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려도 못 쉬어요' 마스크 쓰고 일하는 보육교사
'독감 걸려도 못 쉬어요' 마스크 쓰고 일하는 보육교사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1.2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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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감염병 대체교사 지원하지만 현장에선 교사에게 인건비 강요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경기도의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는 A형 독감 진단을 받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대체인력이 없고 곧 재롱잔치가 있어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경기도의 민간어린이집 보조교사 B 씨는 독감에 걸렸지만 학부모들에겐 쉬쉬하고 마스크를 쓴 채 차량 등하원 지도에 나갔다.

독감이 유행인 겨울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독감에 걸려도 대체인력이 없어 마스크만 쓴 채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가 있어 교사와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A형 독감에 걸린 보육교사 A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베이비뉴스
A형 독감에 걸린 보육교사 A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베이비뉴스

경기도의 한 민간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김아랑(가명) 씨는 동료교사들이 독감에 걸린 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여러 차례 지켜본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교사들은 감염성 질병에 걸려도 쉬쉬하며 나오거나, 본인 연차를 쓰거나, 자기 돈 주고 대체교사를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관례처럼 선배들부터 내려온 방식"이라면서, "원장이 대체교사가 원에 오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원에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분배해 돌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독감에 걸려도 쉬지 못하는 보육교사. 하루 종일 어린이집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의 건강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지난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독감에 걸린 교사가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자주 들어온다”면서, “연차가 남아 있는 교사의 경우 강제로 연차에서 차감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체교사를 쓰고 그 비용을 교사에게 물게 하는 두 가지 경우가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실제 노조에 들어온 제보들을 바탕으로 "보육교사가 원장에게 독감이 걸린 사실을 알리면, ‘선생님 쉬어야 하는데 무급인 거 알죠?’, ‘대체교사비는 선생님이 대야 해요’, ‘약 먹고 나와요’ 하는 얘기를 듣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독감에 걸린 교사들에게 마스크도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마스크를 쓰면 부모들이 '독감에 걸린 교사가 아이들을 돌본다'며 민원을 넣기 때문. 이 지부장은 "그래서 아이들 맞이할 땐 마스크도 벗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독감에 걸린 교사가) 격리조치되지 못해서 이 때문에 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사들은 서로 병을 옮고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 보건복지부 '지침' 있고 대체교사도 지원하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  

2019년 보육사업 안내 105쪽, 보육교직원의 건강진단 및 조치에 대해 감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거나 판명되면 휴직시키거나 면직시키는 등의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2019년 보육사업 안내 105쪽, 보육교직원의 건강진단 및 조치에 대해 감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거나 판명되면 휴직시키거나 면직시키는 등의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독감에 걸린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도 괜찮을까. 보건복지부는 지침을 통해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육사업 안내'상 '보육교직원 건강진단 및 조치'를 통해 "(교사가) 감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거나 판명되면 완치 될 때까지 휴직시키거나 면직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부장은 "많은 보육교사와 원장들은 이런 지침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해당 지침은 권고사항일 뿐 의무조항은 아니라 강제성이 없다는 점 또한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원 운영은 원장의 재량에 맡겨진다는 의미다.

대체교사 비용을 교사에게 부담시키는 바람에 결국 독감에 걸린 교사도 쉬지 못하는 상황. 관리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까.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법정감염병에 걸린 교사뿐 아니라 교사 본인의 질병, 사고 등 긴급한 상황에 최대 10일까지 대체교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체교사가 필요한 어린이집에서 (대체교사를) 신청하면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체교사를 파견하는 형태”라면서, 복지부가 대체교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대체교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왜 교사가 대체교사 비용을 낸다는 것인지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보건복지부에서 대체교사) 지원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교사들이 모르고, 연차가 없는데 일을 쉬니 아르바이트처럼 일급을 빼서 대체교사에게 준다는 논리가 현장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수요가 커져) 2020년부터 육아종합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과 지자체에서도 직접 대체교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했고, 그동안 원장만 대체교사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 보육교사가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현재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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