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손녀 사위” 모인 개구리 가족도 목청만 좋다!
“딸 손녀 사위” 모인 개구리 가족도 목청만 좋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1.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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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에코페미니즘 동요 앨범 낸 서울녹색당 초록육아당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음원 작업에 아이들과 함께한 초록육아당 당원들. 맨 오른쪽이 김영준 씨다. ⓒ초록육아당
음원 작업에 아이들과 함께한 초록육아당 당원들. 맨 오른쪽이 김영준 씨다. ⓒ초록육아당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딸 손녀 사위들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 개굴 개구리 목청도 좋다”
(‘지구별의 노래’ 수록곡 ‘개구리’ 가운데)

재미있는 동요가 나왔다. “아들·손자·며느리”로 구성됐던 ‘가부장적’ 개구리 가족은 “딸·손녀·사위”로 바뀌었다. 그래도 목청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가 하면 동요 속 세계엔 아빠가 두 명인 가족도 살고(‘다양한 동물 가족’), 버스기사를 직업으로 가진 엄마(‘하마’)도 있다. 

“비행기와 자동차가 많아지면 뜨거워 뜨거워/ 소 닭 돼지 축사 많아지면 뜨거워 뜨거워
고기 생선 달걀 우유 더 먹으면 뜨거워 뜨거워/ 우리 농산물 줄고 수입 음식 늘면 뜨거워 뜨거워”
(‘지구별의 노래’ 수록곡 ‘구지거뜨앗’ 가운데)

다른 노래에서 이들은 “어떤 얼굴색을 가지고 있든지, 네가 누구를 사랑하든지, 네가 얼마나 가졌든, 어떤 장애 있든지, 네가 어떤 나라에서 건너왔든지”에 상관 없이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너와 내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그대로 사랑해’)고 덧붙인다. 

동요를 만든 사람들은 서울녹색당 내 영유아양육자 모임 ‘초록육아당’. 이들은 지난달 30일 동요 앨범 ‘지구별의 노래’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미 지난 9월 28일 서울 염리동 경의선공유지에서 열린 행사 ‘맨땅에 초로록’에서 데뷔무대를 치르기도 했다. 

초록육아당은 사회운동 후원 사이트 ‘소셜펀치(social funch)’를 통해 6월부터 8월 10일까지 두 달간 앨범제작비를 후원받았다. 앨범 제작 동기에 공감한 80명이 213만 원을 모금했다. 여기에 이전에 ‘그림책 프로젝트’ 잔여 비용 200만 원을 지원 받아 앨범을 제작하게 됐다. 

베이비뉴스는 5일 초록육아당 조직 계기와 동요 앨범 제작 이유에 대해 물었다. 초록육아당을 대표해 김영준 씨가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아래는 김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9월 28일 행사 ‘맨땅에 초로록’에서 열린 이들의 데뷔무대. ⓒ초록육아당
지난 9월 28일 행사 ‘맨땅에 초로록’에서 열린 이들의 데뷔무대. ⓒ초록육아당

Q. ‘초록육아당’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A. “저는 2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녹색당에서 활동하면서 양육자 모임에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육아를 하다보니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같이할 수 있는 당원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조직을 하게 됐습니다. 초록육아당은 여덟 명이고, 한국 나이 1세부터 4세 사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영유아 양육자입니다.

지난 1월부터 모이게 됐는데, 대체로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부모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거나, 성평등이나 생명다양성, 생명존중을 생활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궁리하거나 한다든지요. 아이 연령이 조금만 달라져도 고민의 층위가 달라잖아요. 저희는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공감대도 있죠.”

Q, 동요 앨범 ‘지구별의 노래’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어요?

A. “이 앨범은 성평등·다양성·생태 등의 가치를 담아, 서울녹색당 양육자모임 ‘초록육아당’이 비양육자들과 어린이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만든 동요 앨범입니다. 총 열 곡을 만들었어요. ‘개구리’, ‘곰 세 마리’는 가사를 저희 고민에 맞게 바꿨어요. ‘다양한 동물가족’은 클래식 곡 멜로디를 모티브로 했고요. 이탈리아 민요 ‘벨라챠오(Bella ciao, 안녕 내 사랑)’로 만든 노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곡조를 만들면, 함께 다듬었어요. 가사도 마찬가지에요. 공동 작업을 한 셈이죠. 주창작자가 있더라도 작사와 작곡 표시를 개별로 하지 않았고 ‘초록육아당’ 공동 명의로 했어요. 이번 앨범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운동에 동참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CC BY-NC-ND)’ 조건만 지키면 됩니다.

음원이 가질 확장성을 생각하면 저작인접권업체와 계약해서 벅스뮤직이나 멜론과 같은 스트리밍서비스에 배포하는 것이 손쉽긴 하죠. 하지만 ‘음원을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는 부분에 구성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유튜브로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고 있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드롭박스(Dropbox), 구글드라이브 등 파일공유 서비스에서 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요 앨범 '지구별의 노래' 녹음 현장. ⓒ초록육아당
동요 앨범 '지구별의 노래' 녹음 현장. ⓒ초록육아당

Q. 그림책 읽기 활동 다음으로 ‘동요 만들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예전 동요들은 이미 많은 지적을 받아왔죠. ‘뽀뽀뽀’에서는 명확한 성역할을, ‘개굴개굴 개구리’에서는 가부장제 중심의 가족 구성을, ‘곰 세 마리’는 외모지상주의 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동요도 완성도가 있지만, 개선되지 않은 인식들이 여전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상어가족’은 성별 고정관념뿐 아니라, 포식자 입장에서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일을 미화할 수 있죠.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라는 가사를 가진 ‘우유송’ 같은 경우에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고민을 가진 분이라면 문제 삼을 수 있는 내용이죠.  

동요는 아이들에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가치관을 형성해줍니다. 그래서 잘 선별해줘야겠더라고요. 읽기 모임도 많고, 관련 콘텐츠가 많은 ‘그림책’에 비해서, 동요는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 부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동요라고 해도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같았을 텐데요, 일반인이라면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A. “제가 서울녹색당 공동위원장이라 새로운 모임을 조직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또 ‘하늘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싱어송라이터 활동도 하고 있죠. 앨범을 발매해봤으니까 음악을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청년실업, 노동, 미세먼지, 탈핵, 기본소득 등에 대한 고민을 음악에 녹여내는 작업을 해왔어요. 아내와 함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느낀 고민들을 노래에 담기도 했어요.”

Q.  소셜펀치에 있는 프로젝트 설명글을 보면 음원 제작 과정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A. 가사를 만들면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성평등한가’, ‘누군가를 대상화하지는 않나’ 등 생각을 나눌 곳이 많았죠. 이 과정이 어려웠지만 많이 서로 배운 기회였어요. 이 외에도 녹음에 초등학생인 친구들과 함께했어요. 다섯 명이었는데 연습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뛰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웃음) 그래도 녹음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동요 앨범 제작에 목소리로 함께한 초등학생 친구들. ⓒ초록육아당
동요 앨범 제작에 목소리로 함께한 초등학생 친구들. ⓒ초록육아당

Q. 앨범을 공개하신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A. “서울녹색당 당원들에게는 지난 4일에 알려졌어요. 이번 주말 정도 돼야 더 많은 반응을 들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도 음원 공개를 개인 SNS로 알린 구성원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들이 있었다고 전해주더라고요. 음원 작업을 하면서 아이에게 많이 들려주게 됐어요. 아이가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 안무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안무를 따라하기도 하고요. 아주 가까운 분들은 가사 의미에 대체로 공감해주셨어요.”

Q. 동요 ‘상어가족’이 전 세계적으로 큰 반응을 얻게 된 배경에는 영상 자체가 중독성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동요 영상이나 가사집 등 다른 결과물을 만든다거나 공연을 열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양육자들이 동요를 접할 때 영상 없이 음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곡 정도는 영상화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11월 말쯤에 초록육아당 구성원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1박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은 재우고 진하게 이야기 해보자고 했죠. (웃음) 그 자리에서 차후 활동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Q. 이번 동요 앨범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계시나요? 

A. “한다고 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로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저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의 피드백이 많이 필요해요. 이야기가 터져나오면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거 같아요. 

한편으로는 가사를 불편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분들에게도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거나 가치관을 환기할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일단 노래를 들어보세요.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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