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 엄마 "이런 나라에서 아이 키우고 싶지 않아요"
태호 엄마 "이런 나라에서 아이 키우고 싶지 않아요"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11.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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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국회 문턱 넘지 못하고 '유보'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유가족들의 모습. 왼쪽부터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 태호 아빠 김장회 씨, 태호 엄마 이소현 씨, 해인이 엄마 고은미 씨.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유가족들의 모습. 왼쪽부터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 태호 아빠 김장회 씨, 태호 엄마 이소현 씨, 해인이 엄마 고은미 씨.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금 여기(국회)에서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좀 지켜달라고,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말씀드리는건데, 희망고문 시키는 거밖에 안돼요.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맞지 않나요?”(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

“국회의원 손주·자녀였다면 법안소위까지 오기가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저희가 요청한 법,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통합 관리해달라는 그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을까요? 이런 나라에서 아이 키우고 싶지 않아요.”(태호 엄마 이소현 씨)

“이미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조치만 강화한 것이지, 사각지대는 전혀 못 건드렸어요, 무늬만 노란버스(어린이 통학버스)는 계속 똑같이 길을 다니고 있어요, 사각지대를 전혀 해소해주지 못했어요.”(태호 아빠 김장회 씨)

“태호·유찬이법과 한음이법 통과는 까마득해 보입니다. 축구클럽차량은 무늬만 노란버스이고, 많은 아이들은 똑같은 위험에 처해 있고, 변한 상황 없는 분노스러운 상황입니다, 아이들 생명 안전을 지키는 정치는 없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습니다.”(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부모들은 심사 결과를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국회 행정안전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이,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하준이법이 다뤄졌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과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이날도 국회를 찾았다. 이날 국회를 찾은 부모들은 태호 아빠 김장회 씨, 태호 엄마 이소현 씨,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 해인이 엄마 고은미 씨, 민식이 아빠 김태양 씨,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였다.

◇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하준이법' 행안위 법안소위 '해인이법' 통과

하준이법이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가 해인이 엄마 고은미 씨와 포옹하는 장면.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하준이법이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가 해인이 엄마 고은미 씨와 포옹하는 장면.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심사 결과, 해인이법과 하준이법만 통과됐고, 태호·유찬이법은 사실상 '무늬만' 통과됐다. 한음이법은 아예 통과되지 못했다. 두 법안(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은 논의는 됐지만, ‘정부 의견 청취 필요’라는 이유로 법안 심사가 미뤄졌다. 이에 따라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생명안전법안’(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민식이법, 하준이법)은 20대 국회 내 전부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준이법은 국토위 전체회의 시작 30분 만에 통과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는 복도에 설치된 모니터로 회의 상황을 지켜봤다. 하준이법이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고 씨는 눈물을 쏟으면서 동행한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과 포옹했다. 하준이법은 이로써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후 본회의 가결 절차만 남게 됐다.

하준이법이 통과된 직후 고 씨는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하준이법) 통과에 기뻐만 할 수가 없다”며, “다른 법안들도 전부 국회에서 다뤄져서 모든 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준이는 2017년 10월 경기 과천시의 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다. 이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갑)은 ‘주차장법 일부개정안’ 일명 하준이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도록 해 차량 미끄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해인이법은, 2016년 4월 비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치였으나 응급조치가 늦어져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을 딴 법이다. 같은 해 8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은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일명 해인이법을 대표발의 했다.

법안의 내용은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질병, 사고 또는 재해로 인해 응급환자가 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이송조치 및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로 해인이법은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가결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 하준이 엄마 "기뻐할 수가 없다… 다른 법안들도 전부 통과돼야"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심사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유가족들을 지나치는 모습.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심사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유가족들을 지나치는 모습.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반면 태호·유찬이법은 ‘속빈 강정’ 법안으로 심사가 유보됐다.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를 당한 태호·유찬이.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노란색’이었지만, 해당 차량은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심사 결과는 ‘통학버스 범위 확대’ 여부를 두고 의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안을 마련해서 다시 재논의 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번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또 다른 법. 한음이법은 2016년 7월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돼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을 딴 법이다. 같은 해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병)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일명 한음이법을 대표발의 했다. 내용은 어린이통학버스 내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자가 모니터로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날 한음이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심사일이 미뤄졌다.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심사는 오후 2시에 시작해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부모들은 심사가 끝날 때까지 회의장 복도 앞을 끝까지 지켰다. 심사가 끝나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여·야 의원들은 유가족들에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20분 뒤 심사 결과를 든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남구갑)이 회의실을 빠져나왔고, 유가족이 보는 앞에서 결과를 브리핑했다. 브리핑의 핵심은 ‘통학버스 범위와 동승 보호자 탑승 범위 확대’ 건이었다. 이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워낙 범위가 방대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빠른 시일 내 정부가 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 해인이 아빠 "의원들 의지 없다… 계속 말도 안 되는 희망고문만"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심사 결과 브리핑 이후 유가족들이 중앙 테이블로 이동해 브리핑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심사 결과 브리핑 이후 유가족들이 중앙 테이블로 이동해 브리핑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태호 아빠 김장회 씨가 이 의원에게 “'무늬만 노란버스'를 없애달라는 것인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기존 어린이 통학차량에 규정만 강화한다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의원은 “법안을 보완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한 정부안 제출 시한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최대한 빨리 범위 확대 부분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자 부모들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허탈감을 드러냈다. 

10분 후 유가족들은 복도 중앙 의자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이채익 의원의 브리핑 내용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는 “(의원들이)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거는 말이 안 되는 거다, 계속 희망고문만 주는 거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태호 엄마 이소현 씨는 “(아이들) 목숨 지켜달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난다, 아이들의 안전은 없는 거다, 똑같은 환경이면 저는 아이 낳아 못 키운다”고 눈물을 쏟았다. 태호 아빠 김장회 씨는 “그냥 내가 차 사가지고 노란색으로 도색해도 (어린이 통학버스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다, (심사 결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는 통과되지 못한 법안 모두를 20대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섯 법안이 모두 통과되기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모들은 “약속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국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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