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조건이 돼야 하나"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조건이 돼야 하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1.2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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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로 민식이법·하준이법 처리 무산… 부모들 긴급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29일 오후 하준이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한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가 엎드린 채 눈물 흘리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같은 날 본회의에서 하준이법이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29일 오후 하준이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한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가 엎드린 채 눈물 흘리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같은 날 본회의에서 하준이법이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세상에 돈과 자식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 그들은 우리 아이들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기다린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여야 국회의원에게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쓰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개회 직전 자유한국당은 이날 상정할 모든 안건에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했다. 때문에 이번 본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선거법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자유한국당)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 것.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합의에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나 원내대표의 말을 들은 유가족들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하고 정론관 앞에 섰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쟁의 도구로 아이들의 이름을 거론한 국회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 누가 하고 있나”

김태호 군의 아버지인 김장회 씨는 “아내가 (국회의원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그만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법 하나라도 통과되면 아이들을 위한 것이니까 참았다”고 입을 열었다. 김 씨는 “(나 대표의 발언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난다”며 “민식이법 하나 통과 시켜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하고 반문했다. 

“우리 아이들 이름 거론하신 것, 사과하라”고 말한 김태호 군의 어머니인 이소현 씨는 국회에 큰 실망을 느꼈음을 밝혔다. 이 씨는 “여기 계신 분들(유가족)은 생업을 내려놓고 국회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여야 간에 협상이 안 되는 부분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에 민식이, 해인이, 태호·유찬이, 하준이 엄마 아빠 얘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에 민식이 어머님이 많이 울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국회의원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치는 국민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해인 양의 아버지 이은철 씨는 “대한민국에서 제발 아이들 조금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거냐”라며 “선거 때 되면 표 받으려고 굽실거리고 지금은 국민들이 무릎 꿇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해인 양의 어머니 고은미 씨는 “매일 쪽잠 자면서 여기로 출근해서 정말 비굴하게 무릎 꿇으면서 힘들게 온 자리”라면서 “저희 아이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데 왜 저희가 이렇게 호소하고 이 자리에 있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당신들에게 무릎까지 꿇은 우리에게 반드시 사과하라”

최하준 군의 어머니 고유미 씨는 “세상에 돈과 자식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부모는 없다”고 강조했다. “어제 오늘 한국 정치의 민낯을 봤다”고 말한 고 씨는 현재 국회 상황에 대해 “우리 아이들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 하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식이법’에서 거론된 김민식 군 부모의 분노는 더 컸다. 박초희 씨는 “우리가 정치를 몰라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양쪽에서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먼저 이런(어린이생명안전법안) 법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수정하고 보완했다면 아이 이름에 '법'자 붙이지 않았고 우리가 빌 일도 없었다”고 말한 박 씨는 “당신들(의원)에게 무릎꿇은 우리에게 사과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발언을 이어나간 김태양 씨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며 “그게 사람으로 할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개회가 미뤄지는 이유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유가족 기자회견 이후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식이법과 같은 민생법안 처리 시급한 상황에 문희상 국회의원이 국회법을 어겨가며 개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을 딴 법안들을 말한다. 운전자 안전 의무와 주차장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 응급처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에 포함시키는 태호·유찬이법, 통학버스 운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음이법, 스쿨존 과속카메라 및 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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