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발언 내 귀로 들었다… 유가족 모욕 마라"
"나경원 발언 내 귀로 들었다… 유가족 모욕 마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12.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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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백운희 공동대표, 장하나 활동가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국회가 멈췄다. 부모들의 희망도 멈췄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올라온 199개의 모든 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하면서 국회 본회의 개최가 파행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일명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중 일부다. 이 법안은 민식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총 다섯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그대로 폐기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뒤로 국회는 멈춰 있다. 그동안 매일같이 국회를 찾아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처리를 호소해온 사고 피해아동 부모들 역시 큰 실망에 빠져 있는 상황.

3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며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다. 베이비뉴스는 그동안 사고 피해아동 부모님들과 함께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활동을 함께해온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백운희 공동대표와 장하나 사무국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선언 이후 나흘째 국회는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장하나(이하 장) : “자유한국당이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선언한 것이 국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는 아니지만, (입법)정신이나 취지에는 반하고 있고, 공당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필리버스터라는 법으로 보장된 것을 악용한 겁니다. 그 자체로 비판받아야 마땅하고, 물타기이며, 꼼수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국민들을 호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백운희(이하 백) : “실무적인 부분은 양육자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덕(이하 김) :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선언한 것은 상식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려는 시점에라도 유가족들이 어떻게라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데, 정치권의 무관심과 안일함 때문에 다른 아이들 살려보겠다고 한 어린이 법안들이 휴짓조각이 되게 생겼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상할 수도 없을 것 같고, 다시는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내주지 않을 겁니다. 너무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식이법 처리를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는지요.

김 : “지난달 29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할 때 저희와 유가족분들은 현장에 있었습니다. (나 원내대표) 보좌관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 원내대표와 면담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일단 방으로 들어와 있으라고 말했는데, 저희는 기자회견도 듣고 싶다고, 다 듣고 면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 원대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그렇게 말한 것을 저희 귀로 들었습니다.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다고) 자기네들 입맛대로 주장하는 건, 현장에 있던 유가족 모두를 모욕하는 거라고 봅니다.”

Q. 일각에서는 민식이법의 처벌 조항이 과도하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 : “운전자 과실이 분명하게 있는 경우를 전제하에 법률 적용이 되는 걸로 아는데, 그것이 과도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고, 물타기라고 생각합니다. 법안을 좀 더 꼼꼼하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어린이 사고 시 가중처벌을 가능하도록 했지만, 운전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만 해당된다. 시속 30km 규정속도 내로 운행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켰는데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 기자 주)

장 : “스쿨존에서 사망사고가 나려면 (대체로) 규정속도를 많이 위반해야 발생하잖아요. (다른 법에 비해 형량이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거꾸로 다른 법들의 형량이 낮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가 차에 치여 사망했는데 운전자에게 징역 3년형이 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생명의 가치가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물타기라고 생각합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어제(2일)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을 발의한 강훈식 의원의 무면허 운전 이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장 : “강훈식 의원이 무면허 이력이 있으면 처벌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민식이법 통과와는 본질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Q.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본회의 문 앞에서 멈췄고, 한음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은 아직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는 많은 부모들도 같이 분노했고 같이 답답해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백 : “사실은 소수가 점화를 해서 다수를 인식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거든요. 그 시작을 누가 할 수 있느냐, 같이 끌어갈 수 있는 분들에게 지지해주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 “단기적인 대책은 없다고 봅니다. 이미 70년 이상 망쳐온 정치를 하루아침에 복구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정치를 혐오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활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도 전부 국회 본회의 임기 말기에 폐기처분 될 위기에서 엄마들이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정치는 피해갈 수 없는 거잖아요. 정치가 특별한 사람이나, 별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활동을 통해 보여지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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