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열 살 되도록 기다려도… ‘태아질환’ 산재인정 언제쯤
아이 열 살 되도록 기다려도… ‘태아질환’ 산재인정 언제쯤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9.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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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 산업재해인정 법제화 국회토론회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 산업재해인정 법제화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 산업재해인정 법제화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현재 제주의료원 간호사 아기들이 벌써 10살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습니다.”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 산업재해인정 법제화 국회토론회’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제윤경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해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근로자가 이러한 원인으로 선천적 질병을 가진 아기를 출산했다면 태어난 아기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09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이 임신해 5명이 유산했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기를 출산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은 간호사 4명은 출산 후 자녀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신청했다.

2014년 1심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하나로 봐 승소했다. 하지만 2016년 2심은 ‘산재보험 급여의 수급권자와 청구권자는 동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태아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사건은 현재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 “태아는 모체 없이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어”

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이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가 ‘태아산재 인정을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조 변호사는 “태아는 모체 없이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면서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산재 적용문제는 엄마와 태아 간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변호사는 “여성의 건강권과 노동권은 태아의 건강권과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태아가 모체 내에 없었다면 태아의 건강손상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해석된다면 기본권 침해는 물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조 변호사는 “임산부 여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는 헌법 제 32조 제4항에 따라 근로에 있어서 특별한 보호를 받고 고용·임금 및 근로 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헌법 제 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국가적 노력의 의무에 대응해 모성으로서 국가에 모성의 보호를 청구할 기본권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변호사는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재로 인정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면서 “더 미루지 말고 조속히 입법을 추진해 국회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가 끝나고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첫 발언자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나섰다. 배 대표는 “태아 상태에서는 어머니에 기생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당연히 어머니의 건강은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은 태아와 어머니를 모두 보호해야 한다”며 “어머니를 보호함에 있어 노동자로서의 보호와 어머니로서의 보호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 대표는 “어머니가 일하는 유해한 노동 환경과 태아의 선천적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산재인정과 더불어 하루빨리 관련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4월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임신 중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4월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임신 중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고용노동부 “법 개정 필요성 공감… 개정안 국회 통과 우선 추진”

이어 발언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헌법에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돼있다”면서 “임신한 여성에게 해주는 특별한 대우는 태아를 임신부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특별한 대우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 본부장은 “2009년 제주의료원에서 간호사와 약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호부에서 항암제를 다뤘고 간호사 5명은 유산,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며 “그 아이들이 10살이 됐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수많은 아기들과 엄마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눈물로 살고 있다”면서 “대법원은 부모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속히 인정하고 입법부도 그 책임을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회에는 여러 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지난 3월 28일 산업재해 영역에서도 모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돼 출산한 자녀가 사망 또는 선천성 질환이 있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경우 그 자녀를 근로자로 보아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등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선천성 질환으로 요양하는 기간 중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에 대해서는 부모가 간병을 위해 휴직하거나 퇴직한 경우 2년의 범위 내에서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돌봄 등을 위해 휴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2016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서울 은평구갑), 2018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국회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비례대표),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북구) 등이 유사한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산재보상 관련 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우선 추진하고 관계부처와 단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작업도 병행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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