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왜 네티즌끼리만 싸우고 맙니까?
어린이 교통사고, 왜 네티즌끼리만 싸우고 맙니까?
  • 칼럼니스트 전용완
  • 승인 2020.02.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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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이야기] 사고 재발 방지하는 철저한 조사와 연구 필요

얼마 전, 경기도 포천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언론은 경찰관계자의 말을 빌려 ‘아이들이 차 밖으로 튕겨 나왔기 때문에 벨트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고, 또 다른 언론은 ‘아이들이 카시트에 앉아있었는데도 충격이 워낙 커서 사망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후,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보도를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이미 벨트에 관한 내용은 사고 소식과 함께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피해 어린이들이 안전벨트를 했는지, 카시트에 앉았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벨트를 하지 않았다’, ‘카시트를 하지 않았다’라며 희생당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 사고를 포함해 과거 수많은 어린이 교통사고는 이런 식으로 자극적인 소재가 되어 피해자와 가족들을 아프게 했습니다.

왜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대중들끼리만 싸울까요? 왜 차량 내부 상황을 상세히 조사한 자료가 남지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왜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대중들끼리만 싸울까요? 왜 차량 내부 상황을 상세히 조사한 자료가 남지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지난해 송도 축구교실 통학버스 교통사고에서는 희생된 아이들이 2점식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또, 언론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어린이 통학버스 전복사고를 다루며 ‘안전벨트가 아이들 생명 살렸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 안전벨트 착용을 지도한 선생님이 네티즌의 칭찬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정확한 상황 조사 없이 보도가 이루어지고, 대중들끼리 싸울까요? 왜 사고가 나면 원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차량 내부상황을 상세히 조사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정말 하지 않았을까요? 차 안에는 카시트가 있었을까요?

이러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곳은 뉴스의 댓글 창이 아니라, 어린이 교통안전과 관련한 국가기관, 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철저하게 교통사고를 조사한 뒤 통계를 내고, 연구해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여야 합니다.

◇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시 정부기관부터 카시트 회사까지 함께 대책 세우는 미국 

해외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구조와 동시에 구조대, 경찰, 보험 교통사고조사원이 사고의 상황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카시트 유무에 따른 어린이 부상·사망률 통계를 도출하고, 차량 내 카시트의 위치에 따른 부상·사망률 통계, 카시트에 오래 누워있는 신생아 호흡 방해 사망률 및 카시트 앞·뒤보기에 대한 사고분석, 3점식 벨트를 이용하는 부스터 시트의 효과, 연령별 카시트 사용실태와 탑승자 사망률, 뜨거운 차 안에서 부상·사망 통계 등 정말 세세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통계를 쌓고 연구를 합니다. 교통사고 차량의 내부상황은 매뉴얼에 따라 기록되는데, 기록할 항목이 그만큼 세세하므로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가 운영하는 특별 교통사고 조사부 SCI(Special Crash Investigation)가 매년 100건 이상의 충돌사고에서 자동차, 탑승자, 부상 메커니즘, 도로, 안전시스템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상세히 수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NHTSA와 더불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아과학회, 미국연구회의 교통부, 결함조사부 등의 국가기관과 보험사, 자동차회사, 의료기관 등의 네트워크 시스템도 여기에 큰 역할을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스웨덴, 호주 등 어린이 교통안전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에서는 이렇게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됩니다. 

'어린이 관련 교통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자료를 통해 연구한다. 그리고 캠페인을 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이 시스템을 위해 국가기관, 연구기관, 의료기관은 물론 보험사, 카시트 기업, 자동차 회사 등의 기업도 함께 힘을 모읍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독일의 ADAC, 스위스 TCS, 오스트리아 ÖAMTC 와 같은 소비자단체의 힘이 막강합니다. 소비자의 후원금으로 다양한 연구자료와 테스트를 진행하여 공개합니다. 

◇ 사고 과실 따지기 전에 카시트·안전벨트 등 사고 직후 상황 세세히 기록해야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과실 따지기 용으로 사건을 기록할 뿐, 어린이 착석 위치, 벨트 착용 및 카시트 탑승 여부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베이비뉴스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과실 따지기 용으로 사건을 기록할 뿐, 어린이 착석 위치, 벨트 착용 및 카시트 탑승 여부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베이비뉴스

반면,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견인차와 구조대가 촬영을 하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연구에 관련된 항목은 사실상 없습니다. 보험사나 피해자들의 기록은 대부분 자동차의 위치, 파손 부위, 스키드마크, 블랙박스 등에 집중됩니다. 이유는, 과실을 가리기 위한 기록만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외의 자료들은 모을 수가 없습니다.

하다못해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경찰, 구급대원, 보험사 직원, 의사 등 관련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이의 착석 위치, 벨트 착용 여부, 카시트 탑승 여부 등을 묻거나 기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로 위 전 차종 카시트 의무화를 시행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카시트와 안전벨트에 관련된 사고 연구자료가 상당히 빈약합니다. 이 시점에 “카시트 한 것이 하지 않은 것보다 2배 안전!”하다는 당연한 내용의 모의실험을 하고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만 배포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료가 없으니, 국내 교통안전 관련 기관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통계와 연구 대부분을 유럽과 미국에서 인용합니다.

교통사고는 발생하면 안 되는 비극이지만, 이미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고 직후의 내부상황을 세세히 기록해야 하며, 안전벨트 및 카시트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자료와 통계가 남겨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에 대한 기록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노란 버스’들이 일반 차량보다 안전한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통학버스와 전용 카시트들의 충돌 테스트도 매년 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전용완은 자동차 회사의 홍보 담당자로 자동차와 함께 살았다. 아이가 셋이라 다른 아빠들보다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와 카시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게 됐고, 카시트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 올리다 혼자 보는 것이 아까워 네이버 카페 '아이와차'를 개설해 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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