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잘 키우려면 첫째부터 잘 키웁시다
둘째 잘 키우려면 첫째부터 잘 키웁시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9.27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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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둘째는 첫째의 거울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사진찍자는 엄마의 말에 '브이' 동작을 하는 첫째와 오빠를 따라하고 싶은 둘째. 오빠같은 '브이'가 안나오는지 열심히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동작을 하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사진찍자는 엄마의 말에 '브이' 동작을 하는 첫째와 오빠를 따라하고 싶은 둘째. 오빠같은 '브이'가 안나오는지 열심히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동작을 하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따라 하지 마! 따라 하지 말라니까!”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말라고!”

첫째는 자신만 따라 하는 동생이 귀찮은지 소리친다. 몇 초도 안 지나 둘째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온 집 안에 퍼진다.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일이다. 둘째는 클수록 오빠만 졸졸 따라다닌다. 아기 오리가 엄마 오리 따라다니듯 오빠가 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빠가 큰일을 보러 화장실에 가면 힘주는 오빠 앞에 앉아 기다린다.

둘째는 첫째의 모든 행동도 똑같이 따라 한다. 오빠가 노래 부르면 같이 흥얼거리고 오빠가 춤추면 같이 춤춘다. 오빠가 엄마에게 매달리면 똑같이 매달리고, 오빠의 장난 가득한 표정까지 똑같게 선보인다.

오빠가 신는 신발, 오빠가 쓰는 모자도 탐내고 오빠가 갖고 노는 로봇, 자동차 장난감만 재밌는가 보다. 오빠가 장난감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유심히 관찰한 뒤 그대로 따라 논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자기 세상 만난 듯 장난감방에서 로봇 놀이를 하는 둘째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틀린 것 하나 없이 첫째의 모든 것을 따라 하는지. 에너지 넘치는 아들을 키워봤으니 딸은 조금 덜 에너지 넘치게, 보다 수월하게 키우고 싶었는데 현실은 아들 둘을 키우는 느낌이다. 뭐든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둘째 때문에 점점 장난감도, 식기용품도, 간식도 똑같은 걸로 두 개씩 사게 된다.

그래도 둘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흐뭇하다. 첫째는 동생을 귀찮아하면서도 밖에선 동생을 살뜰히 챙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땐 동생 손을 꼭 잡아주고, 동생이 혼자 조금만 멀리 가려 하면 “여기 엄마 가까이에 있어야지~” 하며 꼭 껴안아 저지한다. 둘째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오빠 먹으라고 챙겨주고, 조금만 오빠가 안 보여도 “아야(오빠를 부르는 애칭)~ 아야~” 하며 짧은 다리로 찾아 나선다.

오빠가 어린이집에 가면 마음놓고 오빠의 로봇자동차를 갖고 노는 둘째. 둘째는 다른 장난감은 다 싫고 오빠가 갖고 노는 것만 좋아한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오빠가 어린이집에 가면 마음놓고 오빠의 로봇자동차를 갖고 노는 둘째. 둘째는 다른 장난감은 다 싫고 오빠가 갖고 노는 것만 좋아한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물론 첫째만 따라하는 둘째가 걱정될 때도 있었다. 첫째의 안 좋은 습관, 안 좋은 행동까지도 그대로 답습해버릴 때가 그렇다.

특히 나쁜 식사 습관 말이다. 둘째는 식판만 앞에 놔주면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스스로 밥을 먹어왔다. 먹여주는 밥은 절대 먹지 않고 숟가락, 포크도 곧잘 사용하는 아이였다. 그와 달리 첫째는 밥 먹는 게 제일 싫은 아이다. 노는 게 제일 좋아서 식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건 물론, 먹을 양의 반도 안 먹고 식사를 마치기 일쑤였다.

혼도 내보고 달래도 봤다가 포기한 첫째의 식사 습관, 그걸 어느 순간부터 둘째가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밥 먹다 말고 의자에서 내려달라고 떼쓰기, 밥 먹여달라고 징징거리기, 주방과 놀이방 오가며 밥 먹기.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방치했던 습관은 그대로 둘째에게 전수되고야 말았다.

둘째는 첫째의 거울이었다. 첫째가 곧 둘째였다. 두 아이의 나쁜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선 첫째부터 바로잡아야 했다. 그럼 둘째는 따라올 것이다. 그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반찬은 못 먹더라도 밥은 다 먹기, 밥 안 먹으면 다음 식사시간까지 아무것도 안 먹기, 식탁에선 놀지 않기. 첫째에게 식사예절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훈육했더니 제법 바른 식사 습관을 길러가는 것 같다.

엄마의 바람대로 첫째의 습관은 그대로 둘째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게 오빠를 따라 하고 싶은 욕구 때문일까? 둘째는 의자 밑으로 내려온다고 징징거리다가도 열심히 밥 먹으며 “밥 다 먹고 내려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오빠를 보며 억지로 입에 한 숟가락을 넣는다. 엄마 말보다 오빠의 말에 더 귀기울이는 것 같아 살짝 서운하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으니 다행이다.

매일, 매순간 둘째를 잘 키우려면 첫째부터 잘 키워야 함을, 그래야 엄마 몸이 편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둘째는 첫째의 거울임을 잊지 말자.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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