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미루는 국회… 국감은 ‘정치쇼’에 불과했나
유치원 3법 미루는 국회… 국감은 ‘정치쇼’에 불과했나
  • 기고=장하나
  • 승인 2019.11.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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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사태 그 후 1년③]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지난해 10월 이른바 비리유치원 사태' 후 1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일부 유치원의 행태도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베이비뉴스는 참여연대·비리사립유치원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정치하는엄마들에게 지난 1년간 유아교육 개혁 최전선에서 듣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 편집자 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베이비뉴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8년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산하 177개 교육지원청에 ‘지난 3년간 실시한 정기감사·특별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명단’의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77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단 28개 교육지원청만 감사 적발 기관명을 공개했고, 149개 교육지원청은 감사결과를 비공개했다.

또한 2018년 4월에는 국무조정실·교육부·보건복지부를 상대로 ‘2017년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특정감사 결과 적발된 기관 명단’을 정보공개청구 했으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감사와 수사에 관한 사항이며 개인정보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무조정실 특정감사는 유치원·어린이집이 집중해 있는 대도시(8개 특별·광역시 및 경기도 등 9개 지역)를 중심으로 규모(원아 수·예산)가 크거나 여러 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95곳(유치원 55, 어린이집 40)을 선정해 이뤄졌다. 그 결과 91개 시설에서 609건 위반사항과 부당집행금액 205억 원이 적발됐다.

그러나 정부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비리는 들켜도 비리유치원 신원은 보장되는 부조리한 제도인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어린이집의 공공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감사 적발기관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비공개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2018년 5월 국무조정실과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다(비용 때문에 모든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감사적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이른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촉발됐다. 10월 27일 교육부는 발 빠르게 유치원 이름을 포함한 감사결과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기에 이렀지만, 우리의 소송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해 5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비리유치원·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베이비뉴스
지난해 5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비리유치원·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베이비뉴스

◇ 1년 전에는 유치원 비리와 전쟁이라도 벌일 듯하더니…

문제는 교육부가 소송·재판 중인 유치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단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판사에게 강하게 주장했다. 소송·재판 중이라는 것은 해당 유치원의 비리 규모가 크고 비리 내용이 심각하거나, 비리유치원이 교육청 감사 자체를 보이콧 했다는 반증이므로 소송·재판 중인 유치원의 명단은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수 십 억대의 비리가 교육청으로부터 적발된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감사결과는커녕 감사받은 사실 조차도 모르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2019년 4~5월에 정치하는엄마들은 국무조정실과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각각 승소했다. 법원은 비리유치원 명단, 비리유치원 원장 실명, 수사 및 재판 중인 비리유치원 명단 등 위 세 가지 정보 모두 원고 학부모에게 제공하라고 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장 성명과 유치원의 명칭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해당되지 않으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이 작성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비공개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치원장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공공성을 고려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특례를 뒀기 때문인데 이를 유치원 명칭 비공개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승소 판결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감사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비공개함으로써 소수의 비위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포함해 국민들이 입을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또한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의 부모로서 교육비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납세자로서 세금이 바르게 사용되는지 감시할 권리를 지닌다는 점을 법적으로 보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승소 이후 유치원 감사와 관련해 소송·재판 중인 유치원 명단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했지만, 경기도교육청, 경상남도교육청, 울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 남부교육지원청은 판례를 무시하고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 비리근절 국회 토론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 비리근절 국회 토론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베이비뉴스

◇ 내년 총선에서 ‘비리유치원 옹호’ 정치인들 상기시킬 것

그런데 최근 비공개 결정을 내렸던 경기도교육청이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곽동근 목사 소유 유치원 세 곳의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14~2015학년도 회계 감사결과 부당집행금액은 총 100억 9360만 9743원이고 이 중 학부모에 돌려줘야 할 학부모환급금은 37억 5700만 2420원에 달한다.

그리고 곽 목사 소유의 경기도 파주 소재 예은유치원, 예일유치원, 용인 소재 예성유치원은 2016년부터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해 감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치원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검찰이 불기소했음으로 학부모환급이나 국고 환수, 유치원 교비회계로 반환을 일체 거부하며 오히려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년 전 이맘때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세상이 시끄러웠고 교육부과 각 시도 교육청들은 유치원 비리와 전쟁이라도 벌일 듯 엄정대응을 선포했다. 하지만 관심이 잦아들자 다시 꼬리를 내리고 비리유치원에 질질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선거가 코앞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설립취소 됐지만 그들의 조직은 여전히 탄탄하고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자유한국당이 여론의 비난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한유총을 비호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민주당도 선거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유치원 3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바란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치원 3법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세간을 뒤흔든 2018년 국정감사가 한낱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 될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내년 총선에서 유치원 3법을 반대하고 비리유치원을 옹호한 정치인들이 누구였는지 상기시킬 것이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서 비리 유치원 이사장이 횡령죄로 처벌받도록 하는 진짜 ‘유피아척결법’이 만들어지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이다. 

모든 변화는 우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에게 정치는 육아의 연장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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