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가 어린이집 안 다니면 ‘문제아’인가요? 
네 살 아이가 어린이집 안 다니면 ‘문제아’인가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12.17 16: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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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어린이집 #등원거부 #낮잠거부 #조기퇴소 #가정보육 #영유아 #교육기관 #사회적편견

단지 내 가정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가 네 살 여름방학이 지나고 난 뒤부터였을까, 부쩍 등원 거부가 잦고 심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엄마랑 있고 싶어서 가기 싫다고 말하더니 점점 본인이 아프다는 꾀병도 부리고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도 늘어놓았다.

일단 며칠 지켜보며 아이를 달래고 학부모 면담을 신청하여 원을 방문했다. 아이의 등원 거부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아이를 퇴소시키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는 다시 오롯이 내 품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벌써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 두 달 전, 아이는 어린이집에 그만 다니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았을 아이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원하는 시간에 자고, 먹고, 마음껏 놀도록 내버려 두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억지로 자야만 하는 낮잠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지켜보니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종종 피곤해도 스스로 잠드는 것이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네 살이 되니 그렇지 않았다. 어느 정도 놀다 지치고 피곤해지면 누가 재우지 않아도 스르르 잠이 들 수 있는 시기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집이라는 보육 기관이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낮잠이 들곤 했었다.

어린이집을 퇴소하면 가정 보육 수당을 재신청하여 받을 수 있는데, 어린이집에 내는 돈보다 훨씬 적은 돈이었지만 아이의 간식비 정도는 보탤 수 있었다. 날이 추워져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종종 가까운 마트 문화센터 강좌를 등록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의 친구들과도 자주 만났다. 

무엇보다 아이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하루의 계획을 세우자는 원칙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어떤 날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동네 놀이터를 도느라 하루를 다 보낸 날도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밥과 간식은 최대한 가정에서 먹이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하루가 멀다고 걸려오던 감기며 장염 같은 일상의 질병들이 거짓말처럼 줄어들었다.

그렇게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확실한 것은 단 한 번도 어린이집을 퇴소한 것에 후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왜 좀 더 일찍 어린이집을 퇴소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사실 내가 자신이 없어서, 내가 용기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 책임과 대가는 아이가 고스란히 지고 있었던 것만 같다. 나는 아이보다 무엇이 그리 중요했을까?

어린이집 퇴소 후 나도 아이도 만족했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여상미
어린이집 퇴소 후 나도 아이도 만족했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여상미

◇ 부모가 내 자식 직접 돌보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그런데 아이의 퇴소 이후 가장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는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바라보는 낯선 시선들. 고작 만 1~3세의 영유아가 기관에 다니지 않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싶은 내 생각과 달리, 대부분의 아이가 기관에 적응하므로 그렇지 않은 아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생겨버린 것 같다. 

이러한 편견은 가족들에게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퇴소 결정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해 줄 거라고 믿었던 나의 엄마(아이의 할머니)조차 처음에는 당황하고 걱정하는 반응이 더 컸다. 남들 다 다니는 어린이집인데 우리 아이만 괜히 부적응한 것처럼 보이거나, 또래와 다르게 키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였다. 이러한 반응은 실제 육아보다 나를 더 지치고 힘들게 했다. 그저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 것인지….

하지만 보란 듯이 아이는 전보다 몇 배는 더 밝아지고, 명랑해졌다. 종일 쉴 새 없이 종알거리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뛴다. 처음에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아이가 내년에 갈 유치원에 미리 가보자고 조르기도 하고, 유치원 구경을 다녀온 날에는 언제 유치원에 가게 되냐고 들뜬 목소리로 묻곤 한다. 

어린이집 퇴소 초반, 아이는 어린이집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지만, 지금은 좋았던 일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도 있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연속이겠지만, 지금처럼 누군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확신하고 그 관계가 가족이라는 것을 먼저 배울 수 있다면, 혹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겠는가.

나는 결국 그런 것들을 아이가 가정에서 먼저 확립한 뒤에 기관이든 어디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 가정의 환경과 양육 방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도와줄 수 있는 ‘서브(sub) 기관’일 뿐이다. 아이의 퇴소 후, 여러 상황과 마주하고 이겨내며 또다시 새로운 육아를 배우는 중이지만, 마치 일정한 연령이 되면 당연히 어린이집을 다녀야 하는 것처럼 여기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내가 퇴소 후 겪은 가장 큰 산이었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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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r**** 2019-12-22 22:34:40
어린이집 안다닌다고 하면 "엄마가 육아철학이 남다르구나, 아이를 잘 키우는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어요~ 다들 그런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닐거에요^^ 전 그런 선택을 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열정이(?)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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