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 일곱 명이 약속한 '보육료' 법안, 휴지통으로?
[단독] 국회의원 일곱 명이 약속한 '보육료' 법안, 휴지통으로?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1.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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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는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법 개정안, 법안소위 논의조차 없어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7월 6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육의 균형성장을 위한 대토론회'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의원들 모습. 이날 토론회는 김세연·김정우·최도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가 주관했다. ⓒ베이비뉴스
지난 7월 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육의 균형성장을 위한 대토론회'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의원들 모습. ⓒ베이비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20일, 21일, 27일, 28일) 열렸으나 어린이집 급간식비가 포함된 보육료 인상과 관련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 20대 국회가 끝나면 이들 법안은 그대로 폐기된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전면 무상보육. 하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과 물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보육료는 제자리걸음. 만 0~2세 보육료는 2013년과 2014년, 2017년에 동결됐고 만 3~5세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 중이다.

정부는 ‘어린이집에서 아이 1명을 1개월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알아보고자 표준보육비용 계측을 진행했다. 표준보육비용은 ▲원장과 보육교사, 보조교사, 영양사 등의 급여,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인건비 ▲급간식비 ▲교재교구비 ▲교직원 보수교육, 차량운영 등에 필요한 관리운영비 ▲어린이집 설치, 증·개축 및 개·보수 비용을 포함한 시설비 등 5개 항목으로 구성한다.

다만 표준보육비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보육료 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린이집 원장 단체를 중심으로 ‘표준보육비용을 보육료 산정에 반영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 요구를 반영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올해에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윤상현·임이자 의원,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20대 국회 전체로 보면, 2016년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2017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보육료에 표준보육비용 계측 결과를 반영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위원장도 발의했는데…' 11월 네 차례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돼 

표준보육비용을 보육료에 반영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남인순·최도자·인재근·김세연 의원. ⓒ베이비뉴스
표준보육비용을 보육료에 반영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남인순·최도자·인재근·김세연 의원. ⓒ베이비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금정)의 안은 “표준보육비용의 공표를 의무화하고, 보육료를 표준보육비용보다 낮게 정할 수 없도록 한다”는 안을 골자로 한다. 임이자 의원의 안은 김 의원 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육료를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정하는 것과 동시에 “물가상승률이나 최저임금 상승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반영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오른 254건 법안 중 150~161번에 올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간 법안 발의뿐 아니라 의원실 주최로 정책토론회, 세미나, 간담회 등도 여러 차례 진행돼왔다. 그때마다 의원들은 보육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보육료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왜 법안소위에서조차 논의가 안 됐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 A 씨는 2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54건의 법안이 올라왔고 나흘 동안 100여 건 논의가 됐는데 순서상 다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논의 순서는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정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우선순위는 각 정당마다 당론에 우선해 중점 법안을 중심으로 순위를 정한다"며, "2월, 3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면 그때에는 미처 다루지 못은 법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다음달 10일 문을 닫는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더 이상 다뤄지기 힘들 거라는 뜻이다.

이미 지난 20일 1차 법안소위 당시에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다른 의원실 관계자 B 씨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논의는) 순서상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문제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고 기획재정부의 반대 등을 고려해보면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표 없는 아이들을 정치권이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상황”

지난 7월 29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주최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베이비뉴스
지난 7월 29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주최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베이비뉴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 단체 입장은 어떨까. 김용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2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반드시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보육료가 책정돼야 한다"며, "표준보육비용 조사와 예산이 따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고 보육을 외면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곽문혁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장은 더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곽 위원장은 28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회에서 보육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토론회, 간담회도 수차례 했다"며, "법이 만들어지면 예산이 따라와야 하는 것인데 (법 만드는 것을) 기재부의 판단에 맡긴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표현한 곽 위원장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이 일곱 명이나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표발의를 형식적으로만 한 것이냐"고 물었다. 덧붙여 "보육 현장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닌데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보육료는 아이들 밥값이고 보육교사들 임금인데 (의원들이) 당리당략에만 관심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보육료에는 어린이집 급간식비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급간식비 인상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백운희 공동대표는 2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표가 없는 아이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대하는지 (이 상황에) 메시지가 녹아 있다고 본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양육자들이 희망을 얻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대체 국회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의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다"며, "정치 불신이나 혐오를 일으키지 않고자 활동하는데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백 공동대표는 "그렇지만 더 많은 양육자가 관심을 가지고 촉구할 수밖에 없다"며, "계속 국회를 지켜보고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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