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섣부른 판단은 아이들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
부모의 섣부른 판단은 아이들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9.12.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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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판단을 멈추고 아이의 본질을 보자

요즘 집에서 미술 활동을 하는 두 딸은 자신의 작품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서로 제 작품이 더 멋지다고 뽐낸다. 아내는 내게 “여보, 이것 좀 봐. 애들이 했대. 정말 대단하지?”라고 묻는다. 그런데 내게 맞장구를 바랐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나는 미술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뭘 표현한 거야?”, “그림 속의 사람은 누구지?”, “지금 이 그림은 어떤 상황을 그린 거야?”라는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게 끝이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미술뿐만 아니라 공부 등 다양한 것을 이뤄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평가와 판단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나는 아빠로서 아이들을 평가하는 위치가 아니라 아이를 쉽게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기술의 이름은 ‘판단중지’라고 한다.

‘판단중지’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뜻하는 ‘삼가다’, ‘멈추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떠한 생각에도 회의주의자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기에 본질을 흐리는 작당 모의를 한 방에 날리는 실천기술이라 하겠다. ‘판단중지’를 위해선 우선 지금 당장 스스로 아이들을 어떠한 기준과 잣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간혹 아내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천재'가 아닐까? 허황된 걱정을 하기도 한다. ⓒ문선종
간혹 아내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천재'가 아닐까? 허황된 걱정을 하기도 한다. ⓒ문선종

◇ 아이에 대한 부모의 판단은 ‘비이성적’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판단’을 당하면서 살았던가? 시험으로 등급 매겨진 삶, 평가에 따라 분류된 삶은 마치 소와 돼지의 등급과 같이 느껴진다. 매번 가슴 졸이며 받는 성적표 속 나에 대한 평가는 또 어떻던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렇게 규정짓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판단들이 어느덧 아이들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이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나도 문득문득 판단한다. “서율이는 이런 녀석이구나” 하지만 이런 판단은 과연 참인가? 내 생각이 옳은가? 이것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온전히 나의 것인가?

과거 과학자들은 부모의 염색체 DNA만이 유전에 관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부모와 그 윗세대들의 집단 무의식이 신체 특성을 규정하는 2%의 DNA를 제외한 나머지 98%의 비부호화 DNA(Noncording)에 녹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동안 인류는 인간을 합리적이라 정의해왔지만, 최근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밝혀냈다. 인지정서행동치료를 창시한 알버트 엘리스는 “인간이 생각하는 98%의 사고가 비합리적이다”라 말했다. 무수한 연구와 기록들은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인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우리가 한 아이에게 내린 판단이 합리적인지, 그것이 본질적으로 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부모의 판단은 아이에 대한 본질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문선종
부모의 판단은 아이에 대한 본질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문선종

◇ 박수가 없어도 춤 추는 아이로 자라길 

비단잉어 ‘코이’는 어항에서는 손가락 크기만큼, 수족관에서는 어른 손바닥만큼, 강에서는 유치원 아동의 키만큼 자란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내린 판단이 어항보다 작은 편협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육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칭찬’의 역효과를 잘 알고 있다. ‘잘한다’, ‘멋지다’ 같은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를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춤추는 아이로 전락시킨다는 것을 말이다.

왜 우리는 아이들의 본질을 볼 수 없을까? 많은 어른이 판단이라는 프레임 속에 아이를 가두어 놓는 것일까? 이런 판단의 감옥을 깨기 위한 첫 관문이 바로 ‘판단중지’라는 기술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빌려 말하자면 부모는 ‘판단에 대한 생각’을 통해 본질을 흐리는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판단에 대한 생각’을 통해 거기에 갇히지 않도록 ‘생각’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존’ 할 수 있다 자부할 수 있다. 

수급불유월(水急不流月)이라 했다. “물살이 아무리 급하게 흘러도 물 위에 비친 달은 절대 떠내려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판단을 중지하고 만들어내는 잔잔한 수면만이 아이들의 온전한 빛을 담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칭찬과 박수, 비난과 꾸지람이라는 판단의 행동이 거친 수면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판단을 잠시 중단하고 생각해보자. 이런 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라면 능히 박수가 없어도 춤을 추는 ‘실존’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고,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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