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있는데 왜 아이를 낳아? “당당한 엄마이고 싶다”
장애도 있는데 왜 아이를 낳아? “당당한 엄마이고 싶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0.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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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확보를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1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당신 몸 하나 건사 못하는데 무슨 아이냐’고들 한다. 장애여성은 엄마로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 철저히 소외돼 여성에게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재생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여성도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이고 대한민국 시민이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당당해지기 위한 권리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

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장애가 있는 엄마들을 위한 보육 및 양육 지원 정책을 검토하고, 장애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양육서비스 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이날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은 축사에서 “‘장애도 있고 어려운데 왜 아이를 낳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기준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각자 생각하는 가치와 행복은 다르다. 장애여성이 출산을 선택했다면 우리 사회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책무”라며,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뜻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중당 김종훈 의원·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비례대표)이 공동주최하고,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함께 주관했다.

◇ 장애엄마가 겪은 ‘진짜’ 임신·출산·양육 이야기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가 지난해 장애여성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상영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가 지난해 장애여성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상영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 모유수유 하고, 일회용 기저귀 안 쓰고 천 기저귀 쓰고 손빨래 하고…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억압한 것.”(신은정·가명, 지체장애)

“다니던 병원이 사정상 문을 닫게 돼 다른 산부인과로 옮기게 됐다. 첫 번째 간 산부인과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병원을 찾다가 집에서 거리가 먼 대학병원으로 가게 됐다. 장애가 있다고 원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것은 차별이라 느꼈다.”(송정아, 뇌병변장애)

“친정엄마가 말을 험하게 하는 편이다. 엄마가 아이 졸업식에 가지 말라고 하더라. 너 때문에 아이가 피해받는다고.”(김소영, 지적장애)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벼락에 ‘너는 어떻게 다리도 절뚝거리는 그런 엄마랑 사냐. 나는 그런 엄마랑 사느니…’ 낙서가 적혀 있었다. 제가 받는 놀림보다 저희 아이가 받는 놀림이 더 마음이 아팠다. 담임선생님께 얘기해 낙서도 지우게 하고 아이가 사과를 받기도 했다.”(신은정·가명, 지체장애)

토론회에 앞서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가 지난해 장애여성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에 등장한 장애부모 당사자인 이들은 지적장애,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등을 겪고 있는 엄마들.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해 자녀 이야기를 시작하자 목이 메이고 눈물부터 흘렸다.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장애여성은 임신 후 병원 이용, 진료, 출산, 산후조리, 양육의 과정에서 비장애여성보다 더욱 큰 어려움과 차별을 겪고 있다. 특히 자녀 양육의 물리적 어려움보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의해 더 큰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 장애가 있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는 ‘영유아 자녀 양육’

토론회는 장지화 민중당 여성-엄마당 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박혜경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정순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팀장, 김성철 여성가족부 가족문화과 과장이 참석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회에는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박혜경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정순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팀장, 김성철 여성가족부 가족문화과 과장이 참석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말 등록 장애인을 기준으로 장애여성은 105만 3463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41.9%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1~3급의 중증장애 여성은 37.3% 차지하고 있다.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 중 84.6%가 혼인 경험이 있으며, 혼인 경험이 있는 경우 장애인의 96.4% 정도가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6년에 발간한 ‘여성장애인 모성권 증진을 위한 임신·출산 지원 정책 연구’ 보고서 설문조사(490명)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32.9%가 출산 후 자녀 양육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중 38.2%인 170명이 재생산권 관련 희망 서비스 중 ‘영유아 자녀 양육 서비스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돌봄의 주된 도우미는 친정식구가 47.5%로 가장 많았으며, 시댁식구 18.2%, 남편 14.3%로 뒤를 이었다. 도움 인력은 남편, 친정·시댁식구 등 가족자원과 복지기관, 산후조리원, 돌봄 도우미 등의 외부자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장애여성의 가족자원 활용도는 80%, 외부자원 활용도는 19%.

박지주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장애엄마의 권리보장과 보편적 양육 서비스 실현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현재 장애여성 관련 정책들이 기본권 보장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엄마의 양육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현행 양육 서비스 관련 법과 제도는 있지만 대부분이 비장애여성 중심이고 임의규정이 많아 장애엄마에 대한 지원이 실효성 여부가 지적되고 예산도 부족한 현실”이라고 꼬집고, 지자체의 장애여성의 출산과 양육 관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의 양육 제외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가정을 이루고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장애여성인 경우, 어디까지가 개인에게 한정된 활동으로 볼 것인지 담론의 확장과 지원이 요구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

대다수 장애여성들이 활동지원 시간을 자신이 아닌 자녀 양육에 적지 않게 쓰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고 편법. 장애여성의 자녀 양육 지원 서비스와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대표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의 적은 시간과 높은 자부담률을 지적했다. "시간제의 경우 돌봄 시간이 하루 2시간에 불과해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장애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소득 수준으로 양육비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인 만큼 적지 않은 자부담을 들여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현실적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 “양육은 인간으로서 행복 추구 실현을 위한 기본권”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편적 양육서비스의 필요성에 관해 모두 입을 모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편적 양육서비스의 필요성에 관해 모두 입을 모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엄마가 겪는 양육의 어려움을 기본권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양육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권이다. 장애여성의 양육환경에 대한 국가 지원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사회적 서비스다.”(박지주 대표)

또한 박 대표는 "장애여성이 출산 전 '단순한 개인' 또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면, 양육 과정에서 장애여성은 누군가의 지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존재'로 자신의 가치와 위치를 재평가할 수 있다"며, 이것은 또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장애여성에게 재생산 경험은 매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무성적 존재로 부정당해왔던 자신의 신체를 긍정하는 계기, 양육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재차 확인하는 고통의 순간, 그럼에도 양육을 통해 자아와 타자가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기쁨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반복”이라는 말로 장애여성에게 출산과 양육 경험이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박 대표는 발제문을 통해 ▲장애여성 임신·출산 관련 인식 개선 ▲여성장애인으로써 자녀 양육을 경험한 여성장애인과 자조모임 활성화 ▲여성장애인 가족 및 자녀 양육에 대한 전문 지원 프로그램 제안 ▲양육지원 서비스 체계 마련 ▲재생산권 보장 ▲양육지원을 위한 제도 마련-아이돌보미 지원제도 개선 ▲직접적인 법률 근거 마련 필요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장애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편적 양육서비스의 필요성에 관해 모두 입을 모았다.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박혜경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성철 여성가족부 가족문화과 과장, 정순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팀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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