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몰입중인 아이, '도피하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뭔가에 몰입중인 아이, '도피하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19.12.2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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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반동 현상과 '건강한 몰입'

Q. 곧 10살이 되는 우리 아들. 뭔가를 좋아하게 되면 너무 깊게 빠져들고,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아이가 다양한 것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몰입 중인 아이, 어쩌면 '반동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베이비뉴스
몰입 중인 아이, 어쩌면 '반동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베이비뉴스

◇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각양각색입니다. 개인의 기질이거나 취향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다소 과도하다고 느낄 만큼 빠져들기도 합니다. 관점에 따라 그것을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전환하면 ‘몰입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몰입과 문제를 구분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것을 ‘최애’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우선이며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최애’라는 표현이 생겨날 만큼 많은 사람이 특별히 무언가에 빠져드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특정한 것에 몰입하거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피하는 ‘탈출구’가 되는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특별히 싫어하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요?

아이가 한 가지만 좋아하고, 관심도 한정적이라면 먼저 아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크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가면서 학습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부모의 간섭과 잔소리가 아이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라면, 아이는 맞서기보다는 피하고 싶어집니다. 피하려고 할 때 힘들었던 마음이 보상돼야 하므로 아이는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수단을 찾게 되는데, 이 ‘보상’이 운동이나 게임, 특정 음식, 물건 수집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동 현상’은 어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그 생각이 더 자주 떠오르는 ‘정신적 리바운드’ 효과로 공을 누르다가 놨을 때 더 튀어 오르고 조절이 안 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심리학자 페니 베이커는 ‘의식을 짓누르는 생각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반동 현상을 줄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싫은 것에 대한 반동일 수 있고, 반동 현상이 과도해지면 반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아이가 특정한 것에 관심이 높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부모는 이처럼 아이의 관심사를 다양한 곳으로 돌릴 수 있는 고민과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 보다, 조금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을 먼저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아이가 비록 한 가지만 좋아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다초점으로 맞추어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른 곳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아이의 일부분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님 스스로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사를 넓혀주려고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는 것은 단일 초점이자 다소 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다초점으로 아이를 전체적으로 보려는 부모의 태도는 오랜 숙성을 거쳐 발효해야 건강에 좋은 균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어려운 과정이지만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겠습니다.

아이가 부모와 자유롭게 소통한다면 다각적으로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부모와 자유롭게 소통한다면 다각적으로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 아이가 '건강한 몰입'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산만함과 집중력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집중을 잘하는데, 숙제나 공부할 때는 산만하다면 집중력이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기 싫고 관심 분야가 아니더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만약 학교 수업 시간에 흥미가 없는 과목이라도 학교, 수업, 학습, 학생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우선 된다면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때 집중할 수 있는 정도를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에 빠져드는 것은 집중력이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에 가깝습니다.

건강한 몰입은 타인과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며, 타인의 관심사에 대한 존중과 허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상대의 관심사는 비난하거나 평가절하한다면 오히려 고립되거나 집착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특별히 빠져들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 방법은 ‘반응과 소통’입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거울과 같은 존재라서 부모의 반응은 아이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반응도, 무관심한 반응도 아이의 특정 행동을 강화하게 만들므로 적절하게 편안한 반응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부모의 관심 분야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아이와 소통하다 보면, 아이가 한 가지에 빠져드는 것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누리고, 상호성이 있다면 아이는 일방통행 도로가 아닌 양방, 사방 도로처럼 다양한 상황을 모두 경험하고 다각적으로 사고를 확장해 관심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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