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문재인 대통령님이 현장에서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주신 건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방안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가장 화나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무늬만 어린이통학버스인 차량이 많고, 대다수 부모님들은 그게 통학버스인 줄 안다는 것입니다.”(태호 아빠 김장회 씨)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지난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아들 김민식 군을 떠나보낸 엄마 박초희 씨를 지목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배철수 씨는 국민 패널들에게 자유롭게 손을 들고 질문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오늘 민식이 부모님이 나오신다고 들었다”며, 민식이 부모님이 먼저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다른 패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박초희 씨는 “저희는 대통령님께 부탁을 드리러 왔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하고, 기자회견을 수도 없이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는 아이를 잃고 자라나는 아이를 지켜달라고 외치는 태호·해인이·하준이 부모님이 와 있다”면서 “아이들의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되지 못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탄했다. 아울러 “대통령님은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공약했다”며, “2019년에는 꼭 이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약속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말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이들의 생명, 안전을 위한 여러 법안들을 아이들의 이름으로 제안을 해주셨는데, 국회에 계류 중에 있고 통과되지 못해 많이 안타까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 "공감만 하는 사회, 죽은 아이들 부모만 힘쓰고 있어"
그러면서 “국회와 협력해서 (법안들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면서 스쿨존 전체에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오늘 이렇게 용기 있게 참석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민식이법은 지난 9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남 아산시을)과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충남 아산시갑)이 각각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하지만 태호 아빠 김장회 씨는 20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도 공감해주는 사안인데 국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장회 씨는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축구클럽 통학차량사고로 아들 태호를 잃은 아빠다. 현재 국회에는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태호·유찬이법이 발의돼 있다.
'국민과의 대화' 현장에도 함께 참석한 김장회 씨는 “먹고사는 문제 다 던져두고 법안 통과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가 회의감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또한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지만 공감한다고만 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죽은 아이들 부모들만 미친 듯이 법안 통과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장회 씨는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일명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를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내 296곳의 의원실을 방문해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는 동의서를 돌렸다. 하지만 지난 10일 정치하는엄마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법안에 동의한 국회의원은 92명에 불과했다.
한편, 지난 11일 시작한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0일 오후 1시 10분 기준 21만 124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이로써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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