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산모가 메일로 내게 이런 질문을 보냈다.
"지금 39주인데 상태가 37주 같대요. 아직 가진통도 없고, 아기도 안 내려왔대요. 오늘 내진했는데 속골반도 작다네요. 병원에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자연분만을 시도하더라도 결국 수술할 확률이 높다는데, 로지아님 유튜브 보면서 자연분만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죠? 저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까요?
아기가 크거나 속골반이 작다는 말, 자연분만을 시도해도 수술할 확률이 높다는 의사의 말은 산모를 자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산모의 잘못이 아니며, 실제로 출산이 진행됐을 때, 아기 크기나 골반이 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출산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한 두 가지가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산모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자연주의 출산이나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그 어떤 출산방식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산모는 적절한 체중관리를 위한 식단관리, 산후회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운동, 그리고 호흡과 이완으로 심신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어떤 산모는 막달에만 운동하면 되는 줄 안다. 또,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꾸준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식단관리인데, 어떤 산모는 임신성 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다이어트 식이를 하거나 하루에 두 끼만 먹기도 한다.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새벽에 자는 산모들도 너무 많다.
얼마 전 만난 산모는 소화가 안 되서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고 했다. 임신한 지는 30주가 넘었는데 임신 전보다 체중이 4~5kg밖에 찌지 않았다. 어떤 병원에서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면 산모 체중이 8kg까지만 늘어야 한다고 엄격한 기준을 두기도 하는데, 꼭 그럴 필요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가 어떻게 먹고 생활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을 원하는 산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먹는 것은 산모의 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아기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 임산부 식단…규칙적으로, 식물성 지방과 함께, 조금씩 자주 먹지 말 것
임신 초기부터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식단이다. 임산부 식단은 3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2시간 안에 5시간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식사할 것, 탄수화물과 단백질 외에 견과류와 같은 지방을 반드시 챙겨 먹을 것, 간식은 하루에 1~2번 먹고 조금씩 자주 먹지 말 것. 끝으로 하나 더 보탠다면 잠자기 3시간 전에는 금식할 것.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는 산모가 소화장애를 앓은 까닭은 바로 잠자기 전까지 먹는 습관때문이었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조금씩 자주 먹을 경우, 인슐린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에 걸리지 않거나 체중이 과하게 늘지 않아도 몸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산모가 수면에 영향을 받고 컨디션이 나빠지면 그 영향은 모두 태아에게 간다. 주말에 배달음식을 먹거나 조금 다른 식사패턴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평소의 식습관이므로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단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 임신 중 운동은 순산뿐만 아니라 산후회복에도 도움준다
운동은 임신 안정기인 14주 이후부터 하면 좋은데, 입덧이 있다면 몸 상태가 좋아진 후 하는게 바람직하다. "선생님, 스쿼트는 어느 정도 해야 하나요? 걷기는요?" 라고 운동량을 묻는 산모들이 많은데 운동량은 산모의 체력에 맞게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게 좋고 늦어도 20주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출산하기까지 꾸준히 체력관리를 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집에서 수시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바로 스쿼트와 짐볼로 골반 돌리기다. 스쿼트는 대근육인 허벅지 근육을 단련해주고 짐볼에서 골반 돌리기는 임신중 기부터 시달리기 쉬운 요통에 효과적이다. 또 요통이 심하다면 평소 걷는 자세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무의식중에 배를 앞으로 내밀고 걷지는 않는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는 습관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걷기나 계단 오르기는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점차 늘려가면 되고, 한꺼번에 파워워킹을 하거나 빠르게 계단 오르기를 하는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운동은 몰아서가 아니라 오전과 오후에 나눠서 산책하듯 하면 되니 너무 부담 갖지 말았으면 한다.
만약 조산기가 있다면 37주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어떤 사정으로 지금까지 운동을 못 했다면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면 된다. 운동은 체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순산뿐만 아니라 산후회복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임신 기간 동안 꾸준하게 운동한 산모들은 운동한 덕분인지 산후회복이 다르다고 말한다.
◇ 3초 들이쉬고 6초 내쉬기 해보라, 어렵다
출산교실을 열면 산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호흡법이다. 최근 유튜브에 출산에 관한 영상이 뜨면서 분만호흡법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산모들이 혼자서 연습하기란 쉽지 않다. 임신 막달이 되면서 실제로 연습하는 게 출산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간혹 내가 설명해둔 출산 호흡법 영상이나 블로그 글을 보고 출산에 많이 도움됐다고 댓글을 남기는 산모들도 있다.
내가 설명하는 호흡법은 매우 간단하다. 3초 들이쉬고 6~7초 내쉬기다. 이게 어려울까? 그런데 어렵다. 우리는 호흡을 할 때 의식하지 않으며 들숨과 날숨의 끝은 호흡이 잠깐씩 멈춘 채로 있는데, 분만호흡법은 연결 호흡에 가깝다. 핵심은 들이쉬는 호흡보다 내쉬는 호흡을 길게 하는 것이다.
출산 마지막 아기를 밀어내는 호흡은 처음에 후~하고 내쉰 후, 이어서 깊게 들이쉬고(진통의 파도가 산을 그리는 지점에 해당됨) 숫자 10을 셀 때까지 참는 것이다. 이 호흡은 연습하기보다 상상으로 하는 게 더 좋다. 숨을 참고 횡격막으로 자궁근육을 밀어낸다고 상상하며 항문에 힘을 주면 된다(아기가 산도를 타고 내려간다고 상상해주면 호흡의 효과가 배가된다).
호흡과 함께 중요한 것이 이완이다. 우리 몸은 알게 모르게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 '이완해야지'라고 마음먹는다고 바로 이완이 되지 않는다. 편안한 자세에서 눈을 감고 호흡을 편안하게 들이쉬고 내쉰다. 정수리, 이마, 턱, 목, 어깨로 차례차례 주의를 기울이면서 긴장을 툭 떨궈 놓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때 음악을 틀어놓고 하면 더 이완이 잘되고 호흡과 함께 이완하면 좋다.
산모가 출산을 잘 준비하는 방법은 식단관리, 운동, 호흡과 이완. 이 세가지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아기 머리나 배 둘레가 크다는 이야기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 아기가 한창 크는 임신 중기는 아기마다 성장패턴이 다르고 막달에는 천천히 자란다(부분적인 성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성장패턴을 봐야 한다).
또 속골반이나 겉골반이 작아도 막상 출산이 진행되면 골반의 크기가 출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산모들은 자연분만을 포기하거나 선택제왕을 해야하는게 아닌지 내게 문의를 한다.
의료적인 이유로 꼭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될 수 있으면 자연분만을 권하고 싶다. 자연진통으로 자연분만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출산이니 말이다. 모든 산모들은 순산을 원하고 순산을 위해 산모가 임신 기간 해야할 일은 3가지다. 식단관리, 운동, 이완과 호흡 연습이다. 대학입시도 결혼도, 취업도 준비해야 하듯 출산 역시 저절로 잘되진 않는다. 출산에도 공부가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잊지 말자. 출산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경이로운 과정이고, 여자의 일생에 두 번 다시 없는 경험이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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