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도서관 다니기, 엄마만 좋았니?
아이와 도서관 다니기, 엄마만 좋았니?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10.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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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아이의 책 세계가 변하고 있다  

별다른 계획이 없던 어느 날 오후, 도서관에 가자는 내 제안에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난 책 안 좋아해.”

그림책 육아를 꿈꾸는 엄마로서 당황스러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책이 왜 싫으냐고 아이를 닦달할 수는 없었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아이와 관련된 일을 엄마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고 그리해서도 안 된다는 걸 자주 느끼기 때문이다. 무작정 책 쪽으로 아이를 당기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기는커녕 더 멀어지는 구실만 만들 뿐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아, 그래?”라며 괜찮다는 듯 말을 이어갔지만, 사실 그동안 아이와 도서관에 다니며 즐거웠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싶어 서운하긴 했다. 물론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도서관 나들이를 쉽게 접을 마음은 없었지만. 위기는 곧 기회! 이 고비를 넘기면 아이는 다시 책과 즐겁게 만날 수 있으므로, 길을 찾아야 했다.

◇ ‘퇴짜’ 맞지 않으려면 아이 마음에 들어올 책 찾아야 한다 

사실 세상에 재미난 게 얼마나 많은데, 어떤 어린이가 도서관에 가서 책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겠는가. 그런데도 아이에게 책 권하기를 미룰 수 없는 이유는, 책 읽기를 습관으로 들이기에 ‘지금’을 놓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껏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만큼 아이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매체는 없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눴던 그 시간은 다시 떠올려 봐도 소중하다. 호기심 넘치는 아이의 잦은 질문에 그림책이 훌륭한 해결사 역할을 한 경우는 또 얼마나 많았던지….이 모든 게 지금도 유효해서 아이 곁에 책을 놓아주고 싶은 마음, 아직도 간절하다.

그래서 오늘도 부지런히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찾아 펼쳐준다. 때때로 귀찮기도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그 마음이 싹 달아난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인터넷 검색 창에 두드리면 볼만한 책들이 주르륵 나열되니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엄마만큼 내 아이가 관심을 쏟는 대상을 잘 아는 이는 없잖은가.

물론 무수히 많은 책 가운데서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되는 순간은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찾고 아이의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는 것도 충분히 그림책을 즐기는 과정이고 책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경험이기에 값지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일곱 살 남자아이는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이야기인 그림책 「푸른 시간」(이자벨 심레르 지음, 박혜정 옮김, 하늘콩, 2018년)에 집중했다. 아이는 동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세계 각지의 다소 낯선 동물들이 이야기에 등장해 더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부쩍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를 위해 고양이 그림책들을 펼쳐줬고 아이는 엄마의 큰 그림 하에 그림책 세계로 한 걸음 다가온다.

아이가 자동차 같은 탈 것이나 공룡을 좋아하던 더 어린 시절, 그림책을 보여주던 그 방식 그대로다. 되짚어보면 공룡이면 무작정 좋아하던 더 어린 시절에는 공룡 책 몇 권 펼쳐 놓으면 아이 눈길을 사로잡기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의 책이라고 들이밀어도 심드렁한 날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남들이 좋다거나 엄마 마음에 들어온 책보다 아이 마음에 들어올 책을 찾아야 한다. 기껏 골라온 책들을 아이에게 번번이 퇴짜 맞는 순간이란….

「치즈를 찾아라!」(계명진 지음, 현북스, 2018년) 속 한 장면. ⓒ현북스
「치즈를 찾아라!」(계명진 지음, 현북스, 2018년) 속 한 장면. ⓒ현북스

◇ 아이의 마음은 뜻밖의 책에서 열리기도 한다 

여차여차해서 아이 마음에 들어온 그림책은 「치즈를 찾아라!」(계명진 지음, 현북스, 2018년)이다. 아이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사서 읽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가 모처럼 갖고 싶다고 표현한 그림책이다. 주인공 ‘진’이가 동구네 집 고양이의 치즈를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받고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아이들 사이에 한창 인기 있었던 탐정이 주인공인 동화를 접한 뒤 우리 아이의 꿈은 탐정이 되었다. 탐정을 꿈꾸는 아이는 매우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탐정은 이런 것도 해야 하냐’, ‘나는 이러이러한 걸 못하는데 탐정이 될 수 있겠느냐’고 걱정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탐정 사무소는 어떻게 차리는 것이며, 의뢰자는 어떻게 찾아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묻는다. 엄마에게 조수 역할을 맡겨야 하는데 그때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다. 아이는 자신과 또래인 진이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그림책을 보며 탐정 역할을 간접 체험한다.

“수사의 기본은 주변 탐색이야”, “작은 것도 놓치면 안 돼!”, “사건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는 건 필수야” 사건을 대하는 진이의 말을 아이는 바이블처럼 마음에 되새긴다. 간절히 탐정이 되고픈 아이의 마음은 이 그림책을 따라 두근두근 뛰고 아이는 그림책에 푹 빠져든다.

이렇듯 아이는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그림책을 선택하고 즐겁게 그림책과 만난다. 자연스레 책 읽기의 폭도 넓혀나간다.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결국 고른 그림책은 어린아이의 생활 모습을 단순하고 익살스러운 그림과 이야기로 담아낸 「까까똥꼬 시몽 시리즈」(스테파니 블레이크 지음, 김영신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6년)이다.

아이의 마음은 뜻밖의 순간에 열린다. 아이는 해당 시리즈를 모조리 가져와 끝까지 읽어낸다. 그러고는 “까까똥꼬” 하며 개구지게 웃는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오늘도 아이가 느꼈으니 오늘 도서관 나들이도 만족스럽다. 덕분에 내일도 수월하게 그림책 세계로 아이를 인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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