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네월아…' 우리 아이 왜 이렇게 느릴까요?
'세월아 네월아…' 우리 아이 왜 이렇게 느릴까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11.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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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느린 아이'를 대하는 법

Q. 초등학생 아들 진수 때문에 고민이 많은 엄마입니다. 우리 진수는요, 너무 느린 아이입니다. 학교 갈 때도 느릿느릿,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는 일도 느릿느릿, 밥 먹는 것도 느릿느릿, 숙제 한 번 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글씨도 느리게 쓰니 알림장도 제대로 못 써와서 준비물을 잘 못 챙길 때도 많아요. 한 가지 일에 집중도 잘하지 못하고요, 아이가 그냥 좀 느릴 뿐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너무 답답합니다. 도와주세요. 

학교 갈 준비하라고 해도 세월아 네월아…. 우리 아이 진짜 왜 이렇게 느릴까요? ⓒ베이비뉴스
학교 갈 준비하라고 해도 세월아 네월아…. 우리 아이 진짜 왜 이렇게 느릴까요? ⓒ베이비뉴스

A. 유아기는 신체 발달에서 극적인 성과를 거둔 시기지만, 아직 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아이는 여전히 작고, 제 몸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세상을 충분히 알고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제한적이다. 합리적인 사고력과 이해력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단계일 뿐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불안해하면서 소극적으로 세상과 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잠자리에 둘 때 부모가 불을 끄고 방을 나서면 그때부터 아이는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혹은 곰 인형을 끌어안거나 아기 때부터 쓰던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것으로 불편한 감정을 어느 정도 완화할 줄 알게 된다. 아이는 잠자리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혼잣말을 종알거리며 스스로 달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다른 형제가 제가 끌어안고 자던 곰 인형을 빼앗아 가거나, 엄마가 말도 없이 자신의 특별한 이불을 빨기라도 하면 아이는 무력감, 불안, 분노를 느끼게 된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엄마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잠그기라도 한다면, 아이의 무력감은 분노나 공포로도 변할 수 있다. 

한편 유아기는 과감하고 대담해 보이는 것만큼이나 수줍음이 많아지고 소심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세상은 흥미롭고 신나는 모험을 무수히 선사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낯섦, 위협, 위험 등의 감정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본 친구들에게 유난히 낯 가리는 아이들이 있다. 새로 만난 아이들이 시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고, 그 상황 자체가 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어린이집이나 놀이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엄지를 빨거나, 머리카락을 배배 꼰다.

두려움과 불안감은 다른 발달단계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맞은 아이들의 정상적인 감정이나, 편안한 감정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상을 피하거나, 철저히 따져보는 것은 어른들이나 하는 접근방식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두려움의 존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해할 능력이 없다. 

느린 아이일수록 '보상의 뇌' 활성도가 낮다. ⓒ김영훈
느린 아이일수록 '보상의 뇌' 활성도가 낮다. ⓒ김영훈

◇ 느린 아이일수록 도파민 관련 뇌 영역의 보상활성도가 낮다 

느린 아이는 먹고 자는 일이 규칙적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만, 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순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선 쉽게 움츠러들고,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얼핏 보기에는 까다로운 아이와 기질이 비슷해 보이지만, 변화에 대한 반응의 강도는 약하다. 활동성이 낮고 반응이 느리다. 한편 이렇게 느리고 여린아이가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지만, 신중하기 때문에 실수는 잘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약간 부정적인 편이다. 

느린 아이일수록 복측피개영역과 측좌핵 등 도파민 관련 뇌 영역의 보상 활성도가 낮다. 이 뇌 영역은 아이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동기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느린 아이는 이 부분의 활성도가 낮아 보상을 찾아 나서는 일이 적다. 

보상의 뇌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이 증가하면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도 강해진다. 탐구력이 높아지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느린 아이가 보상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짧은 도파민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느린 아이의 뇌는 지속성이 떨어진다. 지속성이 높아야 어려운 일을 만나도 기어이 그 일을 해내고야 만다는 의지가 생기는데 느린 아이는 쉽게 짜증을 내고 중간에 과제를 포기하는 일이 잦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 아이를 격려하는 것. 느린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다. ⓒ베이비뉴스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 아이를 격려하는 것. 느린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다. ⓒ베이비뉴스

◇ 느린 아이의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양육 지침 '기다림' 

부모는 느린 아이에게 화내기 일쑤다. 아이가 밥 먹기, 옷 입기 등 일상적인 행동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또한 느린 아이의 부모는 다른 아이와 비교했을 때 아이가 발달 지연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유아기에는 느린 아이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자라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특히 낯선 상황에 들어서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는 성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빨리 적응하라고 강요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적응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느린 아이가 보상을 추구하지 않고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끈기가 없고, 일을 마무리 못해도 너무 조급해해선 안 된다. 특히 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을 땐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말자. 느린 아이는 한 번 취한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도중에 부모가 참견하면 중심을 잃고 더욱 느려지게 된다. 

그래서 느린 아이의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다. 아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바라만 보라는 뜻도 아니다. 여기에서 기다림이란,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과정을 성찰하라는 의미이자, 아이가 정체될까 봐 불안해하기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큰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부모는 느린 아이가 변화를 겪을 때, 서서히 반복적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느린 아이를 키울 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아이에게 시간제한을 두지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느린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자. 느린 아이는 일단 부모를 귀찮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느린 아이는 부모가 과제를 성취하도록 지시하거나, 지적인 자극을 주려고 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조금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여건상 부모가 공부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한적으로 도와주자. 단 중요한 것은 이때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공부의 ‘보조자’라는 것이다. 부모가 공부마저 주도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중단하라. 

느린 아이는 대근육 발달이 다른 아이보다 더딘 경우가 많다.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조금만 어려워지면 포기하려고 하는 아이의 기질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운동신경을 발달시키고, 자신감과 체력 및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선 아이가 몸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태권도, 검도, 수영이나 발레가 좋다. 나이가 좀 어리다면 신체 놀이 활동에 참여시켜보자.

이때 중요한 것.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하면 아이의 자발성이 떨어지고 아이는 더 징징거리며 짜증을 부리게 될 것이다. 느리고 여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 찾아보자. 특히 아이가 기분 좋은 시간대를 이용해 신체 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 칭찬과 격려는 느린 아이에게 '명약' 

아이의 수줍음이나 두려움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 그런 느낌을 받아도 괜찮다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환경에 놓인 아이는 부모와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려 하겠지만, 부모가 사랑으로 안심시킨다면 꼭 쥔 손을 곧 놓게 될 것이다. 

아이가 정말 무서워하는 상황에서 “저게 뭐가 무서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 때로 아이의 두려움을 덜어주려고 하는 부모의 말이 아이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부추길 때가 있다. 아이가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그렇다고 말해주며 아이를 달래주자. 놀이터에서 그네가 무섭다고 그네를 타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그네가 무섭구나. 우리 OO이가 다치지 않게 엄마가 봐줄게. 하지만 네가 그네가 싫다면 다른 걸 찾아보자”라고 말이다. 

이렇듯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마음이 여린 아이는 상실감이나 실망감을 느끼면 심하게 고통스러워한다. 부모가 봤을 때 별것 아닌 일에도 아이는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부모가 제 마음을 받아주길 바라는데,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면 아이의 고통은 심해진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하라. 느리고 여린 아이는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부모에게 의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모는 초반에 아이가 힘들어할 때만 조금씩 도와주고, 아이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면 일을 조금씩 나누더라도 혼자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뭔가 해냈을 때 그 결과보다는 노력과 과정에 대해 충분히 칭찬해줘야 한다. 아이는 칭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에게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느리고, 여리고, 겁 많은 아이에게 부모는 용감한 모습의 표본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천둥이 칠 때 부모가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할 것이다. 그림책 읽기나 역할 놀이로 의연한 모습을 가르치는 것도 방법이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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