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에 성평등? "20년 전에 싸움 끝난 얘기"
인구정책에 성평등? "20년 전에 싸움 끝난 얘기"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1.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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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족정책포럼 : 성평등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가족정책포럼에서 한국 인구정책 모델로 스웨덴을 들며 "속도나 저항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게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가족정책포럼에서 한국 인구정책 모델로 스웨덴을 들며 "속도나 저항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게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저출산 해결에 성평등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을 주제로 가족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정부가 내년에 발표할 ‘4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에 어떤 담론을 가지고 정책을 담을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왜 저출산 대책이 성평등한 방향으로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인구정책 목표가 출산 조절 중심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 관점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미 20년 전에 싸움이 끝났다”며, “많은 연구결과에서 출산율과 성평등 수준은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출산율을 움직이려면 성평등 수준을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한국이 적용할 모델로 ‘스웨덴’의 예시를 들었다. 노동시간을 줄여나가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며 그에 따른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모델이다. 스웨덴은 가족을 ‘퍼블릭 패밀리(public family)’로 개념화하면서 가족을 사회와 분리시킬 수 없다고 정의했다. 

“한국에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냐고 묻는 상황은 이미 지났고 이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신 교수는 “수당으로 가족을 지원하는 프랑스나, 이민을 받아들이는 미국 모델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속도나 저항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게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 전환 전략으로 여섯 가지를 제안한 신 교수는 가장 먼저 ‘노동시장과 가족에서 실질적인 성평등을 추진할 것’을 꼽았다.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자와 양육자로서 동등한 책임을 지져야 하며, 이에 따른 전반적인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동은 국가가 키우고 지역사회가 돌본다’는 국가와 지역의 돌봄 책임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저출산 현상을 완전히 해소하기보다는 완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단기 전략과 더불어,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장기 전략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비혼 출산율이 1.9%에 불과한 한국 현실을 “출산이 혼인에 결박돼있다”라고 설명하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이를 해소하면서 사람들의 규범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의 결혼과 출산 지원에 집중할 것과 노동시간 유연성 제도화와 실효성을 강화할 것, 그리고 계층과 젠더를 고려한 통합적인 정책추진을 제안했다.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가족정책포럼을 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가족정책포럼을 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돌봄의무로 생기는 차별, 입법으로 해결”… 미국 FRD 금지법 사례 나와

‘성평등한 저출산기본계획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과 돌봄을 상호 결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현재 남자는 업무 이외의 돌봄은 하지 않는 ‘조직 인간’으로 상정하며 여성은 돌봄 요구가 생기면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로 호명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 또한 신경아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며 “일과 양육을 남성과 여성이 함께해야 하는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나 상황에 따라 차등되지 않는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성평등한 돌봄 정책의 근간”이라고 밝혔다. 

아이에게 최선의 돌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송 교수는 “돌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야 하고, 여성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며, 남성의 돌봄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돌봄정책에 지역 간 격차 해소·국공립 시설 확충을, 초등돌봄에 양적 확대는 물론 돌봄시간 사각지대 해소를 과제로 내놨다. 

아이를 낳으면 1년 만에 크지 않는다. 송 교수는 “전 생애에 걸쳐 일과 돌봄의 균형이 가능해서 남성도 지속적인 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따라서 돌봄정책과 함께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노동자들이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것을 제안했다.

19일 가족정책포럼에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한 저출산기본계획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9일 가족정책포럼에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한 저출산기본계획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날 돌봄에 대한 차별을 해소할 방법도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족책임차별(FRD, Family Responsibility Discrimination) 금지 입법을 제안했다.

FRD는 고용 차별의 한 형태로, 돌봄 의무를 이유로 받는 부당한 대우를 말한다. 김 교수는 “남성에게 돌봄책임이 없다거나 돌봄 권리가 없다는 등의 돌봄 거부도 차별에 해당한다”며 “미국은 2000년대 초반에 이를 시작해 600% 정도 소송 건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족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차별’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나, ‘가족 안에서의 지위’라는 정의가 불분명해 사문화된 상태다. 김 교수는 “가족 안에서의 지위 및 돌봄책임”으로 이를 개정하고, 가족돌봄 휴직 허용 예외 조항에서 ‘고용주가 돌봄휴직 요청을 불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은 인사말에서 “앞으로의 저출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돌봄과 고용 출산 전 영역에서 성평등한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은 관계 부처, 전문가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내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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