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호소한 부모들 “아이 안전 바라는 게 욕심입니까”
눈물로 호소한 부모들 “아이 안전 바라는 게 욕심입니까”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10.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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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1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촉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태호 군의 엄마 이소현 씨의 모습.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5월 15일에 축구클럽통학차량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입니다. 사고 이후 국회의원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의원님마다 저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 그만 죄송해하고 제발 법 좀 만들어서 아이들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태호 아빠 김장회 씨)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어린이 생명안전과 관련된 법안들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과,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부모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했고, 이용호 의원은 2017년 서울랜드 주차장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을 발의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모들은 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도 부모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면서 서로를 다독였다.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도 부모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들… “아이들의 이름을 돌려달라”

하지만 아이 이름을 딴 이 비극적인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이해인(당시 5세) 양이 차량에 치인 후 후속 조치가 늦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를 계기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시정)은 같은 해 8월 ‘어린이안전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법안은 수정 보완을 거쳐 올해 8월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다시 발의됐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 번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음이·하준이·태호·유찬·민식이 등 아이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국회에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 첫 발언에 나선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첫 마디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김 공동대표는 “부모가 아이들의 이름을 세상에 내어줄 때는 그만큼의 행복이 모든 아이(들)에게 돌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혹시 여러분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 이름 뒤에 법을 붙여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을 딴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면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수년 동안 아이들 이름이 여기에 머물러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머물러야 할 이름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의 이름을 돌려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끝으로 “아이들 이름을 딴 법안은 보도자료나 의정보고서 소재가 아니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길 위에서, 학교 앞에서, 주차장에서, 어린이통학버스에서 아이들은 다치고 죽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정미 의원은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준비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 동의서’에 직접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회견 이후 이정미 의원은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준비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 동의서’에 직접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 이정미 의원 “국회의원 한 분 한 분께 전화해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

김정덕 공동대표의 발언 이후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부모들은 힘겹게 적어온 내용들을 한 자 한 자 읽어나갔다.

“저는 지난 9월 11일 사랑하는 큰아들 민식이를 잃은 아빠입니다. 저희같이 자식을 잃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모르실 겁니다. 아이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법안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지 못하니까 다시는 저희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에 호소하는 겁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해달라는 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제발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다른 것 전부 제쳐두고라도 아이들 안전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민식이 아빠 김태양 씨)

“사고로 아이를 보낸 지 올해 10월로 2년 됐지만 저는 사고 날로부터 아직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차가 서 있어야 하는 주차장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길 바라는 게 욕심이고 요구입니까. 우리를 성난 부모가 되게 하지 말고 온전히 떠난 아이 묻게 해주십시오.”(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정미 의원은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준비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 동의서’에 직접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정미 의원은 “다른 구구절절한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면서, “제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한 분 한 분께 전화드려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 직후부터 약 일주일간 부모들과 함께 전체 의원실에 개별 방문해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는 동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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