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은 부모의 인내력을 시험하기도 하지만, 질문이 많아졌다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2~7세 아이는 아직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논리적 사고가 부족하므로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이 시기의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학령기 이전의 아이는 대부분 호기심 때문에 질문한다고 하지만, 같은 질문을 지나칠 정도로 반복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정말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관심을 받기 위한 목적이 훨씬 크다.
◇ 부모-자녀 대화 풍성하게 만드는 마법의 질문 "넌 어떻게 생각해?"
그렇다면 아이가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건 아이의 반복된 질문에 부모가 짜증이 나는지 혹은 기특한 생각이 드는지를 잘 따져보면 된다. 그렇다고 짜증이 났을 때 아이의 “왜요?”라는 반복된 질문에 “왜 자꾸 질문이야!”라고 다그치거나 “아까 말해줬잖아!”라고 무안을 주기보다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읽은 후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역질문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게 만든다.
아이에게 역질문을 하면 우선 아이의 질문 반복하기를 멈출 수 있고, 아이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부모에게 보여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역질문을 던지며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 직접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아이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이렇게 머리를 써서 궁리하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주면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에 도움을 준다.
◇ 아이가 어려운 질문 던졌다면 솔직하게, "함께 답을 찾아볼까?"
그렇다고 아이의 질문에 매번 역질문하면 곤란하다. 아이의 질문에 반드시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인지 발달이 빠른 아이는 사물의 원리나 지식을 알고 싶어서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지중지 보살피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아이가 슬퍼하며 “엄마~ 강아지가 죽으면 사람도 죽는 거야?”라고 했을 때, 부모는 뜬금없는 질문에 우선은 당황스럽지만, 현상 그대로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렇지. 누구나 태어날 때 아기였다가 점점 자라면서 언니, 오빠가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엄마 아빠처럼 어른이 된단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더 나이가 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좀 더 시간이 흘러 죽음에 이르게 되지. 이건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 꽃, 나무 모두 똑같단다”라고 말하면서 죽음이 공포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려준다.
아이가 질문했을 때 간혹 부모가 답하기 어렵거나 아는 내용인데도 바로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함께 뉴스를 보다가 아이가 갑자기 “인공지능이 뭐예요?”, “지진은 왜 일어나요?”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답을 모른다고 해서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때는 “정말 좋은 질문이네. 우리 함께 찾아볼까?”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함께 찾아보면 된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배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아이가 끊임없이 질문해도 부모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와 부모의 소통은 보다 원활해질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질문에 난감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대답을 미룬다면 아이는 대화를 거부당했다고 판단해 상처를 받거나 부모와의 소통 의지가 사라질 수 있다. 또한, 곤란한 질문이라고 해서 자꾸 피한다면 아이에게 더 큰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기보다는 아이가 가진 궁금증에 먼저 공감해 주고, 모르는 질문은 창피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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