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이혼... 그래도 두 딸은 같이 키워요"
"6년 전에 이혼... 그래도 두 딸은 같이 키워요"
  • 김윤정·김정아 기자
  • 승인 2019.09.1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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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없는 나라, 스웨덴②] 두 딸 키우는 싱글대디 마르쿠스 씨 이야기

【베이비뉴스 김윤정·김정아 기자】

스웨덴에는 싱글맘이 없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사는 싱글맘이 없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힘겹게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을까? 직접, 스웨덴 스톡홀롬을 찾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얻고 왔다. -기자 말

우리나라에서는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하는 싱글대디나 이혼남이 있다면 ‘슈퍼대디’ 등의 수식어를 붙이지만 스웨덴은 아니다. 싱글맘, 싱글대디를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혼 역시 이상한 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에 사는 싱글대디이자 이혼남 마르쿠스 민수 정(Markus minsu zung, 49·이하 마르쿠스) 씨의 일상도 평범한 이유다. 두 딸을 키우며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하고 있는 싱글대디 마르쿠스 씨에게 스웨덴에서의 아빠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르쿠스 씨는 스웨덴에서 두 딸을 키우며 싱글대디로 살아가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는 스웨덴에서 두 딸을 키우며 싱글대디로 살아가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스웨덴, ‘아이는 같이 키우는 것’이란 사회적 인식 있어”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함께 하시겠어요?”

마르쿠스 씨가 사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스타(Kista) 지역에 취재진이 도착한 건 지난 8월 27일 오후(현지 시각). 막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마르쿠스 씨는 취재진을 향해 이같이 물었다.

마르쿠스 씨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하자 두 딸은 요리를 거들기 시작했다. 저녁 메뉴는 딸들이 평소 즐겨먹고 좋아한다는 타코였다. 마르쿠스 씨는 타코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질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는 “회계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2007년에 태어난 첫째 딸과 2살 차이인 둘째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인이에요. 전처도 마찬가지로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인이죠. 전처와는 6년 전쯤 이혼을 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르쿠스 씨는 인터뷰를 진행한 시스타(Kista) 지역의 집에서 전처와 일주일 단위로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돌본다. 그는 “태비(Taby)에 집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을 전처와 번갈아 돌봐야하고 아이들의 학교가 근처이기도 해서 여기에 집을 마련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마르쿠스 씨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마르쿠스 씨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의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이면 아이들은 학교로, 그는 회사로 향한다. 보통 오후 5시쯤 퇴근을 하는 그는 아이들과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은 후 두 딸은 컴퓨터를 하거나 마르쿠스 씨와 시간을 보낸다.

마르쿠스 씨는 일에도 욕심이 많다. 전처가 아이들을 돌보는 주에는 일에 비중을 많이 둘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육아와 양육에 많은 배려를 해주는 회사 분위기도 마르쿠스 씨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그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줄 때가 있어요. 물론 신입사원이나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저는 경력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일하면 되는 식이라 어렵지 않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회사에 아이를 데려가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르쿠스 씨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회사에 출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회사에서 눈치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아이는 같이 키우는 사회’란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라고 전했다.

마르쿠스 씨는 “아이들을 회사로 데려가면 작은 미팅룸을 잡아 일을 해요. 처음엔 아이들도 잘 모르는 곳이니 긴장하는데 여러 번 가게 되면 뛰어다니기도 하죠”라며 회사에 아이들을 데려갔던 경험을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는 “아이들을 회사로 데려가면 작은 미팅룸을 잡아 일을 해요. 처음엔 아이들도 잘 모르는 곳이니 긴장하는데 여러 번 가게 되면 뛰어다니기도 하죠”라며 회사에 아이들을 데려갔던 경험을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스웨덴 육아, 너무 잘 돼 있어”

마르쿠스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취재진과 함께 먹을 식사 준비를 마무리했다.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아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가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잘해요”란 말을 꺼내기도 했다.

마르쿠스 씨는 아동수당을 받아 아이들의 양육비로 사용한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16살까지 모든 아동에게 1250크로나, 한국 돈으로 약 15만 3000원을 아동수당으로 지급한다. 아이가 두 명이면 150크로나가 추가되고 세 명이면 730크로나가 더 붙는다. 이혼을 했을 때는 아동수당이 들어오는 계좌를 하나 지정해 부모 각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르쿠스 씨는 아이들의 방과 후 수업 등에 아동수당을 쓴다.

그는 스웨덴의 육아 관련 정책 및 제도에 대해 “너무 잘 돼 있어요”라고 표현하며 전반적인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육아에서 싱글맘, 싱글대디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는 것 같아요. 부모 중 수입이 낮은 사람을 위한 지원 제도까지 있으니 육아에 있어서 스웨덴은 너무 좋아요”라고 생각을 밝혔다.

마르쿠스 씨가 스웨덴의 육아 관련 정책 및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가 스웨덴의 육아 관련 정책 및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나마’ 조금 아쉬운 점으로는 부모수당을 언급했다. 스웨덴의 부모수당은 육아휴직과 함께 월급의 일정금액을 받는 제도인데, 아이 한명 당 480일이 육아휴직기간으로 주어지고 480일 중 390일은 수익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마르쿠스 씨는 “제 기준에선 부모수당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이 낮게 정해진 것 같아요. 수익이 많은 사람들에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죠. 여자들보다 수익이 많은 남자들이 휴가를 많이 내지 않는 것도 그 이유예요. 최대금액 기준을 좀 더 높여주면 남자들도 휴가를 많이 낼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 “싱글대디?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다고 생각해”

식사를 마치고 인터뷰를 이어가기 위해 취재진과 마르쿠스 씨는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은 아빠의 인터뷰를 조용히 지켜봤고 간접조명으로 꾸며진 아늑한 실내 분위기가, 마르쿠스 씨와 두 딸의 모습이 더해져 더욱 따듯한 분위기로 연출됐다.

딸들이 그린 마르쿠스 씨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딸들이 그린 마르쿠스 씨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는 스웨덴의 싱글맘과 싱글대디를 만나보는 이번 취재에서 유일한 남성 인터뷰이였다.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을 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같은 처지의 우리나라 아빠들과는 어떤 인식 차이를 갖고 있는지 알기 위해 질문을 던지니 “물론 아이들은 당연히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기를 원한다고 생각해요”라는 다소 평범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내 마르쿠스 씨는 “하지만 전처와 저에겐 지금이 더 잘 지내고 있는 거예요. 과거의 상황에선 최선을 선택한 거고 현재는 잘 돌아가고 있어요. 분쟁을 오래 끄는 것보다 조치를 취하고 분리를 잘 해서 오히려 분쟁을 없애는 게 훨씬 바람직한 것 같아요. 전처와 제가 지금은 함께 있진 않지만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평소 차분하고 유한 성격을 가졌다는 마르쿠스 씨는 아이들에게 좀 더 엄격하면서도 신뢰와 믿음을 주는 든든한 아빠가 되길 바랐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려 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예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특유의 환한 보조개 미소를 보여줬다.

마르쿠스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르쿠스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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