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카시트 의무화, 그 이면의 '블랙코미디'
유아용 카시트 의무화, 그 이면의 '블랙코미디'
  • 기고=전용완
  • 승인 2019.10.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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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전용완 어린이 카시트 정보 커뮤니티 '아이와차' 운영자

어린이 카시트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페 ‘아이와차’ 운영자이며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인 전용완 씨는 최근 3점식 안전벨트 의무화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했다. 전 씨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카시트에 얽힌 고민'과 이에 대한 제도적 제안을 베이비뉴스 지면에 소개한다. - 편집자 말

국내 생산 승합차 좌석에 부착된 아이소픽스 표식.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국내 생산 승합차 좌석에 부착된 아이소픽스 표식.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제 고민은 첫 아이 탄생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2011년, 멋모르고 구입한 카시트는 국제 표준 장착방식인 아이소픽스(ISOFIX)용이었습니다. 당시 타던 국산 준중형차는 아이소픽스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왜 나는 아이소픽스를 사용하지 못할까’에서 시작한 질문은 저를 카시트에 대해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제가 타던 차의 해외 수출형 모델은 2001년부터 아이소픽스를 적용했습니다. 국내 모델은 관련법이 없어 제조사가 이를 삭제했습니다. 관련 법규가 없으니 제조사도 그것을 열심히 이용한 것입니다. 아이소픽스용 카시트는 사용하지 못하고 3점식 안전벨트 고정형 카시트를 새로 구입해 설치했습니다. 배신감을 느끼며 말입니다.

둘째가 태어났던 2013년, 저는 2년 된 중고 국산 중형차로 차를 바꿨습니다. 뒷좌석에 아이소픽스를 사용해 카시트 2개를 설치하고, 아내가 함께 앉아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지요. 카시트를 양쪽에 설치하고, 아내가 꾸깃꾸깃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뒷좌석 가운데 의자의 안전벨트가 버스처럼 어깨벨트가 없어서 잠을 자다가 앞으로 튀어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를 조수석 뒷좌석에 편안하게 태우기로 결정하고, 카시트를 운전석 뒷좌석과 중앙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깨벨트가 없는 2점식 안전벨트에 설치 가능한 카시트가 없더군요. 결국 아내는 계속 가운데에 불편하고 위험하게 앉아야 했습니다. 1년 후인 2014년부터 신차에 3점식 안전벨트를 의무 적용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법도 법이지만, 그걸 빼는 자동차 회사도 참 치사하게 느껴졌습니다.

◇ 아이 셋을 낳아도… 카시트 3개 장착할 수 있는 차가 없다?

셋째가 태어난 2015년, 저는 카시트 3개를 뒷좌석에 장착해야 했습니다. 국내 카시트 회사들은 부피가 큰 고가의 카시트만 생산·수입하고 있었습니다. 카시트 3개를 나란히 설치할 수 없었습니다. 외국에서는 폭이 좁은 카시트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미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폭 좁은 카시트를 3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2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된 승용차에는 카시트 설치가 불가능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소형 승용차에도 테더앵커(아이소픽스 카시트 상단을 고정하기 위해 설치한 금속 후크)가 3개 붙어있습니다. 뒷좌석 중앙 안전벨트 폭도 넓고요. 반면 국내에 유통되는 자동차의 경우 테더앵커가 2개뿐입니다.

아이 셋을 낳으면 애국자라면서, 인구절벽이 다가오니 아이를 낳으라면서... 막상 아이 셋을 키우니 카시트 3개 설치할 수 있는 안전한 자동차 찾는 것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탑승인원이 많은 미니밴 차종을 알아봤습니다. 국산 미니밴은 7인승, 9인승, 11인승으로 나눠집니다. 7인승은 가격이 너무 비싸 구입할 수 없었고, 가장 많이 판매되는 9인승은 아이소픽스가 4개였지만 짐을 싣는 공간과 사람 탑승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화물이 앞으로 날아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11인승은 아이소픽스가 2개뿐이었고요.

미국에서 경험했던 8인승 미니밴은 1열 앞좌석을 제외한 모든 의자에 아이소픽스가 붙어 있었습니다. 카시트 3개를 설치할 수 있는 수입 중고 미니밴을 구입했습니다. 아이소픽스 부품이 비싸보이지도 않던데, 이것 때문에 차를 중고수입차로 바꾸게 되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외국처럼 좀 넉넉히 넣어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국산 준중형 승용차에 카시트 3개를 설치한 모습. ⓒ전용완
국산 준중형 승용차에 카시트 3개를 설치한 모습. ⓒ전용완

◇ 2018년 카시트 의무화는 시행됐지만… 카시트 때문에 사라진 아이 소풍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만 6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카시트 장착 의무화를 시행했습니다. 몇 년간 난리를 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아이들 카시트에 대해서는 자신만만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당혹스러운 편지를 유치원에서 받았습니다. ‘우리 유치원은 봄소풍 현장학습 이동용 버스에 카시트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합니다.’

둘째와 셋째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소풍과 현장학습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저는 충격에 빠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우선 관련 내용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더군요.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11인승 이상의 학원 봉고차, 어린이집 중형 미니버스, 현장학습 대형 관광버스 모두 어깨벨트가 없는 2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 카시트를 전부 뒤져보아도 ECE R44/04, R129 등 카시트 국제규격에 맞는 2점식 설치 가능 어린이용 앞보기 카시트는 없습니다. 뒤보기 카시트 중, 리바운드 스토퍼 적용 제품만 2점식으로 설치가 가능합니다. 즉, 카시트는 상단과 하단을 모두 잡아줄 수 있도록 어깨끈이 있는 3점식 안전벨트나 아이소픽스가 있어야 장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일단, 관련 법규를 살펴보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27조제2항은 “승용자동차 외의 자동차의 중간좌석과 좌석의 구조상 3점식 이상의 안전띠 설치가 곤란한 좌석의 경우에는 2점식 안전띠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통학버스 노란색 자동차에 관련된 법규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같은 조항 제6항은 “어린이운송용 승합자동차의 승객석에 설치된 좌석안전띠의 구조는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어린이의 신체에 맞게 어깨벨트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줄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승합차와 버스에 2점식 안전벨트가 달려 있게 된 것입니다. 얼핏 보면 그럴 듯 해보입니다. 하지만 미래에 카시트 의무화가 시행될 것을 예측하지 못한 법이라고 생각해야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차량의자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카시트에 앉혀야 하니까요.

◇ 휴대용 카시트 보급하는 한국… 통학버스 ‘탱크처럼’ 관리하는 미국 

최근 출시된 유럽사양의 한 미니버스는 전좌석 3점식 안전벨트 적용이라고 자랑하며 나왔다가, 법에 맞춰 어린이 통학버스로 개조하면서 돈을 들여 2점식 안전벨트로 바꿨습니다. 

국가기관은 천으로 된 2점식 안전벨트용 휴대용 카시트들을 대량으로 구입해 교육시설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님들도 부랴부랴 2점식 고정형 카시트들을 설치하고 있지요. 국내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어떻게 판매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제품들은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판매와 유통이 금지됐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카시트 의무화 시행을 구체적인 조사 없이 승합차, 버스, 어린이 통학버스 등 ‘모든 자동차’에 적용시킨 것은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차량에 카시트 의무화를 시행하기 이전에 승합차와 버스의 2점식 안전벨트 문제를 먼저 파악했어야합니다. 국제규격의 카시트도 2점식 고정이 있는지 알아보았어야 했고요.

해외 선진국의 경우, 50km/h 이하의 속도로 다니는 입식 대중 노선버스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에 3점식 안전벨트를 의무적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서서 타는 저속 버스 빼고는 모두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하고 있으니, 카시트 설치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지요. 

또한 학교 스쿨버스를 별도 지정해 탱크처럼 만들어 관리하는 미국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저속 노선버스를 이용한 등하교를 기본으로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모조리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카시트 의무화는 승용차에만 국한하고 있고요.

'유아 전용 좌석'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카시트도 없고 2점식 안전벨트가 달려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유아 전용 좌석'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카시트도 없고 2점식 안전벨트가 달려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우리나라 도로 위에는 어린이들을 수송하는 수만 대의 차량이 있습니다. 이 차량들이 카시트 의무화를 이행하려면 최소 3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된 좌석으로 모두 바꾸거나, 의자 내에 3점식 안전벨트와 부스터 카시트가 내장된 좌석으로 모두 바꿔야 합니다. 당연히 신차에는 3점식 안전벨트를 의무로 적용해야 하고요. 이것이 현실적인가요?

이것을 먼저 이행할 수 없다면 카시트 의무화는 9인승 이하의 승용차에만 적용해야 합니다. 그 외의 차량들은 준비를 완벽하게 한 후에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선진국에 비해 안전에 대한 제도가 늦습니다. 또한 허점도 많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언제나 허점을 원가절감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형식적인 제도를 성급하게 시행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안전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들은 카시트 선택과 장착법을 비롯해 자동차 내 안전장치와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에 깊고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야 내 아이가 더 안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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