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홍문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이 일명 ‘민식이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할 때 문제제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에서 열린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
당시 회의록(제371회 국회(정기회) 제7차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홍 의원은 “지난 19일 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민식이법)가 급부상이 돼서 오늘 이렇게 직결로 처리가 된다면 앞으로 대통령이 이 비슷한 얘기를 하면 또 우리가 이렇게 해야 됩니까”라고 민식이법 심사에 문제제기를 했다. 다만 홍 의원은 “민식이법을 찬성한다는 전제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홍 의원은 “이게(민식이법) 본래 처음부터 순서에 의해서 올라오지 않았다”라면서, “여·야가 합의해서 (민식이법) 올라온 것은 좋은데 앞으로 대통령께서 현안 문제 얘기하다가 무슨 법의 얘기가 나오면 또 이런 식으로 할 겁니까”라며 다시 한번 항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계기로 국민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민식이법을 처리하게 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저는) 위원을 하면서도 이런 경우는 몇 번 못 봤다, 이게 아주 특이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법안소위에서만이라도 대통령의 말씀이 아니라, 그 누가 얘기를 해도 절차와 순서에 따라서 하는 걸로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대통령 말씀 한마디에 절차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되는 것(심사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 김민기 의원 "국회가 직무를 더디게 한 것… 절차 무시 아냐"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홍 의원의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같은 당인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대통령 발언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행안위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우리가 (심사)하는 게 아니고, 지금 어린이 안전문제가 이슈가 되고 오늘(21일) 학부모들도 국회에 와서 여러 가지 의견도 개진하고 해서 저희들이 이 법안의 시급성을 충분히 판단해서 오늘 심의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경기 용인시을)도 국회 절차를 무시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민식이법과 유관한 법안들을 쭉 나열한 뒤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논의됐기도 했고 또 될 예정이었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것이 우리 국회에서 더디게 더디게 진행됐던 것은 맞다"며, "오히려 국회가 직무를 좀 더디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것(민식이법)이 지금 이 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 논의과정도 여야 간사들의 합의에 의한 것으로 절차를 무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밖 복도에는 민식이와 같이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이른바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처리를 호소하며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법안소위 직후 회의실을 빠져나오는 홍 의원에게 유가족들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관련 서류가 담긴 봉투를 건넸을 때 홍 의원은 유가족에게 아무런 말 없이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 봉투를 넘기면서 가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다른 대부분의 의원들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법안 처리 노력을 약속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정쟁으로 멈춘 국회… 책임에 여야 없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공동대표는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법안들이 언제 발의됐는지나 살펴보고 하는 이야기인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공동대표는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은 대통령 말로 하루아침에 급조된 것들이 아니"라며, "해인이법은 3년 7개월째 계류 중이고 하준이법, 한음이법도 발의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또한 "태호·유찬이법은 5개월 동안 아무런 논의가 없었고 최근 희생된 민식이 이름으로 겨우 세간의 관심이 이어질 뿐"이라며, "무기력과 무관심으로 또 한 아이를 잃고서야 법 만든다고, 돈 쓰겠다고 땜질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사고 이후 아이들과의 짧은 생과 함께 멈춰 있는 부모들의 고통과 경각심을 무시해온 건 정치권"이라며, "여기엔 여야가 없다, 정쟁으로 국회가 멈춰 있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공동대표는 "귀 막고 보지 않는 국회에 호소하려 오죽하면 대통령을 찾아가고 국민청원 20만 받으려고 생업을 접고 길거리를 뛰어다니겠나"라고 물으며, "가슴이라는 게 있다면 그 심정을 가늠하라"고 촉구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어린이가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으로,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민식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을 말한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이에 지난 9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한속도 시속 30km의 스쿨존에 CCTV 및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재 민식이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 가결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