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학부모협동조합 유치원'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학부모협동조합 유치원'
  • 기고=장성훈
  • 승인 2019.11.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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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사태 그 후 1년④] 장성훈 ‘아이가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지난해 10월 이른바 ‘비리유치원 사태’ 후 1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일부 유치원의 행태도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베이비뉴스는 참여연대·비리사립유치원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정치하는엄마들 등에게 지난 1년간 유아교육 개혁 최전선에서 듣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 편집자 말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장성훈 이사장.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장성훈 이사장.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은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치원을 세우기까지 많은 일을 겪었다. 이 짧은 기고문에 나의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부족하겠지만, 학부모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유치원을 만들기 위한 과정과 의미를 이야기해보겠다.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비리사태가 전국에 낱낱이 밝혀졌다. 그 중심에 동탄이 있었다. 학부모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꾸려지고, 사립유치원의 반성과 변화를 위하여 평화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 측 추산 500명 이상 참가한 집회. 이때만 해도 집회를 하면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도입 등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지자체가 앞다퉈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순수했던 탓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정부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정치권은 여야로 나뉘어 정쟁을 일삼았다. 지자체는 이에 더욱 소극적이었고, 선거를 앞두고 악수를 일삼던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조차 없었다. 이런 과정에 비대위원들은 하나둘 지쳐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 교육부가 “사회적협동조합에 한하여 공공건물을 임대하여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포함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ㆍ운영 규정’을 발표했다. 이것이 학부모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럼 우리 학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유치원을 만들어보자.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학부모들이 만들고 운영하는데 이보다 더 믿음이 가는 유치원이 어디 있을까?”

11월 초 학부모협동조합 유치원 설립 기획안을 만들어 비대위 카페에 공유를 했다. 한창 기자분들도 관심이 많았던 시기라 기획안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기자도 있었다. 서철모 화성시장도 기획안을 보고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유치원 세워보자“라고 제안했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유아교육법 등 법령정보센터를 뒤져가며 생소한 단어들을 공부하면서 인가서류를 작성했다. 동시에 설립인들을 모집하고 선두에 나서서 추진을 했다. 

임대장소 선정이 번번이 탈락하고, 초기 조합원들은 지쳐갔다. 결국에는 해산을 하게 됐다. 꺼져가는 희망 속에서 경기도교육청이 다시 불을 지펴줬다.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가 함께 적합한 장소를 찾아 제안을 했다. 그 장소를 받기 위해 다시 설립인들을 모집했다. 창립총회도 성사시켰다. 적합한 후보지가 선정돼 잘 추진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화성시와 교육청이 적극 해명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든 화살이 조합에게 돌아오는 듯했다. 공사 지연, 도서관 이용, 공간 축소, 교통 체증 등 모든 문제점을 야기시킨 원인제공자로 조합이 지명됐다. 그렇게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은 주춤거리고 있었다. 위축된 조합원들은 활동이 저조해지고, 조합 설립 역시 더디게 가고 있었다.

올해 6월, 준비한 지 8개월만에 교육부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인가증을 받았다. 2차 설립자 모집, 원장 채용, 조합원 모집설명회 등 현재는 유치원 리모델링 전 단계까지 와 있다.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유치원 1년 운영이 끝나는 2021년, 그 회계 내역을 전국에 공개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추진하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동탄목동이음터에 내년 3월에 개원할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추진하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동탄목동이음터에 내년 3월에 개원할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비대위를 꾸린 지, 조합을 이끌어온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사립유치원은 1년 전 모습과 현재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처음학교로 시행’뿐이다. 사실 이것도, 한 기자가 인터뷰에서 던진 ‘지난해와 무엇이 달라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한참 고민 끝에 답을 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10월의 사건을 차차 잊어가는 듯하다. 정치권의 이권 싸움에 아이들을 위한 법은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는 사건 전으로 돌아갔고, 지자체들은 흔히 말하는 공무원의 자세로 돌아갔다. 변화를 원치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지난해 10월을 잊지 못하고, 그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사례도 없고, 법령과 조례가 없다는 핑계만으로 절실한 우리의 손을 뿌리치지만, 우리들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학부모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은 처음이고 생소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학부모들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은 늘 외롭고, 힘들고 어렵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 운영 규정’이 발표된 후 최대의 수혜자는 최전선에 있는 학부모들이다.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희망을 현실로 바꿀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지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도와주길 바란다. 

국회는 우리의 후발주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위한 제도는 정쟁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2018년 10월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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