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 읽기, '양'보다 '속도'가 중요합니다
아이와 책 읽기, '양'보다 '속도'가 중요합니다
  • 칼럼니스트 윤나라
  • 승인 2019.10.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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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심리백과]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에 머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Q.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아이에게 저녁마다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제가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려고 하면 아이가 못 넘기게 할 때가 많아요. 저는 빨리 다음 페이지를 읽어주고 싶은데 말이죠. 이렇게 아이와 실랑이 하다 서로 기분 상할 때가 많아요. 책장 못 넘기게 하는 우리 아이, 이유가 궁금해요.

"다 읽었지?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아니야! 아직이야!" ⓒ베이비뉴스
"다 읽었지?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아니야! 아직이야!" ⓒ베이비뉴스

A. 그림책을 왜 ‘그림책’이라고 부를까요? 아이들은 책의 문장보다는 그림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저희 아이도 좋아하는 책이 있는데요, 그 책은 초등학생 수준의 책이어서 6세 아이가 읽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 그 책의 글이 아닌 그림을 보면서 “이런 내용이네~”하는 식으로 같이 읽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그 책을 들고 제가 아닌 아빠에게 들고 가 읽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빠는 그냥 그 책의 문장을 줄줄 읽어줬는데, 아이는 곧 흥미를 잃고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글자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런 책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책의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머릿속에 자기만의 ‘상(Image)’를 만들어 갑니다. 즉 아이들이 그림책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 문장이 끝났다고 아이의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부모는 이 페이지를 다 읽었으니, 빨리 다음 장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그 페이지의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동화책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페이지를 오랫동안 탐색하며 보기도 하고, 한 권의 동화책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달라고도 합니다.

아이는 아직 그 페이지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남았는데, 부모는 빨리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몇 권 더 읽어주고 싶기도 하고,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빨리 마치고 싶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 빨리 읽어주고 쉬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아이와 재미있게 책을 읽으려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 읽어야 합니다. 아이가 페이지를 넘기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냥 기다려주세요. 같이 그림을 샅샅이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그 페이지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넘기고 싶을 때 넘기도록 하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책은 다음에 읽어도 좋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에 머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베이비뉴스
다른 책은 다음에 읽어도 좋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에 머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베이비뉴스

◇ 아이들은 TV나 CD보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이 제일 재밌습니다 

요즘 TV에 ‘동화책 읽어주는 채널’이 있습니다. CD로 책을 읽어주는 동화전집 세트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참 세상 좋아졌다”라고도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채널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아마 아이도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더 좋아할 겁니다.

TV나 CD 같은 미디어를 활용한 독서는 아이들의 상상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가로막습니다. 미디어로 여러 권의 책을 들려주는 것보다는, 부모가 하루에 한 권씩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읽어주는 것이 아이에겐 더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것은, 아직 아이에게 그 책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자, 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자신의 내면에서 해결합니다. 이 과정은 아이들이 실제로 그 문제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해결할 힘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한편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아 포근한 느낌으로 재미있는 책을 읽는 행복감을 즐기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므로 다른 책은 다음에 읽어도 좋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아이가 원하는 그 한 권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다른 책을 들고와 읽어달라고 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윤나라는 두 딸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워가는 워킹맘입니다. 사랑 넘치는 육아로 슈퍼맘, 슈퍼대디가 되고 싶지만 마음같지 않을 때가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하고자 합니다.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 교육현장개발부 선임연구원이자 국제공인행동분석가(BCBA)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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