제격이었고요. 괌은 다른 여행지에 비해 숙소의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바다와 해변을 즐기면서 쇼핑할 수 있어 엄마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입니다.

그렇다면 떠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아직 오래 걷기 힘든 시기이므로 경량 유모차는 필수입니다. 입이 짧은 아이라면 아이 반찬도 챙겨가는 것이 안심인데요. 여행 중에는 활동량이 많아져 수시로 먹일 수 있는 간식도 필요합니다. 상온에서도 상하지 않고 보관이 용이한 멸균 우유나 맛밤, 육포 같은 것이 좋습니다.

기저귀를 뗐다고 해도 여행 시에는 몇 장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급한데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거나 낯선 환경에서 볼일을 쉽게 못 보거나 변기가 더러울 때 유용하기 때문인데요. 제 아이는 집에서는 잘 가리다가도 여행 중에 너무 열심히 놀거나 피곤해 곯아떨어지면 실수할 때가 있었어요.

이 시기에는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규모가 크고 번잡한 곳에서는 유모차에 태우는 것이 안전하고요, 아직 부모의 연락처를 외우기 전이라면 전화번호를 기재한 미아 방지용 목걸이나 팔찌를 꼭 채워주도록 합니다. 이렇게만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3살에서 4살 아이와의 여행도 무리 없이 떠날 수 있습니다.

◇ 정말 힘들었지만, 눈물 핑돌게 그리운 시기… 부지런히 아이와 떠나보세요 

돌이켜 보면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장 그리운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싶어요. 종일 사고를 치며 힘들게 하다가도 ‘이쁜 짓’이란 한마디에 제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며 온갖 애교를 부려 절 웃게 만들었거든요.

자그마한 유치를 활짝 드러내며 해맑게 웃던 그 시절의 여행 사진들은 아직도 꺼내 볼 때마다 큰 행복을 준답니다. 그러니 조금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열심히 떠나보세요. 3살에서 4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 어떤 시기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가장 예뻤던 시절의 여행 사진. 여전히 볼때마다 큰 행복을 느낍니다. ⓒ송이진
가장 예뻤던 시절의 여행 사진. 여전히 볼때마다 큰 행복을 느낍니다. ⓒ송이진

*칼럼리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이자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매년 4~5회의 해외여행, 다수의 국내여행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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