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경기도가 도내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강과일 지원사업. 그런데 이렇게 지급되는 과일을 어린이집에서 '횡령'하고 있다는 고발들이 잇따라 논란이다.
지난 6월 12일부터 경기도는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사업을 도내 모든 어린이집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신선한 과일섭취로 도내 어린이들의 식생활 개선과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도내산 과일을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사업의 목적. 주 2회 간식용으로 원아당 1회 120g의 건강과일을 제공하며, 8월까지는 주 2회, 9월부터는 주 1회 도내 모든 어린이집으로 배송한다.
그러나 이렇게 지원되는 과일을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현장의 고발이 나오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민간어린이집 교사인 A 씨는 “과일이 도착한 그날 먹은 적이 거의 없다"며, "원장님은 아이들이 아직 손대지도 않은 과일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절반 이상은 먼저 챙겨간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 B 씨는 주변 동료 교사들의 증언을 모아 과일을 횡령하는 몇 가지 방식을 소개해줬다. 먼저 과일이 배송되자마자 일부를 먼저 챙겨가는 것. 아이들에게 먹이고 남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B 씨는 "과일이 일곱 상자 배송되면 원장이 다섯 상자를 먼저 가져가고 나머지 두 상자로 아이들에게 나눠 먹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식으로 "한 달에 한 번 원아들 생일파티를 하는 경우, 월요일에 받아둔 과일을 먹지 않고 뒀다가 생일파티 날 사진을 찍은 뒤 일부만 남겨두고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식단표에는 오전-오후 간식이 원래 정해져 있지만 원래 정한 간식을 빼버리고 경기도에서 지원받은 과일로 간식을 대체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의 사례를 제보한 교사 A 씨는 “솔직히 이러려면 지원을 해주지 말든지 아니면 시청에서 감사를 제대로 하든지 해야 한다"며, "원장들 배만 더 불리고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공문 통해 "공급 중단 등 행정조치와 불이익처분" 경고
이런 제보는 지금에 와서야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사업을 도내 모든 어린이집으로 확대한 지 한 달쯤 지난 7월 초, 경기도는 보육통합시스템에 ‘경기도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사업 민원사항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게재한 바 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동에게 지원된 과일의 일부만 지급하고 그 외 과일은 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공문 발행의 배경. 경기도는 공문을 통해 “각 어린이집에서는 배송된 과일의 공급량이 과잉 공급될 시 실제 필요한 물량만큼만 변경 신청해 달라"며, "향후 동일 사례가 발생할 시 공급중단 등 행정조치는 물론 불이익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호연 어린이집 비리고발센터장은 6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철 과일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경기도 어린이 과일 지원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안다. 좋은 취지로 운영 중이고 호응도 좋은 이 사업이 일부 원장들의 옳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중단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행정에서 지도점검을 하더라도 관리 감독의 한계가 있다"면서 "보육시설 공익신고센터를 마련해 행정의 한계를 막아야 한다. 어린이집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은 내부에서 제보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윤일순 원장은 6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굉장히 신선한 과일을 지원해주는 좋은 사업"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횡령 사례 때문에 사업이 축소되지 않도록) 아이들 먹거리와 관련해선 조리사, 보육교사 등을 모두 인터뷰 하는 등 강력한 지도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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